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마이너스로 뒤집힌 주택 시장, 생존 전략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 가격 하락은 전에 없이 빠르고, 거래는 절벽을 만났으며,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로 전월세 시장도 혼란스럽다. 과연, 앞으로 이 혼돈의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현 상황이 도래한 원인과 부동산 시장의 건전성을 회복하고 국민 개개인이 살아남으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제안해본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2020년 중반부터 시작된 유동성 확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전 세계적인 감염병, 즉 팬데믹이라고 선언한 2020년 3월 이후 세계 여러 나라는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초저금리로 막대한 돈을 풀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했으며, 고용 및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 성격의 지원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많은 나라에서 근래에 볼 수 없었던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경험했다. 2020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2년간, 미국의 주택 가격은 무려 36% 상승했다(연방주택금융청에서 발표하는 실거래지수인 FHFA지수 기준). 같은 기간 영국의 잉글랜드는 20.3%(영국 토지등기소 주택가격지수)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31.3%(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전세제도로 인해 변동성이 훨씬 더 커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에 더해 전세를 이용한 이른바 ‘갭투기(gap speculation)’가 시장 거품을 더 키운 것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전세 대출 확대도 시장의 수요 팽창을 한층 가속화시켰다. 여기에 2020년 7월 전격 시행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즉,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지속된 엄청난 부동산 시장 과열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유동성 확대와 정부의 정책 실패 그리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제도가 만든 투자 수요 팽창이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불안한 주택 시장, 불행한 국민들
부동산의 본질적인 가치나 수요자들의 지불 능력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가격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또한 거품이 크면 그만큼 터질 때의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부동산 거품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발생했기에 붕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도 전에 없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전에 없이 빠르게 인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의 거품 또한 급속하게 빠지고 있다.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였지만 그 속도와 강도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그 효과 또한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금리 인상의 발원지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았던 데 비해 우리나라는 훨씬 빠르게 냉각됐다. 미국에서는 2022년 7월부터 11월까지 3.6%(FHFA지수)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11.6%(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하락해 속도가 3배나 더 빨랐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더 빨리 냉각된 것은 시장이 작아 충격 흡수 능력이 약한 탓도 있겠지만, 주택 시장에 투자 내지 투기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갭투기나 영끌족이란 신조어는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는 금리 인상이나 경기 변동에 대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반면, 투자 수요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살 집을 장만해서 들어갔는데 대출이자가 높다고 금방 팔아 버릴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시세차익을 노리고 산 집이라면 빠르게 손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서 투자(투기) 수요가 증가한 것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주택 가격의 하락 속도와 폭을 증폭시킨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너무 높았는데 가격이 하락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을까. 소득 대비 집값이 낮아져 내 집 마련이 쉬워지고, 전세가도 하락해 임차인들의 주거 안정성도 높아진 것일까. 아마도 이런 질문에 동의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세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으로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모두 불안한 상황이니 말이다. 신규 주택 시장은 또 어떤가. 미분양이 증가하고 사업성 악화로 곳곳에서 주택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만약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가격이 더 폭락한다면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불행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격 폭락은 가격 앙등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전세의 배신, 월세화는 계속될까
전세사기로 인한 전월세 불안은 우리나라 전세제도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전세는 안전한 임대차 계약인가. 전세가율의 적정선은 얼마인가. 더 나아가 전세가 계속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그것이다. 점점 더 많은 피해자가 확인되고 있는 전세사기는 전세제도가 가진 위험성을 온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수법도 다양하고 피해 규모도 큰 데 비해 전세사기를 예방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전세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낄 것임이 틀림없다. 전세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제도가 이처럼 철저하게 유린당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건축주와 중개인, 바지 집주인 그리고 이 모든 걸 기획한 컨설팅업자 들은 수백 채의 집을 전세를 이용해 매입하고 보증금을 가로챔으로써 세입자들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월세보다 실질 주거비가 저렴하고 집을 점유하고 있으니 안전하다고 믿었던 전세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전세금 반환 보증을 철석같이 믿었던 세입자들은 그 배신감이 훨씬 더할 것이다.

깡통전세와 역전세도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매매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다 보니 전세보증금 밑으로 내려가는 깡통전세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주인이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주택은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특히 보증금 1억~3억 원 수준의 다가구·다세대주택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만약 집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게 되면 세입자는 꼼짝없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역전세도 향후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뇌관이다. 만약 집주인이 기존 보증금과 현 전세가 사이의 차이를 메울 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세입자는 꼼짝없이 발이 묶이고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거래 경직이 일어날 수 있다. 그 차이만큼의 전세보증금 이자를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지급하는 소위 ‘역월세’는 한국인의 유연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전략이 먹힐 수는 없다.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동시에 발생한 주택의 경우에는 해법이 더 복잡하다.

전세의 월세화는 어느덧 대세가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로 완전히 전환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굉장히 독특하고 한계도 많은 제도이지만 여전히 장점도 많기 때문이다. 전세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보증부 월세도 없어진다는 의미인데, 과연 그런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월세와 전세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조합의 보증부 월세는 세계적으로 드문 유연한 제도다. 자산이 별로 없는 청년들은 주로 월세를, 자산이 좀 모이면 보증부 월세를, 자산이 충분하면 전세를 선택해 거주할 수 있으니 집주인과 합의만 되면 자신에게 최적화된 임대차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월세화는 피할 수 없을 테지만, 금리와 전월세 전환율의 관계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전세 비중이 낮아졌다가 다시 높아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어쨌든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에 대한 걱정과 전환율보다 더 높이 올라간 대출금리의 영향으로 월세화는 가속도가 붙었으니 당분간 대세는 월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월세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직했을 때, 월세만 있는 나라에서는 월세 미납자에 대한 강제 퇴거를 막는 제도를 서둘러 시행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증금이 커서 굳이 이런 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전세보증금이 아주 큰 주택의 경우 월세화에 한계가 있다. 10억 원짜리 전세를 전환율 5%를 적용해 모두 월세로 전환하면 연간 5000만 원을 주거비로 내야 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요약하자면, 전세나 월세 그 어느 것도 압도적으로 우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미 100년 이상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은 전세는 완전한 형태보다는 보증부 월세로 계속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누구인가. 적응과 살아남기에 누구보다 강한 민족이 아니던가.

어렵지만 근본에 충실해야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는 정부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전세사기를 엄중하게 보고 사기 예방과 피해자 보호, 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분양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우기 위해 분주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이 빛을 발하려면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전세제도가 가진 한계에 대한 연구와 제도 개선, 특히 보증금 보호를 위한 법적인 장치나 보증보험의 개선 등이 깊이 있게 검토돼야 한다. 예를 들어, 역전세나 깡통전세에 대비해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제3기관에 예치하도록 한다든지, 5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을 심사해 주택의 추가 매입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제도 개선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럼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쟁과 지진으로 인해 세계적인 공급망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금리의 향배도 불투명하므로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오랜 경험을 상기해본다면 부동산 거품이 꺼진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인가인데, 그것은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금리가 안정화되고 전쟁도 끝나는 때가 정상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이든, 내년 상반기이든, 아니면 2~3년 후가 되든 중요한 것은 근본에 충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살 집을 찾는다면 주거 환경이 좋은 곳에 장기적으로 거주할 만한 집을 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할 수 있지만 주거 환경이 좋다면 삶의 질을 보장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손해 볼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셋집을 얻고자 한다면 전세가율이 적정선 이하인 집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적 기준으로 본다면 전세가율 70% 이하가 안정적이다. 매매가가 현재보다 30% 이상 하락하는 상황은 거의 상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손해도 볼 수 있고, 어쩌다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근본에 충실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쥐 앞에 정말 맛있는 치즈가 놓여 있다면, 쥐약이 묻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좋아 보이는데 저렴한 전세라면 위험한 집일 공산이 크다.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는 법이다.

글 김진유 경기대 스마트시티공학부 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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