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브라이틀링은 '행복한' 브랜드, 시계 트렌드 선도” - 조지 컨 브라이틀링 CEO

139년의 전통을 지닌 브라이틀링(Breitling)은 항공시계로 잘 알려진 기계식 시계 브랜드다. 이런 유서 깊은 브랜드에 모던하고 진취적인 분위기를 새롭게 불어넣은 인물이 있다. 바로 2017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조지 컨(Geoges Kern)이다.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 문을 연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 1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 벌써 타운하우스 한남 오픈 1주년을 맞았다. 직접 와보니 어떠한가.
“굉장히 자랑스럽다. 특히나 코로나19 시기에 원격으로, 레스토랑까지 포함된 이 공간을 구성했기 때문에 더더욱. 타운하우스는 위치도 좋은 데다가 그 자체로도 몹시 아름답다.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그런 장소다. 이제 곧 카페의 일부를 리뉴얼한다. 정찬 위주의 레스토랑과 달리 낮에는 간단한 브런치를 맛볼 수 있는 카페로, 밤에는 다채로운 주류를 판매하는 바(bar)로 활약할 예정이다. 브라이틀링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세계 최초의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대한민국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는 몇 년 전부터 타운하우스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적절한 위치, 충분한 공간, 알맞은 가격, 특히 대도시에서 이런 것들을 충족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하지만 열정적인 브라이틀링 코리아가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팬데믹 기간임에도. 이 동네가 전부 재개발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제 우리가 합류했으니 앞으로 더 굉장한 변화를 기대해도 좋다.”

| 타운하우스를 방문하기 전에는 시계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식음료(F&B) 사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아주 자연스러운 브랜드 경험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이틀링 부티크와 레스토랑은 분명 다르지만, 부티크에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레스토랑에서도 친숙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레스토랑은 행사를 개최하거나 클라이언트를 초대하기에도 훌륭한 장소 아닌가. 오늘날 많은 패션 브랜드가 F&B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불가리나 아르마니의 호텔 등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시설은 이미 유명하다. 이제 부티크에서의 단순 구매뿐 아니라 ‘더 높은 단계’로 확장하기 위해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처음 도전하는 사업 분야이기에 어렵지는 않았나.
“우리의 세계관은 아주 명쾌하다. 덕분에 레스토랑의 청사진도 막힘없이 그려냈다. 타운하우스 1층의 부티크에서는 브라이틀링의 3가지 테마, 항공에서의 비행, 해상에서의 서핑, 지상에서의 바이크가 멋지게 어우러진다. 2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인더스트리얼 로프트 디자인 속에 자연스럽게 비행기 격납고가 자리하고, 서핑 바가 펼쳐진다. 레스토랑의 모든 것이 곧 브랜드의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멋진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게 브라이틀링의 장점이다. 디자인 코드가 명확하다는 것.”

| 타운하우스에서 특히 더 애정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건 마치 내 배우자의 어떤 점이 제일 좋은지 물어보는 것과 같다. (웃음) 그 사람 자체가 좋은 거지, 어느 한 부분이 좋아서 결혼하지는 않는다. 타운하우스도 그렇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만들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한다. 제품, 음식, 인테리어, 심지어 음악까지 모던 레트로 스타일로, 브라이틀링의 모든 요소를 압축한 장소다. 럭셔리 디자인은 이렇게 직관적이어야 한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은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디자인에는 약점이 없다.”

| 그렇다면 타운하우스 방문객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가.
“집에 온 것처럼 기분이 좋고 편안하기를 바란다. 남자라면 ‘여기에 아내와 같이 오고 싶다’,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여자라면 ‘이런 집에 사는 남자와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 브랜드 입장에서 이런 방식의 호스피탈리티가 점점 중요해지는 이유는.
“이런 편안함이 다른 브랜드와의 차이를 만든다.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근 유행하는 호텔 로비 같은 시계 부티크는 끔찍하다. 브라이틀링의 일관된 디자인과 스타일, 뚜렷한 맥락은 자연스럽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이 분위기는 레스토랑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도 확장해 나간다.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 1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계획이 있는지.
“한정판 시계를 마련했다. 한국은 굉장히 세련된 시장이다. 따라서 타운하우스에 방문한 고객의 소장 욕구를 자극할 특별한 시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비타이머 코리아 에디션은 지난해에 탄생 70주년을 맞아 재정비를 마친 브라이틀링의 항공시계 기함, 내비타이머 B01 크로노그래프를 기반으로 삼았다. 특히 화이트 다이얼에 블루 카운터가 인상적이다.”

| 2017년 취임 후 대규모로 브랜드를 정비했다. 시장의 반응과 더불어 본인 스스로의 만족도를 평가한다면.
“브라이틀링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에도 거액의 지분 이전이 있었다. 그것만 봐도 브라이틀링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그 커다란 잠재력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나는 브라이틀링이 여전히 2배, 아니 3배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는 곧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4대, 또는 5대 브랜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 굉장한 목표다. 어떻게 달성 가능한가.
“놀라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고, 개발 아이디어는 끝없이 샘솟기 때문이다. 브라이틀링은 가진 것이 많다. 특히 역사적으로 위대한 유산을 지녔다. 이것이 신제품 개발에 멈추지 않는 풀무질을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다. 전자시계부터 고전적 전문 파일럿 워치까지 제조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부터 세단, 컨버터블, 쿠페까지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에 비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로노맷 컬렉션은 우아한 다목적 스포츠 시계이며, 프리미에르 컬렉션은 파인 워치메이킹의 산물이다. 모든 제품은 최상의 신뢰도를 자랑한다. 이런 만능성이 무엇이든 가능케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스타일을 사랑한다. 그래서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브랜드를 본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제품을 사는 것이다. 우리는 확고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도 여성 시계를 더욱 확장하는 등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브라이틀링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브라이틀링은 남성적 이미지가 강하지 않은가.
“전 세계 인류의 반은 여성이다. 브라이틀링이 이 거대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1950년대 이전에 이미 여성 시계 라인업을 구성한 역사도 있어 명분도 충분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브라이틀링의 여성 시계는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꽃밭을 뛰노는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여성을 위한 색다른 워치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다. 브라이틀링의 여성 홍보대사에 그 힌트가 숨어 있다. 서퍼 스쿼드의 샐리 피츠기번스, 아프리카계 미국 출신의 최초 흑인 수석 무용수인 미스티 코플랜드, 트라이애슬론 선수인 다니엘라 리프, 모두 역동적 활동으로 잘 알려진 여성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현대 여성이라 정의한다. 남성에게 그렇듯, 이런 여성들에게도 멋지고 편안한 선택지가 되고 싶다.”

| 올해 워치스앤원더스 시계박람회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브라이틀링은 바젤월드를 떠난 선두주자 중 하나다. 그 결정은 현명했다. 더 이상 소비자에게 시계를 판매하거나 소매상과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박람회를 열 필요가 없다. 디지털 세상이니까. 곧 신제품 발표를 위한 웹캐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론적으로는 리테일러를 위해서지만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이니까 말 그대로 수백만 명의 사람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 필요하다면 상황에 따라 현지에서 직접 만나면 그만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처럼 말이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다.”

| 현재 시계 업계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시계 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는 ‘브라이틀링’이다. 어느 기자가 내게 말한 적 있다. 브라이틀링은 ‘행복한 날들’의 브랜드라고. <행복한 날들(Happy Days)>은 미국 중서부의 이상적인 삶을 묘사하며 대히트를 친 1970년대의 유명 시트콤이다. 그렇다. 우리는 ‘행복한’ 브랜드다. 우리는 트렌드를 선도하며, 다채롭고 역동적이다. 시계에서는 처음으로 민트 그린과 아이스 블루 컬러를 적용했다. 시계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서핑과 트라이애슬론에 입문했다. 나는 새로운 분야를 접근 가능한 범위에서 도전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곧 트렌드가 됐다. 모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 증거를 보여줄 수 없는 게 아쉽다. (웃음)”

| 앞으로 브라이틀링의 방향성이 더욱 기대가 된다.
“취임 후 5년이 지난 지금, 나의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이제 전술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새로운 요소를 더하는 과정에 있다. 타운하우스를 보면 알 수 있듯, 브라이틀링은 멋지고 캐주얼한 브랜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브라이틀링이 시계 브랜드라는 사실이다. 200여 년의 역사를 지녔고, 세계에서 가장 큰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제조사 중 하나이며, 곧 오토매틱 무브먼트 생산에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브라이틀링은 기계식 시계에 꿈과 감성을 투영한다. 그것이 곧 우리의 꿈이자 감성이다.”

진행 양정원 기자 | 글 유현선 시계 칼럼니스트 | 사진 강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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