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평소 자기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의 너를 이겨내라’고.그린 컬러 나토 밴드가 어느 옷에서나 포인트 역할을 하는 마크 골퍼 2세대에는 전 세계 4만2000개 이상의 골프 코스 맵이 저장됐다. 가민 라이트 그레이 스리피스 슈트 포튼가먼트 타이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요즘 근황이 궁금하다.
“대한축구협회의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기도 하지만, 재단이나 조직에서 맡은 역할이 꽤 있다. 이를테면 축구사랑 나눔재단 이사와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 코리아 행정이사, 컴패션 홍보대사 등이다. 그런데 지난 2년간 강원 FC의 대표로 있으면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늘 미안했는데 요즘 빚 갚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활동 중이다. 그 외에 방송이나 강연 등도 다닌다.”
- 강원 FC 재임 시절, 좋은 성과를 많이 냈음에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인사권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아니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원 FC의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좋은 일이 정말 많았다. 특히 은퇴 후 지도자가 아닌 행정을 하고 싶었는데, 강원 FC에서 그 기회를 줬다. 그저 감사하지. 다른 감정은 없다.”
- 행정가로서 경험한 시간은 어땠나.
“실수도 많았지만 K-리그나 한국 축구의 현실을 직접 경험했고, 한계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이나 실질적인 청사진도 확인하게 됐다. 사실 선수로서 은퇴를 하면 패배가 주는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 패배가 주는 고통 때문에 너무 힘들었거든. 그런데 한 팀의 대표가 되고 보니 더 큰 고통도 있더라. 선수는 나만 잘하면 되지만, 한 팀의 대표는 구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한다. 대표의 책상이 왜 그렇게 큰지 이제야 이유를 알게 됐다. (웃음)”
실용적인 러버 밴드를 적용한 마크 애슬릿 2세대. 심박수 측정과 호흡 및 스트레스 추적, 수면 모니터링 등 웰빙을 위한 건강 기능이 탑재됐다. 가민 체크 재킷 마에스트로 타이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패배가 주는 고통이란, 경기에서 패했을 때의 감정을 말하는 건가.
“축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나보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데, 나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다. 그때마다 패배감과 실패감을 맛봐야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밤에 잠을 자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눈을 뜨면 또다시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시작되니까.”
- 어떻게 극복했나.
“나는 재능이 부족했고, 그래서 남보다 더 열심히 하는 길을 택했다. 다른 선수가 10시간 운동하면 나는 11시간을 했다. 다른 길이 없었다.”
-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거다.
“왜 없었겠는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힘도 의욕도 없는 날엔 ‘버티기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를 더 악물었다. 내가 축구를 통해 배운 진리는 딱 하나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다.
“사람들은 축구선수 한 명을 뽑는데 100명이 달려들면 1명만 성공, 99명은 실패자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뭘 모르는 말이다. 절대 그 100명 모두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건 그중 7~8명이나 될까. 거기서 1명이 선택을 받고, 나머지 6~7명은 뭘 해도 잘할 사람들이다. 노력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2만 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10을 하고도 부족하다고 한다. 노력은 어떤 의미에서 정직이라고 생각한다. 땀을 열 방울 흘리면 꼭 열 방울만큼만 성장한다. 그래서 노력에는 시간과 고통, 인내와 눈물이 꼭 따른다. 한계를 수없이 느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슬럼프야말로 ‘기회’라고 생각한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면 폭발력이 생긴다. ‘도저히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비로소 성공할 준비가 된 것이다.”
브라운 가죽 스트랩이 멋스러운 마크 어드벤처러 2세대는 얼마 전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의 웨어러블 기술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가민 그레이 니트, 그레이 체크 재킷 모두 에스.티. 듀퐁
- 요즘 가장 노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노력을 통해 쟁취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고, 유럽 프리미엄 리그에도 진출하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었거든. 그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가장 주목받던 때인 토트넘 시절이 오히려 가장 불행했다. 당시는 전 세계 언론에서 나를 평가하던 시절이다. 어제는 칭찬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비난을 퍼부었다. 허무했다. 그때 깨달은 게 행복이 ‘소유’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을 때 인간은 비로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삭스 업’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시작하게 됐다.”
- 삭스 업은 어떤 회사인가.
“축구를 하다 넘어지면 일어나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양말을 잡아 올린다.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찰 때도 꼭 양말부터 당긴다. 그걸 ‘삭스 업’이라고 한다. 도전에 앞서 자신을 추스르는 루틴 같은 것. 우리 주변에도 삭스 업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 특히 넘어진 사람들을 삭스 업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기부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 그렇게 시작한 게 풋웨어 스타트업인 삭스 업이다.”
- 오늘 촬영은 스마트 기기 업체인 가민과 함께했다. 광고 슬로건이 ‘지금 이 순간의 너를 이겨내’다. 왠지 이영표 부회장과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뛰면 걷고 싶고, 걸으면 서고 싶고, 서면 눕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분명 남들이 걸을 때 계속 뛰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말했듯 나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오히려 더 이를 악물었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평소에도 가민 제품을 애용한다고.
“몇 년 전, 함께 운동하는 션 형님이 처음 가민을 소개해줬다. ‘포러너’ 제품 중 하나였는데 러닝이나 사이클 시 매우 유용하더라. 내가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이루기까지 지속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주는 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심박수나 수면의 질 등을 체크해주기 때문에 잘 때도 항상 차고 잔다.”
- 오늘 착용한 ‘마크 시리즈’ 2세대 컬렉션은 어땠나.
“모든 것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특히 GPS 기능의 정확도가 정말 뛰어나더라. 플래그십 모델답게 세련된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사진에서 보듯 슈트와도 꽤 잘 어울린다.”
-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있다면.
“인터뷰 때마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하지만 내 대답은 한결 같다. 나는 목표가 없다. (웃음) 굳이 말하자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오태일 | 스타일리스트 천유경 | 헤어·메이크업 제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