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인은 더 이상 마니아들의 술이 아니다. 편의점 ‘4캔 만 원’ 맥주만큼이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의 깊고 향긋한 매력에 빠졌다면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전 세계의 매력적인 와이너리로 안내한다.
호주는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면적을 가진 국가로 거대한 영토를 자랑하지만 인구는 2630만 명에 불과하다. 한국과 비교하면 한반도의 35배 면적에 겨우 절반의 인구가 사는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환경이 호주에 ‘와인을 생산하기에 가장 완벽한 나라’라는 별칭을 안겨주었다. 청정자연이 잘 보전된 덕분에 신선하고 건강한 포도를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전역에는 65개 지역에 2400여 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다. 서늘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해안 지역의 포도밭, 냉대 기후를 가진 에스테이트, 푸르른 계곡에 둘러싸여 있는 셀러 도어까지 저마다 다른 기후를 가지고 있어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100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재배하며 매일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3000만 잔 이상의 호주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묵직한 타닌과 산뜻한 신맛으로 ‘호주 국가대표 품종’으로 꼽히는 시라즈, 열대과일의 맛과 향이 상쾌한 샤르도네, 풍성한 보디감과 오랜 여운이 남는 카베르네 소비뇽 등이 대표적인
와인이다. 매력적인 경치와 훌륭한 와인, 입맛을 돋워줄 다채로운 음식까지 다양한 미식을 즐길 수 있으니 그야말로 호주는 와이너리 투어를 위한 최적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호주의 캘리포니아, 바로사 밸리
남호주는 호주 최대의 와인 산지다. 이곳의 따뜻한 기후와 이상적인 토양은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뛰어난 품질로 성장시킨다. 남호주에서도 바로사 밸리는 호주에서 오래된 와인 산지 중 한 곳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시라즈, 그르나슈, 마타로, 카베르네 소비뇽, 세미용 품종을 생산해 온 와인 본거지다.
풍부한 맛의 레드 와인은 물론이고 숙성 과정에서 브랜디를 넣고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fortified wine) 와인이 명물이다. 그중 최고로 꼽히는 와인은 역시 시라즈. 호주의 대표 품종이기도 하지만,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한 시라즈는 스파이시하면서도 베리류 과일의 진한 풍미와 단단한 구조감을 자랑한다. 덕분에 묵직한 풀보디 와인을 선호하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바로사 밸리는 남호주의 주도(主都)인 애들레이드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150여 개의 와이너리와 80개의 보틀숍에서는 와인 시음은 물론 제철 농산물을 맛볼 수 있다.
체험할 수 있는 와이너리 투어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세펠츠필드란 와이너리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본인이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생년 빈티지’ 와인을 배럴에서 바로 따라 마실 수 있는 투어, 엘비스 프레슬리 사망(1977년)과 타이타닉 침몰(1912년)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해에 생산된 와인 5가지를 맛보는 ‘역사 속 순간’ 투어 등을 운영한다.
전통 있는 와인 생산지, 헌터 밸리
시드니 북쪽에 위치한 헌터 밸리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이자 호주 와인 산업의 발상지다. 19세기 초, 이곳에 포도나무가 최초로 심긴 이후 호주 와인 역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덥고 습한 아열대성 기후지만 구름양이 많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재배할 수 있다.
대표적인 품종은 세미용. 일반적으로 세미용은 산도가 낮고 향이 강하지 않아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와 함께 블렌딩해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다. 그러나 헌터 밸리에서 생산되는 세미용은 산도가 높고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향긋하고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헌터 밸리로의 여행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미식이다. 수준 높은 파인다이닝과 혁신적인 레스토랑이 많아 세계적인 미식 여행지로 인정받는다. 향긋한 와인과 입을 즐겁게 만드는 미식의 조화라니, 와인 마니아라면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글 김은아 협조 호주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