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ETF] 달러 강세 흐름에 ‘통화 ETF’ 눈길 가네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 / 사진 본인 제공


지난해 하반기 금융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화두는 ‘킹(king) 달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에 이르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금리 인상 조치가 달러화 강세를 연출한 것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주식과 채권 등 대부분 투자 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보였지만 달러화는 유가 등 물가 상승에 힘입어 상승했던 일부 원자재를 제외한다면 거의 유일하게 양(+)의 수익률을 기록한 자산이다.

지난해 9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4를 상회해 약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여파로 인해 서울 외환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흔히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경기 침체 혹은 금융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당시 온갖 비관적인 경제 전망과 함께 원화의 추가 약세를 점치는 시장참여자들이 다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와 보유하지 않는 투자자 간에 큰 온도차가 느껴졌던 시기이기도 했다.

‘통화’ 투자 대상으로서 가치 주목

자산 가격에 대한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다. 환율은 소위 경제 전문가들조차 쉽사리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전망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환율은 수급과 심리뿐만 아니라 경기, 물가, 금리, 무역 흐름 등 다양한 매크로 변수와 지정학적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환율이 두 나라 통화의 상대 가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대국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수들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환율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고 통화에 대한 예측이나 투자를 단순히 두려워하고 멀리할 것은 아니다.

지난해와 같이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찾아오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특히 달러화에 대한 투자가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최소한 통화 분산이나 헤지 차원에서의 통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증권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개인들의 외화 자산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자산의 가치는 환율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므로 해외 투자에 있어 환율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때로는 환율 자체만으로도 수익 추구를 위한 뛰어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투자를 살펴보면 때로는 해외 채권, 일부 역외 펀드 등 해당 투자 자산의 변동성이 제한적인 경우 오히려 이에 개입되는 환율의 추이가 주된 수익의 원천이 돼 투자 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통화 투자, 환율 움직임 주목…투자 기회 모색

통화에 대한 투자의 기본은 환율의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환율은 양국 통화 간의 교환 비율이다. 즉, 환율은 두 나라의 통화가 개입되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것은 환율이 가진 통화 간의 상대성이다.

한 나라의 통화 강세는 다른 나라의 통화 약세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생각하면 한 나라의 경제 상황이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극단으로 악화되지 않는다면, 각국의 경제 사이클에 의해 환율 또한 주기적인 등락을 반복함을 의미한다. 이는 예측이 어려운 단기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이 상대적인 경기의 흐름에 따라 추세를 그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지난해 ‘킹 달러’ 현상이 물가 억제를 위한 Fed의 금리 인상에 기인했다면, 물가가 고점을 찍은 이후에는 현재 진행 중이기도 한 경기 둔화 혹은 Fed의 금리 인상 종료 사이클이 달러화의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환율에 대해서는 보다 긴 호흡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대응하고 예측 가능한 경기 순환 주기에 근거한 접근법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또 다른 측면에서 환율은 경제 이벤트 등 단기적인 촉매가 ‘오버슈팅(금융 자산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 폭락했다가 장기 균형 수준으로 수렴해 가는 현상)’을 초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때 환율은 투자 심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비이성적인 요인을 걷어낸다면 충분히 이를 이용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통화에 대한 전통적인 투자 방식은 환전 및 통화 실물을 매수한 후 보유하는 것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외환 시장 접근은 대부분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관투자가나 기업의 경우 선물환, 통화옵션, 스와프 등 다양한 통화 파생상품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하는 등 보다 확대된 선택지가 있는 것이 개인투자자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ETF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다양한 자산과 테마, 전략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그 영역은 통화에 대한 투자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의 전체 순자산은 약 90조 원으로 ETF 상장 첫해인 2002년의 약 260배에 이르는 큰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ETF 시장이 성장한 만큼 투자자들의 ETF에 대한 관심 또한 확대되면서 각 ETF 운용사들은 전통적인 투자 대상을 뛰어넘어 다양한 자산군과 테마, 전략에 투자하는 ETF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은 우리보다 더 큰 시장인 해외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투자 수단의 다변화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다분하다.





통화 ETF, 통화 움직임 따라 설계…환리스크 최소화

통화 ETF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 주요국 통화의 가치 변동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를 일컫는다. 외화 계좌 혹은 실물 통화를 직접 보유할 필요 없이 통화의 움직임에 노출되도록 설계·운용된다.

통화 ETF를 통해 특정 통화 또는 통화 바스켓에 대한 노출을 얻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분산투자, 소액투자 가능, 저비용, 환금성, 투명성 등 일반적으로 ETF라는 투자 수단에 적용되는 장점들이 통화 ETF에도 적용돼 효율적인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통화의 직접 보유를 제외한 여타 통화 관련 상품들은 주로 외화 자산 및 현물 보유에 따른 환리스크를 줄이는 용도로 활용된다.

선물환, 통화옵션, 스와프 등과 같은 외환 파생상품들이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 물론 환율을 예측하고 환전을 통해 직접 통화를 보유하는 수요도 있지만 보통 그 규모가 크지 않고 현물 그 자체로 보유하는 대신 주식, 채권 등 외화 자산 투자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통화 자체에 대한 투자가 간혹 투자가 아닌 투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여러 경제 변수들 중에서도 환율 전망이 특히 어렵고 환율의 단기 흐름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수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는 통화 분산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한 번씩 경제가 위기 상황을 겪을 때마다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강세, 위험자산인 원화의 약세를 목도하면서 평소에도 보유 자산 내 달러 비중을 일부 가져가는 방식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통화 ETF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고 이러한 투자 니즈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정 통화 혹은 통화 바스켓의 흐름을 추종하는 통화 ETF부터 통화의 반대 성과를 추종하는 인버스 통화 ETF, 특정 통화의 성과를 증폭할 수 있는 레버리지 ETF까지 다양한 유형의 통화 ETF를 활용해 수익 추구, 통화 리스크 헤지, 포트폴리오 내 분산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엄밀히 말해 통화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ETF는 아니지만, 통화 헤지형 ETF의 경우 외화 자산 투자에 따르는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용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주목해야 할 해외 통화 ETF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증가와 함께 통화와 환율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적절한 투자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환율뿐만 아니라 통화 ETF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현재 시장에는 다양한 통화와 전략을 기초로 하는 국내 및 해외 통화 ETF가 존재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통화 ETF의 경우 안정적인 자산 규모와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해외 통화 ETF 중 ‘인베스코 DB US 달러 인덱스 풀리시 펀드(Invesco DB US Dollar Index Bullish Fund·UUP)’는 달러인덱스(DXY)의 흐름을 추종하는 대표적인 통화 ETF다. 유로화를 비롯해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수익을 보는 구조다.

UUP와는 반대로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의 흐름을 추종하는 통화 ETF도 있다. ‘인베스코 DB U.S. 달러 인덱스 베어리시 펀드(Invesco DB U.S. Dollar Index Bearish Fund·UDN)’로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흐름을 각각 추종하는 ‘인베스코 커렌시셰어 유로 트러스트(Invesco CurrencyShares Euro Trust·FXE)’와 ‘인베스코 커렌시셰어 재패니즈 엔 트러스트(Invesco CurrencyShares Japanes Yen Trust·FXY)’와 함께 최근 Fed의 긴축 완화 기대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의 수혜를 입을 수 있어 특히 관심이 필요한 ETF다.

다만, 이들 해외 통화 ETF의 경우 ETF 표시 통화가 미국 달러(USD)이므로, 이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표적인 국내 통화 ETF로 ‘코덱스(KODEX)’ 미국달러선물 ETF(261240 KS)가 있다. 한국거래소에서 산출하는 미국달러선물지수(F-USDKRW)를 기초지수로 함으로써 이에 연동되도록 운용된다.

한국 원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흐름을 추종하므로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직관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동일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해 레버리지, 인버스 및 2배 인버스 전략을 구사하는 ETF도 존재한다. KODEX 미국달러선물 레버리지(261250 KS),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61270 KS),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 (261260 KS) 등의 ETF가 있는데, 앞서 언급한 다양한 통화 투자 목적과 전략에 맞춰 활용 및 거래가 가능하다.

글 안용섭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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