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안갯속 주택 시장, 매수 타이밍 GO? STAY?
입력 2023-01-27 07:00:08
수정 2023-01-27 07:00:08
꽁꽁 얼어붙은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각종 완화책을 던졌지만, 고금리와 집값 하락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선뜻 매수 버튼을 누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부동산 전략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국내 전문가 5인의 생각을 들어봤다.
1.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은.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이하 한 교수):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정리되는 기간을 거쳐야 되는데, 최근 정부가 너무 빠른 시점에 부동산 정책을 완화한 탓에 시장을 인위적으로 붙잡으려는 형국이 됐다. 다주택자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서민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기간이 줄어들 여지를 줬다. 하지만 이런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안으로 주택 가격이 반등하거나 실수요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만한 요인은 거의 없다. 물론 눈에 띄게 폭등했던 지역들은 이미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은 상황이라,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강남을 비롯해 아직 가격 하락이 덜 된 지역은 앞으로도 쭉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이하 권 교수): 집값 하락세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을 멈추지 못한다. 만약 금리 인상이 멈추는 시점이 오더라도 올해 연말까지는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일단 올 3분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시장이 유지될 전망이다. 이후 4분기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금리 인하는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0.25%나 0.5%씩 내려가기 때문에 고금리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이하 함 랩장): 주택 시장의 저조한 거래와 가격 하락은 올해도 이어질 것 같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긴 했지만, 결국에는 집값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나 수요자들의 거래 적극성이 돌아오는 것이 관건이다. 이런 부분이 단기에 빨리 돌아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한국은행 금통위원들이 터미널레이트(terminal rate·최종금리)를 3.5~3.75%로 보고 있어, 이제 기준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물가나 미국 기준금리의 추이도 좀 지켜볼 필요가 있고, 금리가 종점에 다다랐다고 해도 내려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수 있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 1%대라는 저조한 수치가 구매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이하 이 대표): 서울은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 부동산 현장을 들여다보면, 2019년 수준까지 호가가 내려온 것들이 발견된다. 물론 모든 호가가 그렇다는 뜻이 아니라 급매 중심으로 3년 전 가격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그렇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금리가 높고, 하락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의 공포가 심해진다. 막상 시장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안 좋지는 않은데, 과도할 정도의 우려가 섞여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이 위원): 이전 정부에서는 외부 요인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국내 요인만으로 부동산 시장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기준금리가 주요 변수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이 힘들다. 다만 시장 분위기는 급매 중심으로 변동할 것이다. 이자 부담으로 대출을 받기 부담스러워지고, 집값 하락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사람은 나오기 마련이다. 급하게 팔기 위해 저렴하게 내놓은 급매물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2. 분양 시장은 어떻게 될까.한 교수: 올해 미분양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당초 건설사들이 계획했던 분양을 그대로 진행할 경우 미분양 가구가 8만 가구, 6월쯤 10만~11만 가구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수준의 미분양 추이가 예상된다. 수도권은 미분양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으며, 서울 지역 분양 성적도 전반적으로 안 좋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권 교수: 분양 시장도 안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금과 같이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미분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대출 이자 상단이 연 8%다. 10억 원짜리 주택을 본인 자금 6억 원, 대출금 4억 원으로 매수했다고 생각해보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에 연이자가 3600만 원에 달한다. 한 달 이자만 300만 원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집을 사겠나. 살 수가 없다. 12월까지 미분양 물량이 7만 가구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미분양 물량이 9만~10만 가구 정도 되면 정부의 양도소득세, 취득세 완화 조치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함 랩장: 분양 시장 활성화가 쉽지는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분양 시장에서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차익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많이 낮아졌다. 분양가는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에 내리기 어렵고, 급매나 경공매처럼 분양과 경쟁할 수 있는 대체 상품들이 많아졌다. 수요자 입장에서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꼭 분양을 받아야겠다는 분위기는 예전처럼 뜨겁지 않을 것 같다. 총 청약자, 청약 1순위 경쟁은 낮아질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미분양도 늘어날 것이다.
이 대표: 올해 미분양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다만 미분양 물량 중 상당수가 ‘허수’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파트’의 형태가 아닌 물건들이 미분양 숫자에 섞여 있다. ‘미분양 10만 호’라고 해도, 실제 서울과 수도권 미분양 물량을 다 확인해보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찾는 아파트 물건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인기 지역이 아닌 경우 그런 사례가 많다.
이 위원: 지금 건설사가 분양하는 물량은 시장이 한창 좋았을 때 준비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시장이 안 좋아졌다. 아파트 미분양이 생기는 것은 건설사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공공 매입 후 임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건설사가 각각 다른 미분양 아파트 품질은 균일하지 않고, 공공이 매입해서 임대한다고 해도 입지와 가격에 따라 수요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선례가 없는 사안이라 좀 더 면밀한 기준을 적용해서 시도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 아파트에 과도한 혜택이 되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
3. 무주택자 전략은. 한 교수: 무주택자 입장에서 지금은 내 집 마련 전략을 얘기할 타이밍이 아니다. 올해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을 권한다. 다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해 집을 꼭 사야겠다는 분들에게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청약에 도전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건설사마다 현장 상황을 고려해 욕심을 내지 않고 적정한 분양가를 매기는 곳들이 있을 것이다. 분양가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따져보는 간단한 방법은 직전 최고가(2021년 가을)에서 40~50% 내려간 가격을 계산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 아파트 시세가 이미 최고가 대비 30% 하락한 상황이고, 향후 더 내려가도 20%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보자. 이 경우 분양가가 현재 시세보다 10% 저렴하다면 지금 사는 것도 괜찮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장이 굉장히 흔들리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청약이든 기존 주택 매수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주택 가격대를 계산해보고 그 기준에 따라 사야 한다. 자신이 매수하려는 주택 가격의 변동 가능성을 직전 최고가 대비 △-30% △-40% △-50% △상승 등의 시나리오로 계산한 뒤, DSR 30%대에서 자산과 소득이 감당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도출해야 한다.
권 교수: 올해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자를 감당할 수 있으면 매수해도 좋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까지 기다렸다가 매수를 시도하는 쪽을 권한다. 아마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이 집값 저점이 될 것이다. 꼭 올해 집을 매수해야겠다면 분양을 받는 게 좋다. 처음에는 계약금만 치른 뒤, 60%의 중도금을 2년에 걸쳐서 내면 되기 때문에 부담이 덜할 것이다. 2023년 이후에는 금리가 좀 내려가지 않겠나.
함 랩장: 무주택자 입장에서 급할 것은 없다. 올해 매수를 한다고 해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를 추천한다. 하반기 들어 금리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 살펴보고, 급매물이 확실히 빠지면서 거래량이 어느 정도 회복하는지 파악한 뒤 매수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 기본적으로 원하는 지역의 급매와 경공매, 분양 물량을 모두 놓고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가장 좋을지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짜야 한다. 특히 분양의 경우 나름대로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신축인 데다 분납이 가능하고, 올해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도 풀리기 때문에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좋은 물량 위주로 분양을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여기서 좋은 분양이란 대기 수요가 많고, 해당 지역에 공급 과잉이 없고, 브랜드에 역세권이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다소 낮은 것을 뜻한다.
이 대표: 기존 집에서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평소에 생각했던 가격보다 훨씬 싸게 나온 급매를 발견하면 최대한 빨리 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은 가격이 문제가 돼서 집을 못 사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혹시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결정을 어렵게 할 뿐이다. 만약 목돈이 많지 않아서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을 통해 천천히 갚아야 하는 분들에게는 분양 시장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고가점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던 청약 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가점이 낮은 분들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금을 보유한 경우라면, 굳이 분양을 생각하는 것보다 시장에 나와 있는 아파트 매물을 매수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요즘 대부분의 분양이 정비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분양으로 나오는 것들은 저층이라거나 동호수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청약 당첨도 의미는 있지만, 꼭 거기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분양가가 높게 나온 신축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는 급매로 나온 물건을 사는 게 낫다고 본다.
이 위원: 현재 전세로 사는 분들 중에 전세금이 본인의 자산인 분들은 주택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자산 없이 전세자금대출로 전세에 살고 있는 분들은 변동금리로 이자 부담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금리가 올랐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이자가 얼마나 나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 문제다. 예를 들어 한 달에 500만 원 버는 사람이 원리금으로 200만 원을 상환하고 300만 원으로 생활하겠다는 가정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 지금 200만 원씩 내던 원리금이 1년 뒤에 300만 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자금 여력이 충분한 분이라면 집을 사 놓고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처할 여유가 없다. 결국은 개인의 자금 상황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만약 매수를 고려한다면 청약이나 급매물 매수, 둘 중에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적으로는 청약이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라 도전을 권하지만 지금은 분양가가 싸지 않은 경우도 많다. 원하는 지역에 괜찮은 물건이 급매로 저렴하게 나온다면 그 물건을 잡는 것도 괜찮다.
4. 유주택자 전략은. 한 교수: 1주택자들은 지금 상급지로 갈아타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 됐다. 1주택 처분조건부 분양 폐지, 대출 규제 완화 등 유리한 상황이 펼쳐져 있다. 무주택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타깃으로 잡을 수 있는 주택 가격 범위를 설정한 뒤 갈아타기를 선택한다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집값이 더 떨어져서 ‘물리는’ 경우를 걱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거품이 빠지는 시기라 10~30% 사이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을 시나리오별로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
권 교수: 1주택자나 다주택자도 마찬가지로 기다려야 할 시기다. 이자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면 매수해도 되지만, 아니라면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함 랩장: 1주택자나 다주택자의 경우 고민이 생기는 시점일 것 같은데, 사실 지금은 재테크와 투자를 하기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1주택자는 양도소득세 비과세 중복 보유 기간이 3년까지 늘어났고, 종전의 낡은 주택이나 차익 기대가 없는 주택에서 새 아파트나 더 좋은 지역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주택자는 이자가 큰 지금 시점에 무리하게 대출을 해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실익이 많지는 않다. 대신 2주택자까지는 취득·양도·보유에 대한 세 부담이 과거보다 훨씬 낮아졌다. 괜찮은 주택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분들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 부채 부담이 크지 않다면 보유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지만, 부채가 많고 이자 부담이 크다면 좋은 것만 남기고 정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대표: 지금은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할 때다. 본인이 갈아탈 만한 주택 가격이 이미 많이 하락한 상태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봐 뒀던 주택 가격이 26억 원이었다면, 현재는 18억~19억 원까지 떨어졌을 것이다. 7억 원가량 할인돼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그 물건을 잡는 게 맞다고 판단된다면 ‘사자의 심장’으로 잡길 바란다. 사실 무주택자들은 주택을 매수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용기를 갖고 행동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과거에 주택 매수를 경험해본 분들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절치부심했을 확률이 높다. 이분들이 지금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상황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신 주의해야 할 점은 과거 신저가를 기준으로 매물을 사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형성된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나온 급매물이되, 앞으로 빠르게 가격이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은 물건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위원: 이미 집을 갖고 있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지금보다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기를 원한다. 결국은 유주택자의 전략도 ‘보유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와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서 세워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3~5% 수익률을 보고 갈아타기를 했지만, 지금은 은행에 맡겨 두면 그 정도의 수익률이 나온다. 급하게 집을 살 필요가 없다. 주택을 매수해서 연수익률이 5%가 될지가 관건이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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