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AI와의 행복한 동거


2016년 3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대형 로펌에서 인터뷰 진행 후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사이에 사소한 논쟁(?)을 구경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직업이 변호사와 회계사 중 누가 될 지에 대한 것이었죠. 논쟁 당사자들은 상당히 진지했습니다. 당시 AI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경기에서 인간의 패배를 씁쓸하게 지켜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입니다. 직업명에 ‘사’를 단 전문직 종사자들의 불안이 이 정도였으니 사회적인 파장은 그 이상이었겠죠.

금융권에서는 AI 기술의 활용이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챗GPT(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은 AI 금융의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습니다. 초보적인 챗봇이나 상담AI의 영역에서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나 디지털 콘텐츠의 작성과 관리 등 점차 금융업 전반으로 AI 열풍이 번져 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챗GPT로 달라질 금융권 미래’ 보고서를 보면 금융업 전반에 AI 열풍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챗GPT 3.5는 대화의 숨은 맥락을 이해하거나 질문을 기억해 답변할 수 있고, 다양한 대화 스타일과 상황을 학습해 광범위하고 다양한 시나리오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 개선, 금융사기 방지, 신용모델 구축, 개인화된 상품 제공 등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진다는 겁니다.

다만 상당한 우려도 현존합니다. AI가 가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예측을 잘못하거나 언어 패턴을 학습한 AI가 특정 개인과 매우 유사한 말투를 흉내 내 피싱(phishing)에 쓰일 위험도 있기 때문이죠. 더구나 AI가 무섭게 대체할 일자리도 걱정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일자리 중 3분의 2가 어느 정도 AI 자동화에 노출돼 있고, 전체 고용의 4분의 1이 모두 AI에 의해 수행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AI와 인간의 행복한 동거가 가능할까요. 한경 머니는 챗GPT에 금융권 일자리 변화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대답인즉 “(금융권의) 이러한 직업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으며, AI는 이들 직업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또한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를 수행할 사람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경 머니는 5월호 빅 스토리 ‘AI금융 지각변동, 주목할 신 스틸러’에서 AI금융의 열풍에서 눈여겨봐야 할 결정적 장면들을 꼽아보았습니다. AI가 나비효과처럼 불러일으킬 금융업과 일자리의 변화, 보험업과 자산관리, 미래 금융의 모습 등을 프리뷰처럼 펼쳐본 겁니다.

AI의 영향은 금융업에 국한돼 있지 않습니다. 삼정KPMG의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AI 비즈니스 혁신’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생성형 AI로 인해 마케팅·영업, 고객 서비스, 인사, 법률·컴플라이언스, 연구·개발, 물류·유통 등 다양한 분야가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AI와 행복한 동거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불편한 동행을 택할 것인지 우리의 선택이 시급한 순간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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