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Wild)>를 보면 주인공 셰릴 스트레이드(리즈 위더스푼 분)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총 4318km PCT(Percific Crest Trail)를 종주하는 과정이 실감 나게 펼쳐진다. 그리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 <나를 부르는 숲(A Walk in the Woods)> 또한 백패킹을 테마로 한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들이 대자연을 벗 삼아 걷고, 또 캠핑하는 장면을 보며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고독한 현대인의 로망, 백패킹.
백패킹(backpacking)의 사전적(캠브리지 사전 발췌) 의미는 옷과 기타 필요한 물건을 배낭에 넣고 여행하며,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 머무르는 활동을 뜻한다. 이러한 포괄적 의미는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숙식 장비를 배낭에 넣고 이동하며 캠핑으로 1박 이상을 머무르는 활동이란 의미로 구체화됐다.
국내에서 백패킹은 언제 시작됐나
우리나라의 백패킹은 등산 애호가들이 산에 오래 머물기 위해 캠핑을 접목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그 이후 오토캠핑의 번잡함과 정형화된 캠핑장에 싫증을 느낀 캠퍼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오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동호회를 조직하면서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 2010년 전후의 일이니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위에서 언급한 PCT나 AT(Appalachian Trail)같이 수천 km씩 이어지는 장거리 트레일이 없다. 대부분 당일 또는 1박 2일 정도의 단기 트레킹이 주류를 이룬다. 게다가 요즘 백패킹은 차를 타고 야영지에 최대한 접근해서 짧게 걷고 하룻밤을 보내는, 사실 미니멀한 캠핑의 일부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요즘 백패킹은 매우 힙하다. 소위 성지라 불리는 굴업도, 영남알프스 간월재, 선자령, 우도 비양도 등은 주말이면 알파인 텐트로 가득 찰 정도다. 백패커들은 인스타그램에 소위 #텐풍(텐트 풍경) 사진을 올리기 위해 경치가 특별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백패킹, 유행에 매몰되기보다는 본질을 이해하고 정석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터프하고 불편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고독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멋진 취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비를 갖춰야 하나
백패킹 장비의 무게와 부피는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그래서 가볍고 작아야 한다. 견고함과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바람, 눈, 비, 추위, 벌레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우면서 견고하고 작은데 안전하다면 당연히 가격은 비싸다. 어쩌면 백패킹은 오토캠핑에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든다. 잘못 사들인 고가의 장비가 불용품이 된다면 여간한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구매는 신중하게, 장비는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어야 한다
배낭, 매장에 직접 메어보고 구입해야
아직도 많은 백패커들이 100리터급의 배낭을 사용한다. 큰 배낭이 남성적이며 경륜을 상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히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 세계적 추세는 울트라 라이트 백패킹(Ultra Light Bacpackking, UL)이다. 가볍고 작은 것이 훨씬 멋스럽고 아름답다. 배낭이 작고 가벼워야 그것에 들어가는 장비들도 작고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시중에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등판 없는 배낭까지 출시돼 있지만, 처음 백패킹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65리터 전후, 자체 무게 2kg 이하면 적당하다.
배낭도 사이즈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배낭을 고르려면 토르소(목 척추 뼈에서 골반 뼈까지)의 길이와 허리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매장에 가서 직접 메어보는 것이다.
배낭을 고를 때 브랜드가 전문적이고 다년간의 꾸준함을 가지고 있다면 신뢰해도 좋다. 선택이 혼란스럽다면 세계적 브랜드 중 백패커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고르면 후회가 없다. 백패킹 역사가 짧다 보니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내로라할 만한 배낭 제조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텐트, 사계절에서 시작해 돔형·자립식 순으로
백패킹에선는 알파인용이라 부르는 작은 텐트들이 쓰인다. 크기, 폴의 개수, 원단에 따라 무게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백패킹 텐트는 형태에 따라 돔형과 터널형, 이너텐트의 유무에 따라 싱글월과 더블월 그리고 자립형과 비자립형으로 나뉜다. 돔형은 가로 폴과 세로 폴(릿지폴)이 들어가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터널형은 세로 폴이 없는 대신 바람에 강하다. 싱글월은 동계, 더블월은 사계절 고루 사용된다. 자립식이란 팩으로 고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폼을 유지하는 텐트를 말한다.
텐트를 고를 때 내수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늘막이 아닌 다음에야 비가 새는 예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원단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더블월 텐트의 경우 립스톱 나일론 소재에 20D(데니어: 원사(실) 섬유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 수치가 작을수록 실이 가늘고 밀도가 높음) 정도면 괜찮은 제품이다.
백패킹 텐트는 혼자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면 당연히 가벼운 1인용을 써야겠지만, 작은 내부 공간이 익숙하지 않다면 2인용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다(우리나라 브랜드의 경우는 1.5인용도 간혹 출시하고 있다).
사실 텐트는 하계용과 동계용을 따로 준비해서 계절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입문자의 경우는 2kg 전후 무게, 사계절용, 돔형, 자립식으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여기서 이왕이면 전실이 있는 더블월 텐트가 편리하다. 전실은 장비를 보관하고 때로는 취사 공간도 된다.
셸터, 하나쯤 장만해도 좋은 우리들의 공간
1, 2개의 폴을 세워 지탱하는 텐트를 미드텐트라 부른다. 대개의 폴은 등산스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일반 텐트와 비슷한 구조가 있는가 하면 바닥이 없어 신발을 신은 채 활동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후자를 통상 셸터라 부른다. 셸터는 주로 여러 명이 함께 백패킹을 할 때 식사 장소로 사용된다. 또한 경험이 많은 백패커들은 작은 셸터 하나만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침낭, 보온력도 중요하지만 보관도 신경 써야
침낭이야말로 계절별로 나눠 써야 한다. 여름에는 가벼운 담요 한 장으로 충분하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특히 따뜻해야 한다. 백패킹에서는 우모침낭, 특히 거위털침낭을 주로 사용한다. 침낭은 필파워(복원력)가 좋고 깃털에 비해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력이 좋다. 또한 남쪽 지방보다는 추운 지방에서 생산된 우모가 고품질이다.
필파워 800, 90대10의 솜털 비율, 방수·방풍·통기성이 뛰어난 퍼텍스 원단이면 우수한 제품이다. 충전재는 봄, 가을에는 700필, 추운 겨울에는 1200필 이상이 일반적이지만, 세계적인 브랜드 중에는 적은 충전량으로 높은 보온력을 발휘하는 고가의 제품도 있다.
침낭은 보관이 중요하다. 동물의 털이므로 습기에 노출되면 부패하기 쉽고, 압축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면 복원력이 감소한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팽창된 상태로 걸어놓은 채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트리스, 이왕이면 가벼운 폼매트
전에도 설명했지만,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하며 누웠을 때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백패킹에서는 폼매트와 에어매트가 주로 쓰인다. 고가의 에어매트는 상당한 보온력을 자랑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요즘 백패커들은 몹시 추운 동계를 제외하고는 간편한 폼매트를 가지고 다닌다. 부피가 큰 편이지만 대신 가벼워서 배낭 위에 패킹하기 좋으며, 어느 곳에서나 쉽게 펼치고 접을 수 있다. 특히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랜턴, 너무 밝으면 자연생태 방해돼
백패커들은 캠핑장이 아닌 오지에서 밤을 보낸다. 밤이 오면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변을 살피고 텐트를 밝힐 수 있는 랜턴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가스와 건전지를 이용한 랜턴이 주류를 이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충전식 랜턴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백패킹에서 지나치게 밝은 랜턴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 생태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전식 랜턴은 조도를 반으로 줄이면 사용 시간이 3~5배 늘어난다. 한편, 추가로 헤드 랜턴을 하나 준비하면 야간산행을 포함해 유용하게 쓰인다.
버너, 추위에서도 높은 화력 유지돼야
백패킹 버너는 대개 가스를 연료로 한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온이 영하에 가까워지면 가스가 얼어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높은 화력이 꾸준히 유지되는 레귤레이터 장착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대신 자동점화장치가 달린 버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값도 비싼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화장치는 십중팔구 고장 나기 때문이다.
식기, 취향에 맞게 간단하게
코펠은 세트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막상 필드에서는 불필요한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포크, 시에라컵(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손잡이 달린 작은 컵) 그리고 볼 깊은 프라이팬 하나면 충분하다. 볼이 깊으면 즉석밥도 데우고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식기의 재질로는 티타늄이 가볍고 튼튼하다. 요즘은 비화식을 하는 백패커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도시락이나 조리된 음식을 먹으며 쓰레기 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상으로 백패킹 입문자가 준비해야 할 기본 장비에 대해 알아봤다. 장비가 패킹된 배낭의 적정 무게는 남자는 13kg, 여자는 10kg이라고 한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얘기다. 여기에 테이블, 체어, 식량까지 포함하면 자칫 20kg까지 쉽게 늘어난다.
고독한 현대인의 로망 백패킹, 오래도록 즐기려면 불필요한 장비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글 사진 오태민
백패킹(backpacking)의 사전적(캠브리지 사전 발췌) 의미는 옷과 기타 필요한 물건을 배낭에 넣고 여행하며, 비용이 적게 드는 곳에 머무르는 활동을 뜻한다. 이러한 포괄적 의미는 미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숙식 장비를 배낭에 넣고 이동하며 캠핑으로 1박 이상을 머무르는 활동이란 의미로 구체화됐다.
국내에서 백패킹은 언제 시작됐나
우리나라의 백패킹은 등산 애호가들이 산에 오래 머물기 위해 캠핑을 접목하면서부터 비롯됐다. 그 이후 오토캠핑의 번잡함과 정형화된 캠핑장에 싫증을 느낀 캠퍼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오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동호회를 조직하면서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 2010년 전후의 일이니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는 위에서 언급한 PCT나 AT(Appalachian Trail)같이 수천 km씩 이어지는 장거리 트레일이 없다. 대부분 당일 또는 1박 2일 정도의 단기 트레킹이 주류를 이룬다. 게다가 요즘 백패킹은 차를 타고 야영지에 최대한 접근해서 짧게 걷고 하룻밤을 보내는, 사실 미니멀한 캠핑의 일부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요즘 백패킹은 매우 힙하다. 소위 성지라 불리는 굴업도, 영남알프스 간월재, 선자령, 우도 비양도 등은 주말이면 알파인 텐트로 가득 찰 정도다. 백패커들은 인스타그램에 소위 #텐풍(텐트 풍경) 사진을 올리기 위해 경치가 특별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는다.
백패킹, 유행에 매몰되기보다는 본질을 이해하고 정석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터프하고 불편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체험하고 고독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멋진 취미이기 때문이다.
어떤 장비를 갖춰야 하나
백패킹 장비의 무게와 부피는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그래서 가볍고 작아야 한다. 견고함과 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바람, 눈, 비, 추위, 벌레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벼우면서 견고하고 작은데 안전하다면 당연히 가격은 비싸다. 어쩌면 백패킹은 오토캠핑에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돈이 많이 든다. 잘못 사들인 고가의 장비가 불용품이 된다면 여간한 낭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구매는 신중하게, 장비는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어야 한다
배낭, 매장에 직접 메어보고 구입해야
아직도 많은 백패커들이 100리터급의 배낭을 사용한다. 큰 배낭이 남성적이며 경륜을 상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히 잘못된 생각이다. 요즘 세계적 추세는 울트라 라이트 백패킹(Ultra Light Bacpackking, UL)이다. 가볍고 작은 것이 훨씬 멋스럽고 아름답다. 배낭이 작고 가벼워야 그것에 들어가는 장비들도 작고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시중에서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등판 없는 배낭까지 출시돼 있지만, 처음 백패킹에 입문하는 경우라면 65리터 전후, 자체 무게 2kg 이하면 적당하다.
배낭도 사이즈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배낭을 고르려면 토르소(목 척추 뼈에서 골반 뼈까지)의 길이와 허리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매장에 가서 직접 메어보는 것이다.
배낭을 고를 때 브랜드가 전문적이고 다년간의 꾸준함을 가지고 있다면 신뢰해도 좋다. 선택이 혼란스럽다면 세계적 브랜드 중 백패커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고르면 후회가 없다. 백패킹 역사가 짧다 보니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내로라할 만한 배낭 제조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텐트, 사계절에서 시작해 돔형·자립식 순으로
백패킹에선는 알파인용이라 부르는 작은 텐트들이 쓰인다. 크기, 폴의 개수, 원단에 따라 무게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백패킹 텐트는 형태에 따라 돔형과 터널형, 이너텐트의 유무에 따라 싱글월과 더블월 그리고 자립형과 비자립형으로 나뉜다. 돔형은 가로 폴과 세로 폴(릿지폴)이 들어가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터널형은 세로 폴이 없는 대신 바람에 강하다. 싱글월은 동계, 더블월은 사계절 고루 사용된다. 자립식이란 팩으로 고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폼을 유지하는 텐트를 말한다.
텐트를 고를 때 내수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늘막이 아닌 다음에야 비가 새는 예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 원단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더블월 텐트의 경우 립스톱 나일론 소재에 20D(데니어: 원사(실) 섬유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 수치가 작을수록 실이 가늘고 밀도가 높음) 정도면 괜찮은 제품이다.
백패킹 텐트는 혼자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면 당연히 가벼운 1인용을 써야겠지만, 작은 내부 공간이 익숙하지 않다면 2인용까지는 크게 무리가 없다(우리나라 브랜드의 경우는 1.5인용도 간혹 출시하고 있다).
사실 텐트는 하계용과 동계용을 따로 준비해서 계절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입문자의 경우는 2kg 전후 무게, 사계절용, 돔형, 자립식으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여기서 이왕이면 전실이 있는 더블월 텐트가 편리하다. 전실은 장비를 보관하고 때로는 취사 공간도 된다.
셸터, 하나쯤 장만해도 좋은 우리들의 공간
1, 2개의 폴을 세워 지탱하는 텐트를 미드텐트라 부른다. 대개의 폴은 등산스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일반 텐트와 비슷한 구조가 있는가 하면 바닥이 없어 신발을 신은 채 활동할 수 있는 모델도 있다. 후자를 통상 셸터라 부른다. 셸터는 주로 여러 명이 함께 백패킹을 할 때 식사 장소로 사용된다. 또한 경험이 많은 백패커들은 작은 셸터 하나만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침낭, 보온력도 중요하지만 보관도 신경 써야
침낭이야말로 계절별로 나눠 써야 한다. 여름에는 가벼운 담요 한 장으로 충분하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특히 따뜻해야 한다. 백패킹에서는 우모침낭, 특히 거위털침낭을 주로 사용한다. 침낭은 필파워(복원력)가 좋고 깃털에 비해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력이 좋다. 또한 남쪽 지방보다는 추운 지방에서 생산된 우모가 고품질이다.
필파워 800, 90대10의 솜털 비율, 방수·방풍·통기성이 뛰어난 퍼텍스 원단이면 우수한 제품이다. 충전재는 봄, 가을에는 700필, 추운 겨울에는 1200필 이상이 일반적이지만, 세계적인 브랜드 중에는 적은 충전량으로 높은 보온력을 발휘하는 고가의 제품도 있다.
침낭은 보관이 중요하다. 동물의 털이므로 습기에 노출되면 부패하기 쉽고, 압축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하면 복원력이 감소한다. 그래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팽창된 상태로 걸어놓은 채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트리스, 이왕이면 가벼운 폼매트
전에도 설명했지만,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하며 누웠을 때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백패킹에서는 폼매트와 에어매트가 주로 쓰인다. 고가의 에어매트는 상당한 보온력을 자랑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요즘 백패커들은 몹시 추운 동계를 제외하고는 간편한 폼매트를 가지고 다닌다. 부피가 큰 편이지만 대신 가벼워서 배낭 위에 패킹하기 좋으며, 어느 곳에서나 쉽게 펼치고 접을 수 있다. 특히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랜턴, 너무 밝으면 자연생태 방해돼
백패커들은 캠핑장이 아닌 오지에서 밤을 보낸다. 밤이 오면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변을 살피고 텐트를 밝힐 수 있는 랜턴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가스와 건전지를 이용한 랜턴이 주류를 이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충전식 랜턴이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백패킹에서 지나치게 밝은 랜턴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 생태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전식 랜턴은 조도를 반으로 줄이면 사용 시간이 3~5배 늘어난다. 한편, 추가로 헤드 랜턴을 하나 준비하면 야간산행을 포함해 유용하게 쓰인다.
버너, 추위에서도 높은 화력 유지돼야
백패킹 버너는 대개 가스를 연료로 한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온이 영하에 가까워지면 가스가 얼어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높은 화력이 꾸준히 유지되는 레귤레이터 장착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대신 자동점화장치가 달린 버너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값도 비싼 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화장치는 십중팔구 고장 나기 때문이다.
식기, 취향에 맞게 간단하게
코펠은 세트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막상 필드에서는 불필요한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포크, 시에라컵(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손잡이 달린 작은 컵) 그리고 볼 깊은 프라이팬 하나면 충분하다. 볼이 깊으면 즉석밥도 데우고 다양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다. 식기의 재질로는 티타늄이 가볍고 튼튼하다. 요즘은 비화식을 하는 백패커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도시락이나 조리된 음식을 먹으며 쓰레기 배출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이상으로 백패킹 입문자가 준비해야 할 기본 장비에 대해 알아봤다. 장비가 패킹된 배낭의 적정 무게는 남자는 13kg, 여자는 10kg이라고 한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얘기다. 여기에 테이블, 체어, 식량까지 포함하면 자칫 20kg까지 쉽게 늘어난다.
고독한 현대인의 로망 백패킹, 오래도록 즐기려면 불필요한 장비에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글 사진 오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