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베이커리, 품목 줄이고 공간에 스토리 담아야”

이준범 GFFG 대표



인터뷰/ 이준범 GFFG 대표

2017년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도넛 시장의 판도를 바꿔 버린 ‘노티드’. 이 노티드를 탄생시킨 이준범 GFFG 대표야말로 K-베이커리는 물론 외식 업계에서 수년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손대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확장시키는 그의 베이커리 비즈니스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딱 2년 전 봄날의 주말이었다. 친구와 삼성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그냥 집에 가는 것이 조금 아쉽던 찰나, “삼성역 근처에 ‘노티드’가 있다는데 온 김에 가서 도넛에 커피나 한 잔 할까”라고 친구가 말했다. 대답은 당연히 YES!

당시만 해도 ‘노티드’는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자칭 타칭 ‘빵순이’, ‘빵돌이’ 사이에서나 그 위용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던 시기였다. 친구 말로는 오픈런에, 줄까지 서는 도넛집이라고 하니 더욱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게 3시경 ‘노티드 삼성’에 도착했다. 노란색 스마일 마크, 분홍색 포장상자, 러블리한 감성이 묻어나는 파스텔 톤의 매장이 ‘인증샷 욕구’를 절로 불러일으켰지만, 매장 안팎으로 수십 미터나 늘어진 웨이팅 줄을 보고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다. ‘이곳 인기도 한 1~2년 후에는 식겠지’라고 위안을 했지만 필자의 예상은 보기좋게 벗어났다.

그 뒤로도 노티드의 인기는 진행 중이다. 노티드의 상징과도 같은 슈가베어뿐 아니라 스마일 마크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들을 제작해 매장 곳곳에 진열하고 판매도 함께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서 심볼과 캐릭터를 만들고 이를 제품과 브랜드 굿즈, 매장 인테리어에 적용하면서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노티드의 성공 배경에는 창업자 이준범 GFFG 대표의 빠르게 트렌드를 읽는 탁월한 감각과 끊임없는 브랜드 연구 그리고 K-푸드 글로벌화를 향한 담대한 도전의식이 있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16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한 후 2014년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수제버거 브랜드 ‘오베이(5bey)’로 외식 업계에 뛰어들었다. 독특한 메뉴와 감각적인 매장 인테리어로 오베이를 성공시킨 뒤 외식 브랜드를 하나둘 확장해 나가기 시작한 그는 2015년 올데이브런치, 캐주얼다이닝 ‘리틀넥’, 2016년에는 ‘다운타우너’, 2017년에는 ‘카페 노티드’, 2019년에는 ‘호족반’, 2020년에 ‘클랩피자’를 론칭하는 등 현재 11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매출액도 2021년 700억 원에서 지난해 1000억 원(추정액)으로 40%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그가 도전장을 내민 건 ‘빵’이다. 바로, 올해 오픈한 프랑스 감성 ‘베이커리 블레어’다. ‘베이커리 블레어’는 브랜드만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꾸며져 특별함을 더한다. 패션디자이너이자 베이킹을 취미로 둔 엄마가 주변 이웃의 요청에 가족의 가정집 아래층에 베이커리를 오픈했다는 스토리로 기획됐다. 특히, 매장 내에는 이곳만의 ‘공간력’ 기획이 두드러지는데, 벽난로나 아이 책상과 의자 등 파리의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MZ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과연, 이번에도 이 대표의 매직은 통할까. 동시에 그가 말하는 K-베이커리의 성공 비결을 엿들어봤다.

우리나라 베이커리 비즈니스가 이토록 성장한 가장 근본적인 배경이 무엇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를 꼽자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양한 디저트와 빵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의 빠른 소비심리와 적극적인 테스트 참여가 단기간 내 이 시장을 성장시킨 요인 같습니다.”

대표님도 ‘노티드’ 사업 초기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들었는데 재기할 수 있었던 원천은요.
“2017년에 론칭한 ‘카페 노티드’는 처음에 다양한 프티 케이크를 판매하는 케이크 전문 디저트 카페로 시작했습니다. 초기 평가는 긍정적이었습니다. 노티드 케이크에 들어 있는 ‘크림’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고, 케이크 가격대도 가성비가 좋다는 평이었죠. 하지만 2018년까지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어요. 케이크 특성상 쉽게 모양이 망가지거나, 크림이 녹는 등 환불 이슈가 많았거든요. 심지어 이런 환불 건만 하루에 3~4건이 꾸준히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문제 해결이 시급했어요. 내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적용해보면서 케이크의 크림을 빵 안쪽에 넣어보는 건 어떤지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크림이 안에 들어간 스타일의 도넛이 주류였는데, ‘도넛에 우리 케이크 크림을 넣어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기존에 저희 케이크에서 썼던 크림을 도넛에 넣어봤고, 이게 노티드의 변곡점이 됐습니다. 결과는 좋았어요. 내부 직원들의 평가도 모두 좋았고, 동시에 그 당시에 패키지 역시 특별한 점이 없었는데,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 지금의 패키지가 고안됐습니다. 현재 노티드 시그니처 캐릭터인 스마일도 여기에서 나왔는데, 본래 도넛을 먹으면 크림이 입에 묻곤 하는데, 그걸 패키지에 표현한 것이죠.”

요즘 빵맛은 물론이고, 경험과 공간의 차별성에서 비즈니스 성패가 나뉩니다. ‘노티드’나 ‘베이커리 블레어’도 그 점에서 MZ세대의 마음을 흔든 것 같습니다. GFFG가 지향하는 소비자 경험, 공간이란 무엇인가요.
“공간이란 ‘사람과 음식을 연결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시각적 만족감, 팬덤 등 모든 부분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죠. 저희는 늘 저희 제품이 단순히 음식으로만 고객의 머릿속에 남지 않고, 매년 변화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여러 전략들을 고민해 왔습니다. 그중 패션 업계로부터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이 현재 명성에 그치지 않고 새롭게 디자이너까지 영입하면서 브랜드의 컬러를 진두지휘 하듯, GFFG 역시 브랜드의 지속성을 위해 과거 음식 브랜드들이 해 왔던 전략이나 최근 패션 브랜드들의 전략들도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 요즘은 온라인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잘 보여 줄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구축’ 즉, 페르소나를 통해서도 브랜드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출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함께 시너지를 낸 것이 현재의 GFFG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을 때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다시 오고 싶다”라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고, 그것이 곧 팬덤을 형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일부 베이커리에 팬덤까지 생기는 현상이 인스타용 반짝 트렌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한 베이커리 비즈니스가 되려면 어떤 점들을 간과해선 안 될까요.
“맛에 대한 기획과 개발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획과 개발의 영역은 전혀 다릅니다. 작사가와 작곡가가 나뉘는 것처럼요. 그리고 이를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외식업에 대한 애착은 물론 장기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꾸준함,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또 베이커리는 다양한 변수들이 매출에 영향을 주는 분야이기 때문에 매출을 안정화시키는것이 정말 어려운 분야 중 하나지만 우선, 특정 지역에 비슷한 군이 겹치지 않고, 차별화된 포인트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파생될 법한 맛에 대한 기준점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동시에 고객들이 꾸준히 재방문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 베이커리의 비전인 듯합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이 비전은 과거에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험과 공간이 베이커리 산업에 접목되다 보니 문화, 예술 영역도 이 분야에 파고들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다양한 협업도 진행되고 있죠. 이런 흐름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지속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나날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다양한 취향을 구축하면서 소비력이 강화되고 있어요. 그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경험들이 많아지고 행복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었어요. 저희가 프티 케이크로 시작했을 때는 주 고객층이 2040세대였는데 지금은 IP를 만들게 되면서 10대도 좋아해주시고, 50~60대도 손자와 함께 도넛을 구매하러 방문해주시기도 합니다. 또 저희는 식음료(F&B) 회사이지만 ‘압구정 맨션’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요. 유명한 연사들도 섭외하며 저희 GFFG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보태어 공간으로만 말씀을 드리자면 공간력이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F&B 브랜드 기업으로서 공간과 잘 어울리는 외식업의 핵심 콘텐츠인 메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공간마다 잘 어울리는 음식군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간을 위해 선택된 음식이 돋보일수 있도록 회사 내 여러 부서 간의 소통은 물론 디자인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협업의 기회들을 찾으며 공간과 음식에 대한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대표님도 해외에 K-푸드 비즈니스를 다각도로 고민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K-베이커리의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이미 K-팝이나 코스메틱 등 문화 산업의 전방에 산업들은 먼저 성공적으로 진출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 산업의 후방인 오프라인 기반의 F&B 산업 역시 이러한 공식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며 이 부분에 있어 글로벌의 수요는 많고 아직 공급이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K-문화 산업(팝·코스메틱 등)의 해외 진출 성공의 선례를 따라 F&B 분야에서 GFFG가 그 선례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베이커리 창업에 도전하는 분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이런 점만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조언하실 만한 게 있다면요.
“요즘 경제 상황이 불규칙적이고 미래 예측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브랜드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태계의 시스템화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품목을 줄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다품목으로 시도할 경우 공장 작업을 통한 효율화가 어렵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이 부분이 키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꿈이 있다면요.
“GFFG의 브랜드가 해외로 진출해 글로벌 시장에서 F&B, 푸드 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기업이 돼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향후 저희 GFFG의 사례를 통해 더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K-푸드 산업이 글로벌화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진심을 다해 외식업의 꿈을 펼쳐 나가고 있는 수많은 푸드 콘텐츠들의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도록 해외 진출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한국을 크게 빛내주고 있는 음악, 스포츠, 패션, 영화·드라마처럼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음식 브랜드로 인정받는 것이 꿈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GFF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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