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일본 증시 부활, 추가 상승 기대되는 이유



올해 들어 일본 증시와 경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연초 이후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1.26%(6월 8일 기준)가 올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 상승률 9.97%를 10%포인트가량 웃돌았다.

일본의 경제성장률도 3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개인소비와 기업투자 증가에 힘입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7%가 증가해 속보치 0.4% 대비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됐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삼성전자는 일본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고, 워런 버핏도 일본의 종합상사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연일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장기 경기 침체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던 일본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엔화 약세…日 경기 회복 견인

미국, 유로존 등 여타 선진국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 가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가 압력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목표금리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무제한 국채를 매입하는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엔화 약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일본 기업들의 가격 및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리스크라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이어 갈 수 있다는 점도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일본은 1억2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넓은 내수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리오프닝 이후 관광객 급증과 내수 소비 확대를 바탕으로 서비스업 경기 개선이 강화되며 일본의 경기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日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공세…저평가 국면 벗어나

올 초 이후 일본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 투자였다. 지난 3월 말 이후 9주 연속으로 552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졌고, 4월 중 버핏이 일본 투자 확대 계획을 언급하면서 외국인 매수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완화적인 금융 여건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 환원 확대 등이 외국인 매수세를 촉발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의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장부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미만인 기업에 개선 방안을 공시하도록 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약 절반이 PBR 1미만으로 저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수익성(ROE)을 향상시키는 한편,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 소각과 배당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해당 조치 이후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기업의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노출도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일본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이끌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긴장으로 인한 위험 프리미엄 확대를 경계하는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경제 공조가 강화되며 일본 경제 전반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日 증시의 상대적 강세 기대 이어질 듯

연초 이후 일본 증시 반등 폭이 가팔랐던 만큼 앞으로 나타날 상승의 기울기는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위험자산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잔존한다. 그러나 여타 증시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과 기업 가치 제고 노력 등으로 일본 증시는 글로벌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특히 일본 증시는 외국인투자자가 시세를 끌어올린 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자금이 유입되는 선순환이 나타나곤 했다. 일본 정부가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개선을 통해 가계의 금융 자산을 투자 시장으로 유도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유인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해볼 만하다. 거시경제와 기업 펀더멘털, 우호적인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볼 때 일본 증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판단된다.


글 최보경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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