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금리 인상 후반기 진입…채권 투자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흔히 무위험자산 또는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주요국 국채가 지난해 역사적 수준의 약세를 보였다.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긴축으로 인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의 경우 두 자릿수 이상의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했다는 점은 ‘무위험’이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국채는 그야말로 ‘위험한 무위험자산’이었다. 주식과 달리 포트폴리오에서 방어적 역할이 요구되는 국채마저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1년간 피난처가 없는 투자 환경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국채를 ‘무위험’자산이라고 부를까. 이는 각 국가에서 채권 발행 주체 중 가장 신용도가 높은 정부가 발행자가 된다는 점에서 ‘신용 위험’이 무위험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채 역시 금리가 상승할 때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이자율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된다. 따라서 2022년 발생한 채권 시장 대학살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채권에 투자할 때 수반되는 주요 위험 요인들을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채권 투자 시 주요 위험 요인 살펴야

채권 역시 여타 투자 수단과 마찬가지로 여러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속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채권 투자 시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이자율 위험 △신용 위험 △유동성 위험 △통화 위험 등을 들 수 있다. 이자율 위험과 신용 위험은 채권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꼽히고, 유동성 위험은 채권을 신속히 사고파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환금성을 의미한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와 같이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될수록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유동성 위험은 주로 개별 채권을 거래할 때 노출되는 경향이 있으나,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간접투자 상품(펀드·ETF 등)은 이러한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통화 위험의 경우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브라질 채권과 같이 신흥국 현지통화표시 채권에 투자할 때 발생한다. 외환 변동성이 채권 자체의 움직임보다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을 무조건 회피하기보다는 어떻게 현명하게 수용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채권을 처음 접하는 투자자라면 다양한 위험 요인을 압축하고, 핵심 리스크인 ‘이자율’과 ‘신용’을 중심으로 접근 방법을 선별하는 것이 양호한 수익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 가격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 주목

이자율 위험을 투자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듀레이션(duration)’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듀레이션이란 쉽게 말해 채권을 사는 데 들인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을 의미한다.

만기가 길수록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듀레이션은 채권 가격의 변동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한 예로 듀레이션이 1인 단기채와 10인 장기채에 동시에 투자한 후 시장금리가 1% 상승한다면, 두 채권은 각각 -1%, -10%의 자본 손실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은 변동성이 낮으니 무조건 좋은 채권일까. 그렇지는 않다. 시장금리가 1% 하락하는 반대의 경우에는 듀레이션이 10인 장기채가 단기채 대비 10배의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채권 투자에 적용해보면 금리 상승기에는 듀레이션이 짧은 단기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금리가 정점을 통과해 하락기로 전환할 때는 듀레이션을 장기로 늘려서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신용 위험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 역시 채권 투자에서 빼놓을 수 없다. 투기등급(하이일드) 채권과 같이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 높은 수준의 인컴(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식 시장과 다소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단점도 있다.

반면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기대수익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며 채무불이행과 같은 극단적 리스크를 배제할 수 있다. 한편, 신용 위험과 이자율 위험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될수록 신용 위험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반면, 이러한 경기 불안은 중앙은행의 긴축에 부담을 가하며 이자율 위험을 낮추게 된다. 이처럼 각각의 채권마다 가지고 있는 위험 요인들의 서로 다른 속성을 활용하면 채권 자체로도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긴축 후반부에 대비한 채권 투자 전략은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채권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미 Fed가 가파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채권 자산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이제는 속도 조절과 함께 금리 인상 사이클이 후반부로 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시장이 Fed의 최종 기준금리 레벨을 선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긴축이 야기하는 경기 부담은 금리 상승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리 정점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강화될수록 글로벌 자금 흐름은 채권으로 점차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앞서 언급한 이자율 위험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듀레이션을 늘려 가는 전략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에는 초단기채 중심의 방어적 접근이 필수였지만, 지금부터는 금리의 정점 통과 가능성에 주목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용 위험은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투기등급(하이일드) 채권 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컴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관점으로 신용도가 높은 양질의 우량 채권 비중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채권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자산이다. 2022년은 채권과 주식의 동반 약세로 자산 배분 효과가 실종된 수준이었으나, 앞으로 채권이 다시 본연의 역할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채권의 다양한 만기 및 신용도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안정적인 인컴을 확보하는 전략이 주식 비중만 가져가는 전략보다 우위를 점할 것이다. 이제부터 채권 자산의 성과 개선 가능성에 주목할 시점이다.


글 홍동희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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