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금리 인상 1년, 평가와 전망은



지난해 3월부터 숨가쁘게 올려 왔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어느덧 1년을 맞았다. Fed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도 경기와 증시, 통화정책 여건이 바뀌었다. 앞으로는 피벗(pivot), 즉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언제 내릴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전까지 강한 매파 성향으로 일관했던 Fed가 피벗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첫 금리 인상 때부터 안고 있었던 태생적 문제다. 2021년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쇼크’라 부를 정도로 높게 나왔는 데도 ‘일시적’이라고 오판한 Fed가 뒤늦게 인플레를 잡기 위해 ‘볼커 모멤텀’으로 대처해 왔다.

Fed, 피벗 단행…올해 금리 내릴까

볼커 모멘텀은 인플레가 잡히는 가닥만 보이면 그 명분이 급속히 약화된다. 미국의 CPI 상승률이 지난해 6월 9.1%를 정점으로 안정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6% 내외 크게 둔화됐다. Fed의 인플레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통화정책의 시차가 9개월에서 1년인 점을 감안하면 피벗을 추진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는 것도 피벗 단행의 또 다른 요인이다. Fed가 경기예측기법으로 신뢰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그 격차가 올해 2월 들어 90bp(1bp=0.01%포인트·2년물과 10년물) 가깝게 벌어졌다. 1970년 이후 미국 경기는 최근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예외 없이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정책적으로도 Fed가 인플레만을 잡기 위해 더 이상 주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외적으로 강달러 유도를 통한 인플레 수출책은 다른 국가들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는 중간선거 이후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미국 재무부의 바이 백(buy back)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1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지금의 전황으로 보면 올해는 평화협정, 러시아 패전 등 어떤 형태로든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지정학적 위험과 에너지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벗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Fed 회의에서 나타난 수정된 점도표(최고금리 5.1%)를 토대로 올해 금리 인상 경로를 추정해보면 1월에 이어 3월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한 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플레가 다시 불거져 최고금리가 상향 조정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하지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한 Fed 인사들의 어록을 감안하면 당장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내리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날로 악화되는 미국 국채 시장의 신용경색을 푸는 직접적인 방안도 못 된다. 이 때문에 양적긴축(QT)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피벗의 차선책으로 급부상할 수 있다.

올해 초에 열렸던 전미경제학회에서 심도있게 논의됐던 인플레 타기팅선을 상향 조정하면 금리 인상과 QT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제3의 피벗 대안이 될 수 있다. Fed가 인플레 잡기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상황에서 인플레 타기팅선을 현재 2%에서 3%(혹은 4%)로 올리면 테일러 준칙에 따른 적정금리를 같은 폭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Fed 통화정책, 3가지 점 주목해야

올해 Fed의 통화정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금리 결정권을 갖은 FOMC 보드 멤버들이 대거 교체된 점이다. 지난해 금리가 말이 뛰는 식으로 인상된 데에는 FOMC 보드 멤버들이 강한 매파 성향의 위원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최고금리를 7%까지 올려야 한다는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 자이언트 스텝을 주도한 로레타 메스트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와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에 열렸던 올해 첫 Fed 회의부터 이들이 빠지는 대신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라스 연방은행 총재 등과 같은 비둘기파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새롭게 들어왔다. Fed 내부 인사 중 “최고금리가 4.5% 이상은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통화정책담당 부의장이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입김이 더 세지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Fed의 금리정책에 잣대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최고금리를 하향 교차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 잡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 고리(wage-price spiral)가 차단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점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집값도 올해부터는 인플레 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 고리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고 이에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다시 요구하면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다는 이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도 소비자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임금 상승률이 4분기 시차를 두고 0.3∼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 이후 인플레를 잡기 위한 볼커 모멘텀을 추진한 이래 Fed의 금리정책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해 나가는 ‘고-스톱-홀드(go-stop-hold)’ 원칙을 유지해 오고 있다. 벌써부터 올해 8월에 열릴 잭슨홀 미팅과 9월 Fed 회의가 관심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물가가 잡히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는 ‘슬로세션(slowcession)’에 빠지면 금리를 내리는 방안이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주목해봐야 할 것은 ‘그린스펀 수수께끼’, 즉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다. 2004년 금리 인상 당시에는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으로 이 현상이 나타났으나 지난해 9월 이후에는 Fed 자체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Fed는 제1선 목표인 인플레를 ‘일시적’이라 오판해 선제적인 대응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과 경기 예측이 크게 빗나가 시장참여자로부터 신뢰가 땅에 떨어져 있다. 지난해 마지막 회의 이후 Fed와 파월 의장은 피벗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기대가 살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Fed의 금리 인상 중단 시 증시 전망은

각종 경제지표는 경기를 앞서 가냐 여부에 따라 선행·동행·후행지표로 나뉜다. 투자자 성향도 위험을 얼마나 감내하느냐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resort to risk)’와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로 양분된다. 위험자산 선호 성향도 위험도를 얼마나 더 선호하느냐에 따라 ‘투기’와 ‘투자’로 세분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활동에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자금 흐름에 있어서도 군집 성향이 강해졌다. 최근처럼 전환기에 새로운 조짐인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면 투기자금이 선두에 서고 그 후 투자자금, 안전자금 순으로 뒤따라 오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결정된다. 그린 슛의 단초는 경기보다 정책이 먼저 제공해준다.

올 들어 글로벌 자금 흐름에 있어서는 3가지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권역별로는 지난해 말까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핵심 신흥국으로 환류되는 추세가 뚜렷했다. 중국, 한국, 대만 등 동북아 3국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남짓 기간에 10% 이상 급등했다.

종목별로는 지난해 낙폭이 컸던 빅테크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점도 눈에 들어온다. 애플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삼성전자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 주가도 10%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내내 급락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울렸던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무려 70% 가깝게 치솟고 있다.

시장 간에는 은행으로의 역무브 현상이 중단되고 증시로 이동되는 무브 현상이 감지된다. 한동안 흐트러졌던 주식과 채권 간 ‘6대4’ 원칙이 복원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채권 시장에서 증시로 자금이 이동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 은 등 귀금속 시장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도 마찬가지다.

3대 분야에서 그린 슛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은 미 Fed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처음 제시한 ‘피봇’ 추진 가능성 때문이다. Fed의 금리 인상 이후 글로벌 자금 흐름은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포트폴리오 성격이 강했다. 피봇 추진으로 금리 인상이 중단되고 내린다면 투자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 증시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황이 비슷했던 ‘1994년 이후’와 ‘1999년 이후’ 사례를 감안하면 경기 향방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 중단 이후 신경제 신화가 이어졌던 전자 때는 증시가 대세 상승기가 전개됐으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9·11 테러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크게 부진했던 후자 때는 증시가 붕괴됐다.

지난해 12월 Fed 회의 당시 점도표를 근거로 Fed의 금리 변경 경로를 추적해보면 3월 회의에서 한 차례 더 인상된 이후 한동안 중단되다가 올해 말에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피봇 추진 기대가 나온 이후 ‘100대 초반’으로 급락한 달러인덱스도 조만간 ‘100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 세계은행(WB)이 세계 경제 반기 보고서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1999년 이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월에 제시됐던 수준 대비 반 토막이 난 데다 선진국의 70%, 신흥국의 60%가 침체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WB의 예측대로 된다면 세계 경기는 그레이트 리세션에 빠지고 증시는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 달 후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에 내놓았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회원국의 80% 이상 올해 성장률을 높인 가운데 양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도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올렸다. IMF의 예측대로 된다면 세계 경기는 슬로세션에 그치고 증시는 골디락스 국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2월 들어 미국의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90bp까지 역전된 것도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다. 전통 시각에 입각한 JP모건 등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주가가 조만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은 장단기 금리가 모두 내려가는 추세에는 금융 비용을 줄여 경기 회복을 촉진시키고 주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판단이 쉽지 않다. 결국은 3월에 수정 발표될 Fed의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WB의 시각대로 하향 조정되면 ‘1999년 이후 사례로’, IMF의 시각대로 상향 조정되면 1994년 이후 사례로 증시 흐름이 전개되는 가운데 3월 Fed의 전망이 나올 때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한경미디어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ㅣ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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