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
베이커리 시장에서 공간과 경험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어떤 맛을 낼지보다 어떻게 ‘브랜딩’을 할지가 생존의 조건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브랜딩이 요즘 소비자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찾아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를 만났다.혹자는 ‘브랜드는 기억’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지만, 결국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이유는 그것과 관련한 감정과 사연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은 곧 친근감과 호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는 베이커리 비즈니스 역시 맛보다는 사람들의 감정을 두드려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박 대표는 국내 디지털 마케팅 1세대로, 그가 2013년 9월 창업한 뷰스컴퍼니는 국내 최대 뷰티 마케팅사 중 하나로,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6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것으로 명성을 얻은 박 대표는 최근 ‘베이커리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뷰티 업계 브랜딩과 마케팅을 연구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들이 요즘 베이커리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요즘 뜨는 베이커리 비즈니스의 특징들과 향후 성공적인 마케팅 요소들은 무엇일까.
최근 베이커리 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요즘 사람들은 단지 빵을 빵 그 자체로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가령, 일상생활 속 하나의 소통 매개체로 여기는 것 같아요. 탁월한 미식가가 아니라면 맛에서는 크게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워요. 커피처럼요. 중요한 건 함께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는 것인데 그때 필요한 건 공간이죠. 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요소 중 베이커리 시장도 자연스럽게 파고든 것 같아요.”
소위 성공한 베이커리 가게들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줄을 서게 만들어야 해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 어떤 빵일까요. 굉장히 단순한 원리인데, 바로 갓 나온 빵이에요. 사실, 굉장히 맛있다는 빵도 시간이 지나서 먹으면 그 맛이 덜하거든요. 잘되는 가게들은 이런 수요의 법칙을 적용해요. 사람들을 줄 서게 만들어서 그때그때 빵을 제공하게 되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맛있다고 느껴지도록 만들죠. 노티드가 매장 수 18개에서 14개로 줄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죠. 그래서 혹자는 프랜차이즈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하고요.”
그 밖에 어떤 특징들이 있나요.
“두 번째는 희소성이에요. 통상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걸 공유하길 좋아해요. 한정판이 팔리는 이유기도 하죠. 마지막으로는 컬래버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즉, 브랜딩이 된 거죠. 그리고 이런 협업을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잠재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요. 더 큰 이익은 홍보 효과죠. 대기업 유통망과 협업을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으니까요. 대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니에요. 고객 유치에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입점이 도움이 되니까요.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더 가속화될 거라고 봅니다.”
동시에 소비에서 공감과 경험의 가치가 확장되고 있어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우선, 기업의 실리 면에서 말씀드릴 게요. 그간 우리나라 브랜드들은 자사몰을 통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전략이 그렇게 힘을 받지 못했어요. 일단, 우리나라는 좁잖아요. 지금도 필요한 건 언제든 집 근처에 나가서 구매할 수가 있어요. 거기에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마저 공룡이 돼 버렸죠. 관련 수수료가 어마어마해요. 실례로 화장품 업체들이 대형 유통사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50% 가까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이런 유통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필요가 생긴 거죠. 베이커리 시장도 마찬가집니다. 독자적인 공간 창출을 통해 불필요한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만드는 거죠. 해외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들 상당수가 작은 소도시의 한 공간에서 파생됐다는 점만 봐도 그래요. 그리고 이것이 금융자본과 만났을 때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죠. 우리나라도 이런 생태계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지속 가능한 베이커리 비즈니스가 되려면 어떤 점들을 간과해선 안 될까요.
“경제학의 법칙 중 80대20의 법칙인 파레토의 법칙이 있잖아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죠. 대개는 전체 매출의 80%는 20%의 단골 고객으로부터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되레 처음부터 인플루언서를 통해 과도한 홍보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지양해야 해요. 그런 것들은 정말 금방 식어 버리거든요.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도 일종의 체력을 쌓는 일 같아요. 차근차근 브랜드의 가치를 알려 나가면서 장기적으로 재방문할 진짜 단골을 유치해 나가야 하는데, 급발진하다 보면 정작 그런 기회들을 날릴 공산이 크거든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해요. 작은 성장이라도 좋으니 매달 성장하며 체력을 길러야 해요. 실례로 백종원 대표가 요즘 진행 중인 예산시장도 백종원이니까 가능한 프로젝트였다고 저는 생각해요. 제대로 된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대박을 기대한다면, 진짜 팬덤을 쌓기도 전에 지쳐서 무너질 겁니다.”
매력적인 브랜딩을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비즈니스의 본질 중 하나는 ‘소비는 감성’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사람의 감정을 움직여야지 그 제품에 대해서 알아볼 의지가 생기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개 기업들의 성장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아직도 마인드가 2차 산업 시대에 머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죠. 그런데 보세요. 지금 우리가 물건이 없어서 못 사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예전처럼 만들기만 하면 다 팔렸던 시대가 아니에요. 결국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예술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것 같아요. 라이프스타일이 되고요. 그 점을 간과해서 안 돼요. 제품력이 이제 절대적 경쟁력이 되지는 않습니다. 요즘 소위 잘되는 빵집들도 맛 그 이상의 소비자들의 마음을 건드는 공간과 경험들이 동반됐기 때문이죠. 이 점을 파고드는 곳이 향후 비즈니스에서 살아남지 않을까요?”
박진호 대표는…
K컬쳐 미디어 전문가로,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2030 파워리더이자 K-뷰티 트렌드 애널리스트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1600여 개의 뷰티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뷰티 마케터 스터디를 통해 마케터를 양성하고 외부 강연 활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