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알파세대, 디지털 DNA 기본…놀이처럼 소비 즐겨”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디지털 건축가, 소비를 놀이처럼 즐기는 문화, 나를 중시하는 성향.’ 알파세대를 대표하는 설명들이다. 특히 경제 교육을 강조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부모로 둔 알파세대는 필연적으로 ‘돈’의 가치를 어린 시절부터 습득하며 자란다.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인 만큼, 존재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셀러브리티’로서의 자존감을 저마다 지녔다. 메타버스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며 가상공간을 창조하는 디지털 DNA는 기본이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인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소비자학 박사)을 만나, 알파세대의 특징과 이들이 이끌어 갈 미래를 물어봤다.

알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아키텍트’라고 표현하고 싶다. 디지털의 설계사, 건축가라는 의미다. Z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성향이 강했다면, 알파세대는 자신의 삶에서 디지털화의 비중이 90~100% 정도로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알파세대가 디지털 아키텍트로서 가장 친숙하게 활용하는 디지털 도구는 무엇인가.
“알파세대는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모든 기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데,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로 대변되는 AI 그리고 메타버스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메타버스를 빼놓고는 알파세대를 이야기하기 힘들다. 사실 기성세대는 대면 활동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시기에 메타버스를 대안으로 활용했던 측면이 컸다. 반면 알파세대에게 메타버스는 여가 활동이자 교육으로 연결된다. 코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세대인 만큼, 자신이 직접 코딩해서 가상공간을 꾸미는 행위를 어릴 적부터 체화했다.

이는 전 세대에서 유일하게 알파세대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나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알파세대는 이 플랫폼에서 게임을 스스로 설계한다는 사실 자체에 큰 흥미를 느낀다. 알파세대의 부모 입장에서도 자녀가 로블록스, 제페토 등을 즐기는 것을 단순히 여가로만 보지 않고 교육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알파세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메타버스 시장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알파세대는 아직 소비 시장에서 어린 나이다. 벌써부터 주목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있다. 알파세대가 중요한 배경에는 저출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프리미엄 아동복 등 키즈 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다. 아이 한 명을 두고 어른 10명이 쳐다보는 ‘텐 포켓(10pocket)’ 자녀가 많은 구조이다 보니, 알파세대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한때 저출산으로 인해 AI 교육이나 아동용 의류, 어린이를 위한 놀이 시장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오히려 시장 규모는 더 커졌다. 단기적 관점에서도 알파세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는 2025년 세계적으로 알파세대가 22억 명에 이르면서 베이비붐 세대를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되던데. 저출산 국가인 국내 상황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알파세대가 국내 시장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할 수 있을까.
“물론 인구의 규모만 놓고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이들이 은퇴하는 시점에 국내 소비 지형이 모두 바뀔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트렌드에 미치는 파급력 측면에서 본다면, 젊은 세대가 문화나 콘텐츠를 주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편으로는 Z세대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각 세대의 특징이 굉장히 유사해졌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 X세대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성향이 서로 굉장히 달랐다. 우리나라 X세대는 굉장히 자유분방했다면, 미국 X세대는 긴축 경제를 경험했기 때문에 사회 비판적인 성향이 강했다.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세대별 특징도 선진국과 차이를 보이게 됐던 것이다. 그러다 Z세대를 기점으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Z세대와 한국 Z세대의 성향이 매우 유사해진 것이다. 글로벌 시장과 한국 시장의 알파세대를 동일한 흐름에서 봐도 될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알파세대가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예측하기 조심스럽지만, 기존 세대보다는 이른 나이에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가정해본다. MZ 담론이 사회적으로 부각된 시점을 떠올려보면, Z세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가며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자유롭게 소비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다른 세대보다도 독립이 굉장히 늦었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알파세대는 그보다 이른 시기인 대학생, 혹은 대학교 졸업 직후부터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알파세대가 시장에서 소비하는 수준은 대학생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이들은 과거 세대보다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훨씬 강하게 형성돼 있다. 한 세대의 가치관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부모가 어떤 교육을 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알파세대의 부모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훨씬 강조한다.

실제로 창업에 도전하는 알파세대 초등학생이 많고,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세대보다 돈에 대한 가치를 매우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알파세대의 소비 파워는 좀 약하더라도, 시장에서의 임팩트는 기성세대, Z세대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성향, 소비 습관은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또래집단에서도 소비 행위를 중심으로 놀이가 이뤄진다. 알파세대 아이들의 놀이 코스를 추적해보면, 필연적으로 이들의 놀이에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이소에서 완구를 구매하고, ‘인생 네 컷’을 찍고, 마라탕과 버블티를 먹는다. 단순히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기성세대의 놀이 방식이 아닌, 소비하며 노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알파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절제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하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요즘 무인 문방구, 무인 편의점 등이 많은데, 알파세대는 이런 무인 서비스를 어릴 때부터 겪으며 자란다. 돈을 주고받으며 화폐 가치를 명확하게 인지하기보다는, 거래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공백을 겪으며 소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 교육을 통해 어떻게 하면 욕망을 절제할 수 있을지 별도의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 세대라고 본다.”

밀레니얼 세대의 자녀 교육이나 양육 환경이 알파세대에게 영향을 끼친 또 다른 부분이 있다면.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는 개념이 잘 없다.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게 잘해내는 것보다는 하나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면 인정해주는 문화가 커졌다. 부모의 양육 태도가 과거 세대와 달라졌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알파세대는 개개인이 존재 자체로 특별한 ‘셀러브리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집안에 비교군이 될 만큼 자녀 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강한 세대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런 특성에 따른 약점도 분명 존재한다.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고 연대하는 성향은 다소 덜하다.”

결국 알파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나’인 건가.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는 ‘사회공동체’를 중시했지만, 이후 등장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나’를 중시하는 성향을 띤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변혁기 수준이었다면, 소황제의 성향을 지닌 알파세대는 있는 그대로의 ‘나 중심성’이 더 강화됐다. 다른 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가치를 독립적으로 추구해 나간다. 앞으로 새로운 세대가 생겨난다고 해도 개인화, 그리고 ‘나’를 중심에 놓는 흐름은 점점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알파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하는 기업들은 어떤 점을 고려하는 게 좋을까.
“소비자가 10대 미만에 접한 브랜드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로도 해당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알파세대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얼마 전 포켓몬빵이 화제가 됐다. 30대 소비자가 10대 시절 좋아했던 콘텐츠가 바로 포켓몬이었고, 이들이 해당 상품을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성인이 되기까지 선호도가 유지된 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게 장기적 관점에서 굳이 (마케팅을) 해야 할까’라는 시선보다는, 브랜드의 노출 연령이 어려지는 상황을 고려해 미리 긍정적인 시그널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알파세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알파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에 따라 양극화가 너무나 커질 수 있는 세대다. 알파세대의 디지털 역량을 증진시켜주되, 이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독해력과 문해력 문제를 충분히 염두에 둬줬으면 한다. 이 문제는 조금 더 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알파세대가 지나치게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는 게 좀 두렵기도 하다. 이들을 마케팅 대상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을 (기업과 기성세대가) 고려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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