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민 작가의 캠핑]전 세계인의 버킷리스트, 아마미제도 '섬 캠핑'
입력 2023-03-28 10:16:45
수정 2023-03-28 10:16:55
아마미제도는 일본 가고시마와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섬 군락이다. 8개의 유인도로 이루어진 이곳은 전 세계 많은 여행자의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아마미군도의 섬들은 아열대의 따뜻한 기후에 산호로 둘러싸인 투명한 바다, 무엇보다 태곳적 모습이 그대로 유지된 풍부한 자연을 자랑한다.
아마미제도에서의 캠핑은 탁월한 여행 수단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장 가까이 경험하면서도 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난 스폿들을 돌아본 후 이국에서의 감성 가득한 저녁 한때를 보내기에 캠핑장은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그런 이유로 각 섬은 깔끔하면서도 환경에 잘 어울리는 캠핑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아마미제도의 캠핑장들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혹시 누구라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호섬 ‘요론지마’
요론지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진 섬으로 아마미제도 최남단에 있다. 면적은 21km²로 우리나라의 덕적도와 비슷한 크기임에도 공항이 있고, 약 6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요론지마는 산호섬이다.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산호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변을 걷다 보면 검은색의 기묘한 바위들을 만나게 되는데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 사람들은 흑화라 부른다.
유리가하마캠핑장은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운 오카네쿠 해변의 풍경 속에 오붓하게 안겨 있다. 캠핑장과 해변 사이에는 촘촘한 방풍림 울타리가 조성돼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부터 사이트와 시설을 보호하고 안정된 아우팅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캠프장에는 2층 침대가 있고 1~4명의 숙박이 가능한 6동의 코티지 구역 그리고 2동의 트리하우스가 들어서 있는 캠핑 구역으로 나뉜다. 캠핑 구역은 구획의 제한이 없어 자유롭게 설영이 가능하다. 우천 시 침수를 대비해 사이트 바닥을 봉긋하게 올려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유리가하마’는 오카네쿠 해변 앞바다 1.5km 지점에 있는 풀등의 이름이다. 봄과 여름철 한사리(만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때 오카네쿠 해변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유리가하마로 이동하기 위해 글라스보트에 오른다.
꽃과 동굴의 섬 ‘오키노에라부시마’
오키노에라부시마는 아마미제도 남쪽에서 두 번째, 즉 요론지마 바로 위에 있는 면적 93km²의 큰 섬이다. 대부분의 지형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200~300개 정도의 크고 작은 종유굴이 산재해 있으며, 사계절 꽃이 만발해서 ‘꽃과 동굴의 섬’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최고점이 246m에 불과한 오키노에라부시마는 아마미군도 섬들 중 유일하게 뱀이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민들에 의하면 2만 년 동안 융기와 침강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은 오키노에라부시마의 북서쪽에 있다. 완만하고 물빛 고운 남국의 바다를 앞에 두고 400m의 긴 백사장이 펼쳐진 이곳은 1994년 개봉된 영화 <고질라 vs 스페이스고질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바다 뒤편으로 100m는 족히 넘을 듯한 절벽이 우뚝 서 있고, 그 사이 골짜기를 따라 폭포가 쏟아진다. 열대식물들은 빼곡한 숲을 이루고 때론 해변을 둘러 방풍림으로 서 있다. 카펫처럼 고운 잔디 그라운드임에도 캠핑장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직 절벽의 위압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의 첫인상을 ‘정제된 터프함’이라 한다면 시설의 청결함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수백 년 수령의 용나무 아래 혹은 넓은 잔디 위에서 어떤 텐트로 설영을 하든 캠핑장 사용료는 연중 무료다.
완조비치캠핑장이 들어서 있는 완조비치는 파우더샌드라 불리는 고운 모래가 산호바다의 청완한 물빛과 어우러져 남국적인 정취가 물씬한 해변이다. 아름다운 해변을 시야 가득 펼쳐 놓고 그림 같은 아우팅을 꿈꾸게 될 바로 그 자리에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오키노에라부시마에서는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과 카사이시해변공원캠핑장의 인기가 높다. 그 까닭은 자연친화적 환경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의 나무숲과 절벽으로 만들어진 그늘 때문이다.
4월부터 시작되는 해수욕 시즌에 아열대의 높은 기온과 치명적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늘은 필요하다. 그런데 완조비치캠핑장은 그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완조비치는 최고 기온이 영상 25도를 넘지 않는 그 밖의 계절에 더욱 탁월해진다. 탁 트인 사이트 뷰에 한적함마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잔디 그라운드 전역을 텐트 구역으로 하고 주차장을 별도로 분리해 놓은 점도 탁월하다.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은 무료 캠핑장의 시설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우며 비수기와 성수기를 나눌 것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산호초의 얕고 투명한 물속에서의 스노쿨링, 해변 양 끝 거친 절벽 아래에서의 다이빙 또한 완조비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장수섬 ‘도쿠노시마’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됐던 인물이 2명이나 태어나고 살았던 도구노시마는 장수의 섬으로 유명하다. 또한 섬의 남쪽에 융기 산호초의 기암이 산재해 있고 종유동을 포함한 다양한 비경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관광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가 고스란히 남겨진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고래, 돌고래, 바다거북과 마주하는 일조차 일상의 풍경이라 한다.
아제프린스비치 해변공원 캠핑장이 있는 아제프린스비치는 도쿠노시마 북동부에 있는 폭 50m, 길이 1.5km의 산호 해변이다. 현 일본 천황인 아키히토가 황태자의 신분으로 황태자비와 함께 1972년 이곳을 방문, 산책했던 것에서 비롯돼 프린스비치로 명명됐다. 공원은 샤워장, 탈의실, 화장실과 야외무대를 갖춘 다목적 광장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대 그리고 아열대의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캠핑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 해변은 모래 대신에 갖가지 모양의 산호 잔해가 해변을 덮고 있다. 특히 캠핑장 앞 작은 바다는 수심이 낮고 파도가 거의 닿지 않아 샌들만 신은 채 걸어 다니며 투명한 물속을 관찰할 수 있다.
캠핑장 시설은 취사대 한 곳이 전부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약 100m가량 떨어진 광장까지 오가야 하지만 거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캠퍼들이라면 불편함은 오히려 이국적 감성을 위한 자극이 된다. 봉긋한 잔디 사이트는 알파인 텐트 1동에 적당한 크기다. 커다란 용나무 그늘에서 해먹캠핑을 즐겨도 좋고 순백의 산호 해변에서 침낭만 덮고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아제프린스비치는 푸른색으로 새벽을 깨우고, 붉은 기운을 흠뻑 들이키고 나서야 비로소 아침을 내어놓는다. 밤새 수많은 별빛에 취하고도 내내 깨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글·사진 오태민
아마미제도에서의 캠핑은 탁월한 여행 수단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가장 가까이 경험하면서도 경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난 스폿들을 돌아본 후 이국에서의 감성 가득한 저녁 한때를 보내기에 캠핑장은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그런 이유로 각 섬은 깔끔하면서도 환경에 잘 어울리는 캠핑장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아마미제도의 캠핑장들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혹시 누구라도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꿈꾸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산호섬 ‘요론지마’
요론지마는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영화 <안경>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해진 섬으로 아마미제도 최남단에 있다. 면적은 21km²로 우리나라의 덕적도와 비슷한 크기임에도 공항이 있고, 약 6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요론지마는 산호섬이다.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산호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변을 걷다 보면 검은색의 기묘한 바위들을 만나게 되는데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곳 사람들은 흑화라 부른다.
유리가하마캠핑장은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운 오카네쿠 해변의 풍경 속에 오붓하게 안겨 있다. 캠핑장과 해변 사이에는 촘촘한 방풍림 울타리가 조성돼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부터 사이트와 시설을 보호하고 안정된 아우팅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캠프장에는 2층 침대가 있고 1~4명의 숙박이 가능한 6동의 코티지 구역 그리고 2동의 트리하우스가 들어서 있는 캠핑 구역으로 나뉜다. 캠핑 구역은 구획의 제한이 없어 자유롭게 설영이 가능하다. 우천 시 침수를 대비해 사이트 바닥을 봉긋하게 올려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유리가하마’는 오카네쿠 해변 앞바다 1.5km 지점에 있는 풀등의 이름이다. 봄과 여름철 한사리(만월)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때 오카네쿠 해변에는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들고 유리가하마로 이동하기 위해 글라스보트에 오른다.
꽃과 동굴의 섬 ‘오키노에라부시마’
오키노에라부시마는 아마미제도 남쪽에서 두 번째, 즉 요론지마 바로 위에 있는 면적 93km²의 큰 섬이다. 대부분의 지형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200~300개 정도의 크고 작은 종유굴이 산재해 있으며, 사계절 꽃이 만발해서 ‘꽃과 동굴의 섬’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최고점이 246m에 불과한 오키노에라부시마는 아마미군도 섬들 중 유일하게 뱀이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주민들에 의하면 2만 년 동안 융기와 침강을 수없이 반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은 오키노에라부시마의 북서쪽에 있다. 완만하고 물빛 고운 남국의 바다를 앞에 두고 400m의 긴 백사장이 펼쳐진 이곳은 1994년 개봉된 영화 <고질라 vs 스페이스고질라>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바다 뒤편으로 100m는 족히 넘을 듯한 절벽이 우뚝 서 있고, 그 사이 골짜기를 따라 폭포가 쏟아진다. 열대식물들은 빼곡한 숲을 이루고 때론 해변을 둘러 방풍림으로 서 있다. 카펫처럼 고운 잔디 그라운드임에도 캠핑장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수직 절벽의 위압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의 첫인상을 ‘정제된 터프함’이라 한다면 시설의 청결함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수백 년 수령의 용나무 아래 혹은 넓은 잔디 위에서 어떤 텐트로 설영을 하든 캠핑장 사용료는 연중 무료다.
완조비치캠핑장이 들어서 있는 완조비치는 파우더샌드라 불리는 고운 모래가 산호바다의 청완한 물빛과 어우러져 남국적인 정취가 물씬한 해변이다. 아름다운 해변을 시야 가득 펼쳐 놓고 그림 같은 아우팅을 꿈꾸게 될 바로 그 자리에 캠핑장이 들어서 있다.
오키노에라부시마에서는 오키도마리해변공원캠핑장과 카사이시해변공원캠핑장의 인기가 높다. 그 까닭은 자연친화적 환경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의 나무숲과 절벽으로 만들어진 그늘 때문이다.
4월부터 시작되는 해수욕 시즌에 아열대의 높은 기온과 치명적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늘은 필요하다. 그런데 완조비치캠핑장은 그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완조비치는 최고 기온이 영상 25도를 넘지 않는 그 밖의 계절에 더욱 탁월해진다. 탁 트인 사이트 뷰에 한적함마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잔디 그라운드 전역을 텐트 구역으로 하고 주차장을 별도로 분리해 놓은 점도 탁월하다. 화장실, 개수대, 샤워실은 무료 캠핑장의 시설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우며 비수기와 성수기를 나눌 것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산호초의 얕고 투명한 물속에서의 스노쿨링, 해변 양 끝 거친 절벽 아래에서의 다이빙 또한 완조비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장수섬 ‘도쿠노시마’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됐던 인물이 2명이나 태어나고 살았던 도구노시마는 장수의 섬으로 유명하다. 또한 섬의 남쪽에 융기 산호초의 기암이 산재해 있고 종유동을 포함한 다양한 비경들이 곳곳에 숨어 있지만, 관광 개발이 거의 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과 바다가 고스란히 남겨진 해양스포츠의 천국이며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고래, 돌고래, 바다거북과 마주하는 일조차 일상의 풍경이라 한다.
아제프린스비치 해변공원 캠핑장이 있는 아제프린스비치는 도쿠노시마 북동부에 있는 폭 50m, 길이 1.5km의 산호 해변이다. 현 일본 천황인 아키히토가 황태자의 신분으로 황태자비와 함께 1972년 이곳을 방문, 산책했던 것에서 비롯돼 프린스비치로 명명됐다. 공원은 샤워장, 탈의실, 화장실과 야외무대를 갖춘 다목적 광장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대 그리고 아열대의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캠핑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 해변은 모래 대신에 갖가지 모양의 산호 잔해가 해변을 덮고 있다. 특히 캠핑장 앞 작은 바다는 수심이 낮고 파도가 거의 닿지 않아 샌들만 신은 채 걸어 다니며 투명한 물속을 관찰할 수 있다.
캠핑장 시설은 취사대 한 곳이 전부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약 100m가량 떨어진 광장까지 오가야 하지만 거친 자연환경을 좋아하는 캠퍼들이라면 불편함은 오히려 이국적 감성을 위한 자극이 된다. 봉긋한 잔디 사이트는 알파인 텐트 1동에 적당한 크기다. 커다란 용나무 그늘에서 해먹캠핑을 즐겨도 좋고 순백의 산호 해변에서 침낭만 덮고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아제프린스비치는 푸른색으로 새벽을 깨우고, 붉은 기운을 흠뻑 들이키고 나서야 비로소 아침을 내어놓는다. 밤새 수많은 별빛에 취하고도 내내 깨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글·사진 오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