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빅테크 영향력 확대...간편결제 경쟁 격화될 듯”

애플페이 출시 임박설이 돌며 카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당장은 카드사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경쟁 구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열린 전망을 내놓았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카드 시장은 현재의 경쟁 구도가 상당 기간 고착화되겠지만 애플페이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부 경쟁 구도가 변화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전자상거래 확산이 지속되면서 후불결제 등 상거래 중심의 새로운 결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금융연구소에서 류 연구위원을 만나 최근 결제 시장 변화 양상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지급결제 시장 상황은 어떤가.
"지급결제 시장에서 빅테크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빅테크가 중심이 된 간편결제는 전자상거래 확산으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간편결제 이용 규모는 2016년 이후 연평균 57% 증가했으며 2021년 221조 원에 달해 국내 민간결제 1000조 원의 20%를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여력이 큰 40대 이상 중장년층들도 간편결제를 늘리고 있어 간편결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에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은 카드사의 강점 영역이었던 오프라인 결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QR 기반의 독자결제망을 확대하고 결제와 멤버십 적립을 한번에 가능하게 하는 등 편의성도 높이는 전략으로 카드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결제 시장 규모는 어떤가.
"현금결제를 포함한 전체 지급결제 통계는 없으나, 2021년 말 여신금융협회 기준 카드 구매 이용금액은 신용카드 약 780조 원, 체크카드 182조 원으로 합계 961조 원에 달한다. 또 결제 방식의 하나인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221조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이용금액은 2021년 하반기 대비 10.7% 증가했고 2022년 간편결제는 약 244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간편결제 이용액 규모는 어떻게 되는가.
"2022년 상반기 기준 신용카드 81.2%, 선불충전 15.7%, 계좌 3.1%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조사 자료에 따른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 구도는 어떻게 보는가.
"2022년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 중 전자금융업자 비중이 50.4%, 휴대전화 제조사가 23.6%, 금융 회사가 26.1%로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전자금융업자의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오프라인 소비가 다소 증가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의 비중이 증가한 반면, 금융 회사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금융 회사 비중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면.
"빅테크들은 편의성(사용하기 편리), 범용성(다양한 곳에서 사용), 자체 플랫폼(간편결제 사용을 통한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생태계)을 보유함으로써 시장을 확대해 왔다. 특히 전자상거래의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이런 추세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이 발전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에 맞는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커머스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선불충전금을 확대하고, BNPL(Buy Now Pay Later: 무이자로 할부 결제를 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에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보내는 방식.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미국, 호주 등지에서 확산 중) 결제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후불결제 서비스는 해외 BNPL 서비스의 핵심인 분할납부 기능이 없고 금액이 30만원이기 때문에 해외 사례와 같은 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외에 결제의 불편함으로 고객들이 구매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결제 수단을 도입할 전망이다."

오픈페이(주요 6개 카드사들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서 타 카드사의 카드도 등록해 이용 가능 하도록 한 시스템)는 간편결제 시장에 영향이 있을까.
"빅테크 간편결제사의 모델이 기본적으로 오픈페이였고, 카드사들도 따라하는 추세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범용성이나 혜택에서 빅테크 대비 다소 미흡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플랫폼 구축 노력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이다. 빅테크와의 경쟁보다는 카드사 간편결제 간 경쟁이 심화돼 우수한 카드사의 앱에 간편결제가 집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애플페이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국내 시장의 영향은.
"기존 오프라인 간편결제에서는 삼성페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는데,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의 오프라인 간편결제가 경쟁하게 돼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다만 애플페이 결제를 위해서는 NFC 인프라를 설치해야 하는데 단말기 설치비용 분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일부 온라인 및 대형 가맹점, 현대카드가 거래 중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선택적인 접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애플이 애플페이에 대해 삼성페이와 달리 가맹점 수수료 외 결제수수료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가맹점 입장에서는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충성도 높은 아이폰 소비자가 애플페이까지 도입되면 스마트폰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삼성페이에 익숙해 아이폰 사용을 주저하던 소비자군들은 아이폰 사용의 거리감이 일부 줄어든 만큼 아이폰 선택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지만 현대카드라는 제약, 아이폰의 단말기 가격 등으로 실수요는 다소 미지수다. 삼성페이에 현대카드를 연결하던 사용자들의 경우 아이폰으로 이동하더라도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없을 고객군이다.
반면, 아이폰 소유자이면서 현대카드를 삼성페이 등에 연결한 사용자의 경우 애플페이 사용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향후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 오프라인 카드사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나 방향은.
"간편결제 수수료 인하 등의 규제가 실현되면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이 카드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카드사가 결제 접점이라는 인식이 상당히 흐릿해진 가운데, 최악의 경우 카드사는 카드 발급과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인프라 공급자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여전히 카드사들이 건재하다고 하는데.
"오프라인 결제에서 카드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은 압도적이며, 신용공여라는 혜택은 매우 큰 것이므로, 상당 기간 카드사의 영향력은 지속될 것이다. 다만, 빅테크 간편결제사들이 고유의 오프라인 간편결제 인프라를 확대하고 선불 충전 등의 수수료 부담이 적은 저비용 결제 수단 사용을 촉진하고 자체 플랫폼 내에서의 혜택을 강화하고 있어 영향력은 확대될 것이다."

카드사는 오프라인 결제 영역의 강점을 살려 빅테크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데 향후 전망은.
"오프라인 결제 자체보다는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를 돕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종합 라이프 플랫폼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가맹점의 마케팅을 지원해야 한다.
카드사들은 고객 기반과 개방성, 데이터 분석 등에서 빅테크 간편결제사보다 전반적으로 미흡하다. 이에 카드사들은 투자를 바탕으로 과감한 혁신과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며 다양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소비지출 관리뿐만 아니라 맞춤형 금융 상품 추천 등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소비자들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향후 결제 시장 전망은.
"카드 시장은 현재의 경쟁 구도가 상당 기간 고착화되겠으나 애플페이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부 경쟁 구도가 변화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전자상거래 확산이 지속되면서 후불결제 등 상거래 중심의 새로운 결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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