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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머니 기고=하동훈 EY한영 세무부문 전무] 국제조세는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업무 분야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조세 체계와는 완전히 새로운 흐름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국제조세의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화두는 단연코 글로벌 최저한세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이 자회사 진출 현지국 등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최저한세율(15%)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았을 경우에 모회사 소재지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추가 과세권을 부여하는 과세 체계다. 즉, 해외 자회사가 저율 과세를 적용받는 경우, 모회사가 추가 세액을 모회사 소재지국에 납부하는 소득산입규칙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법안을 법제화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조세 체계 구축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선도적 움직임과는 별개로,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온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조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사업 환경에 변화가 생기고 납세 협력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 있어 지금까지 기업들은 인건비를 포함한 제조 비용 절감, 원부자재 조달의 편의성, 제품 판매를 위한 시장 존재 여부 등에 따라서 해외법인 설립 지역을 선정해 왔다. 이러한 사업적 요소들의 고려 외에 현지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조세 혜택들도 감안했다. 하지만 글로벌 최저한세의 도입으로 인해 실효세율을 낮추는 조세 혜택을 재고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을 고려해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지 재편을 고민하는 등 기업들이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가중된 셈이다.
글로벌 사업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 합의에 따라 도입이 예상되는 조세제도 동향을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선제적으로 살펴보면서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BEPS·디지털세 그리고 글로벌 최저한세2022년 세제 개편을 통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에 입법된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은 한국 정부가 독립적으로 연구하고 정비한 법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G20과 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글로벌 기업들의 세원잠식과 조세회피에 대한 범국가적 대응 방안인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의 일환이다.
BEPS는 경제 활동 및 규모에 비해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국제적 우려에 대응해 2012년부터 G20 국가를 중심으로 OECD의 38개 회원국이 국제적 차원의 논의를 시작한 데에서 기인한다.
현재는 참여국이 전 세계 142개국으로 확대돼 OECD·G20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IF)가 관련 논의를 주도해 왔다. 특히 2018년부터는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 맞게 국제조세 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과세권 재배분에 대한 필라1(Pillar1) 그리고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필라2(Pillar2)로 세분화돼 연구와 논의가 심도 있게 전개됐다.
필라2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적인 세원 잠식 그리고 과세소득 이전을 통한 조세회피를 차단할 목적으로 글로벌 최저한세를 15%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소득산입규칙 등을 각국이 도입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IF는 필라2에 대한 모델 규정과 관련 주석서를 발표했고, OECD에서 발간한 모델 규정과 주석서를 통해 142개 참여국에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각국의 내국세법 입법에 대한 지침을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 여러 국가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중 한국은 국조법 제5장 ‘글로벌 최저한 과세’라는 새로운 장을 신설해 입법안을 마련하고 국회 동의 후 2022년 12월 31일에 공표함에 따라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을 내국 세법상 입법한 국가가 됐다.
글로벌 최저한세의 주요 입법 내용국조법에 포함된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은 OECD의 모델 규정을 충실히 반영해 도입된 법안이다. 현재는 법만 도입된 상황으로, 보다 상세한 내용은 주요국들의 도입 상황을 고려해 2024년 1월 1일 시행 이전까지 국조법 시행령 개정 사항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OECD에서 발표한 모델 규정에서는 어느 특정 국가가 글로벌 최저한세를 입법할 경우, OECD 모델 규정을 충실히 따르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도 본법과 마찬가지로 OECD의 모델 규정을 충실히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요 국가들에서 관련 논의가 늦어지면서 기획재정부에서는 한국도 글로벌 추세에 보조를 맞추어 시행 속도를 조정할 여지도 있다는 입장을 최근에 내놓은 바 있다.
주요 국가들의 상황1. EU의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유럽연합(EU)의 역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지침(directive)이 2022년 12월 13일에 개최된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채택됐다. EU 지침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를 통한 채택이 필요하며, 채택되는 경우 각 회원국이 내국세법상 동일한 규정을 도입해야 하는 강제성이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 지침에 대한 초안이 발표된 이후 몇몇 회원국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나, 마지막까지 동의하지 않았던 헝가리가 반대의사를 철회하면서 최종 채택됐다. 이로 인해 EU 각 회원국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자국세법에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을 도입할 의무를 가진다.
한국 기업들의 주요 교역국이자 글로벌 핵심 경제연합체인 EU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지침을 채택했으며, 각 회원국이 내국세법상 입법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을 시작으로 해서 글로벌 최저한세의 본격적 시행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2. 미국의 IRA
한국 기업들의 또 다른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도 최근 주목해야 할 새로운 조세 관련 법안이 있다. 바로 IRA다. IRA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글로벌 최저한세 개념을 포함한다. 또한 미국 내에 태양광 등 친환경 산업 관련 제조 역량을 높이기 위한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2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광물 조달 및 제품 생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하게끔 규정하는 제도다.
IRA에 반영된 최저한세 도입 제안 방향은 OECD의 글로벌 최저한세 모델 규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다른 나라들은 OECD의 모델 규정을 기반으로 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IRA에서는 15%의 법인세 납부에 대한 최저한세 개념과 친환경 기업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 공존하고 있어 OECD 모델의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한 다른 국가의 제도와 상충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IRA 및 최저한세의 구체적인 시행 규정 내용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내용은이번 글로벌 최저한세의 입법에 따라 해외 기업의 실효세율 계산 및 관리에 대한 납세 협력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해외 소재국의 실효세율이 15%가 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최저한세 계산 방식 등에 대한 여러 조정 내용과 신고 항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4년부터 법 시행이 예정돼 있는 만큼 올해 중으로 해외 자회사들의 현황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우선 해외법인 진출 국가별 실효세율에 대한 선제적인 분석이 필요하며, 분석 결과에 따라 지분 구조 변경, 회계 정책 변경 등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사전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글로벌 최저한세 계산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 적용 항목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업 입장에서 최적의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회사들의 법인세 신고·납부 내역뿐만 아니라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위한 개별재무제표 관리, 이연법인세 자료 정리,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상 다른 제반 조정들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예외 사항 반영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 및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기업이 해외 진출 시, 현지 국가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법인세율 인하나 조세 감면을 추구하기보다는 보조금이나 간접세 감면 방식의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것으로 방향성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즉, 글로벌 조세 환경 변화를 감안해 기업은 각국에서의 조세 인센티브 혜택이 글로벌 최저한세의 적용 대상 조세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이에 따라서 협상 내용과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글 하동훈 EY한영 세무부문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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