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ETF] 재평가받는 일본 증시…4가지 강세 이유



장기 불황 이후 힘을 못 쓰던 일본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초 이후 글로벌 주요 국가의 지수 등락률을 살펴보면 나스닥 지수에 이어 니케이225, 토픽스 지수 모두 최상위권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일본 증시와 경제에 대한 인식은 ‘잃어버린 30년, 장기 불황, 역동성이 떨어지는 국가’의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일본 주식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1990년 이후 약 33년래 최고 수준으로 가파른 상승 흐름을 이어 가고 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4만4752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만6272건 대비 무려 70%가 증가했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2012년 아베노믹스에 이어 2021년 이후 기시다노믹스까지 일본의 불황 탈출 노력이 꾸준히 증시에 반영돼 2010년 이후의 일본 증시는 오히려 한국 증시의 상승률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일본의 주식 시장을 이제는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봐야 할 시기다.



글로벌 인플레 환경 속 엔저 효과 주목

엔저를 바탕으로 한 일본의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일본 증시 강세 흐름의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빠른 금리 인상에서의 엔저 환경은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와 기업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

더불어 장기적인 만성 디플레이션에서의 탈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전반의 인플레이션 환경은 오히려 일본에 기회가 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완전 고용 수준에 근접한 노동 시장은 지난 3월 30년래 최대 임금인상률을 기록하는 등 임금 개선 징후가 뚜렷하고, 이는 소비 및 인플레 기대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은 작금의 글로벌 인플레 환경을 이용해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탈피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 부양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 증시 강세의 또 다른 이유로는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일본 종합상사 기업에 대한 지분 확대를 빼놓을 수 없다.

버핏 회장은 2020년 일본 5대 종합상사(이토추·마루베니·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의 지분을 5% 매수한 이후, 최근 7.4%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그는 최근 일본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종합상사에 투자한 배경을 설명하며,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버핏 회장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밝힌 일본 종합상사의 투자 이유는 △이익률(earnings yield)이 높다는 점(≒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 △배당이 증가하는 점 △버크셔해서웨이처럼 복합 사업체이고,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기업이라는 점 등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버핏 회장이 지분을 늘린 일본 종합상사의 주가는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일부 기업의 주가는 2배가 넘는 상승을 보였다.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은 현시점에서도 크게 비싸지 않다.

최근 버핏이 차익 실현이 아닌 추가 지분 확대를 한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펀더멘털의 추가 개선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당국의 증시 부양책·일본 전통 산업 강점 부각

일본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주식 시장 부양책도 일본 증시 강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일본 증시는 버핏 회장이 매수한 종합상사뿐만이 아닌 시장 전체의 상승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 기대가 증시 전반의 모멘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TOPIX)가 상장 기업들에 주주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라고 주문한 것도 일본 주식 재평가의 배경이다. 토픽스는 주가순자산배율이 1배가 안 되는 상장 기업들에 그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후 일부 회사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통한 주가순자산배율 1배 이상을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가 형성됐다.

정책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인 일본 증시의 현재 PBR은 1.4배를 기록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익 개선이 수반되고 있어 현시점에서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전략과 일본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는 일본 증시에 큰 호재가 되고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 일본을 중국 견제의 핵심으로 놓고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중국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는 미국은 첨단 산업과 군사력에서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첨단 산업과 군사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분야는 반도체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과 한국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위태롭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분위기를 이용해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 기회로 삼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물론 미국 마이크론도 향후 수년간 최대 5000억 엔 투자 계획을 밝힌 소식들은 주목할 만한 이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수록 일본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섹터 측면에서 올해 글로벌 증시의 명실상부한 주도주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포함한 자본재, 기계 섹터다. 챗GPT(ChatGPT) 등장 이후 빅테크들의 AI 투자 러시, 공급망 구축 시 산업용 로봇, 건설기계에 대한 수요 확대 기대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이 이러한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최근 일본 증시의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일본 투자 유망 주요 ETF는

올해 들어 일본 투자의 시대는 분명 가까워졌다. 일본 증시의 재평가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에서 인덱스나 특정 섹터에 대한 투자 모두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인덱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살펴보면 일본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 ETF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재팬 지수를 추종하는 EWJ가 대표적이다.

엔화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엔·달러 헤지를 통해 엔화 약세 시기에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는 DXJ도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토픽스와 니케이225를 추종하는 ETF들이 상장돼 있다. 이 중 ACE 일본 니케이225(H)는 원·엔 환율 헤지를 통해 엔화 약세에 대한 리스크를 낮춘 특징을 지닌 상품이다. 지수보다 특정 섹터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일본 상장 ETF에 관심이 필요하다.

버핏 회장이 투자하는 종합상사 기업이 포함된 노무라 NF TPX17 커머셜 & 홀세일 트레이드 ETF(Nomura NF TPX17 Commercial & Wholesale Trade ETF·1629-JP)는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X 재팬 세미컨덕터 ETF(GlobalX Japan Semiconductor ETF·2644-JP)에 이어 올해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편입 종목 구성에서 보면 5대 종합상사가 상위 톱5에 위치하고 있고, 그 비중은 현재 72%(블룸버그 7월 7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고배당 기업으로 구성된 BRJ 아이셰어즈 MSCI 재팬 하이 디비던드 ETF(BRJ iShares MSCI Japan High Dividend ETF·1478-JP)는 일본의 저금리 환경 지속 및 주주 환원 정책 확대에 따른 증시 전반의 재평가 기대를 고려할 때 수혜가 예상된다.

편입 종목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3.84%(블룸버그 7월 4일 기준)이며 평균 PBR은 1.3배 정도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제한적인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성장주 섹터에 관심이 큰 투자자라면 일본 주요 테크 기업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X 재팬 테크 톱 20 ETF(GlobalX Japan Tech Top 20 ETF·2854-JP) 그리고 일본 로봇·AI 관련 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X 재팬 로보틱스 & AI ETF(GlobalX Japan Robotics & AI ETF·2638-JP)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 배성영 KB증권 WM투자전략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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