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일본, 30년 만에 경제 패권자로 부활할까

희비 엇갈린 한·중·일 경제 삼국지




‘연오랑세오녀(延烏郞細烏女)와 일본(日本).’

경북 포항 영일만(迎日灣)에서 차로 쭉 타고 올라가면 맞은편 끝에 ‘호미곶’이라는 동해안 끝단이 나온다. ‘태양을 마중한다(迎日)’는 뜻의 영일만을 감싸고 있는 모양이 마치 ‘호랑이 모양 한반도의 꼬리 같이 생겼다(虎尾)’고 해서 예로부터 이곳을 ‘호미곶’이라고 불렀다.

호미곶 일출의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1년 365일 빠짐없이 일출을 마중하는 한 쌍의 부부가 있다. 태양을 마중하는 영일만의 호랑이 꼬리, 호미곶의 태양은 언제나 서로 마주보고 있는 한 쌍 청춘 남녀의 조각상을 부처의 보살처럼 은은하게 비추면서 떠오른다.

이들 조각상은 다름 아닌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나오는 신라 설화 속 주인공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다. 일본으로 떠내려가 일본의 태양이자 왕이 된 연오를 좇아 세오마저 따라가 왕비가 되니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으나, 세오가 직접 정성으로 짠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니 신라에 빛이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자신의 ‘근본으로 생각하는 태양(日本)’이 신라에서 유래했다는 이 설화에서 보듯이, 한국과 일본은 천년 이상 매우 오래전부터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한국전쟁과 신냉전 시대의 특수를 잘 이용하고, 1960년에는 도쿄 올림픽도 유치하는 등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한다. 그래서 1955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 약 30년 동안을 일본의 고도경제성장(高度經濟成長) 기간이라고 부른다.

특유의 근면성과 높은 기술력, 자신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사회 문화, 높은 저축율과 집약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경제정책 덕분에 일본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며 1980년대 미국에 필적하는 명실상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전 세계의 전기·전자, 자동차와 기계 산업을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으로 휩쓴 1980년대는 가히 일본 기업들의 최고 전성기라 할 수 있다. 당시 소니사의 워크맨(Sony Walkman)은 지금의 아이폰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최애 물품으로 자리매김한다.

또한 도요타는 ‘고장이 나지 않는 자동차’로 알려지면서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미국 내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1989년도 기준 당시의 글로벌 세계 톱10(자본금 기준) 기업을 보면 ‘일본은 사실상 1980년대 세계 경제의 패권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거미줄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이 세계 경제를 휩쓸기 시작하던 1980년대 초에 이미 앞으로 열도에 다가올 이후 30년간 불행의 씨앗은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하나씩 파종되고 있었다.

당시 미국 내 여론은 악화된 무역수지 때문에 반일 감정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일어났고, 서방 5개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통해 당시 달러당 250엔이었던 일본 엔화 환율을 120엔으로 인위적으로 크게 평가절상을 하게 된다. 합의 이후 일본은 높은 엔화 가치(엔고) 때문에 무역수지가 악화됐고, 무역흑자가 줄어들면서 고도성장 기간 중에 빠른 경제 성장과 자본 유입으로 크게 올랐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버블 붕괴 현상을 겪게 된다.

이러한 버블 붕괴와 자산 가치의 지속적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일본 내 신규 투자가 정체되는 ‘경기 침체의 순환고리’를 만들어 아무리 유동성을 투입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이른바 ‘구조적인 침체’에 빠지게 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경제 침체,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은 이후 ‘잃어버린 10년(The lost decade)’으로 회자되기 시작해, 끝 모르게 지속되며 ‘잃어버린 20년’ 그리고 ‘잃어버린 30년’으로 계속 늘어나게 됐다.

일본을 괴롭혀 오던 경기 침체 즉,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2012년 새로 수상으로 취임한 아베 신조는 과도하리 만큼 돈을 풀어 유동성을 최대한 확대함으로써 물가를 자극하는 소위 ‘아베노믹스(Abenomics)’를 실시했다. 엔화가 시중에 넘쳐나게 되면 엔화의 가치가 낮아져서 일본 기업들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게 되며, 물가도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상승함으로써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유동성 살포와 인위적인 엔저 추구 등 일본의 힘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아직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물가 상승률 및 경제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코로나19 직전 연도인 2019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기사들이 일본의 주요 신문 경제면을 도배했다.

지난 30여 년간 비관적이던 상황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19’라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출현으로 방향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국과 유럽이 단기간 내에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살포한 덕분에, 1980년대 이후 일본인의 사전에서 사라졌던 ‘물가 상승’이란 단어가 다시 소환된 것이다.

아베노믹스로 유동성을 풀고 있었지만 역부족을 느끼고 있던 터에, 마침 엄청난 양의 글로벌 유동성이 일본의 물가를 떠밀어 올리며 말 그대로 일본 경제를 ‘공중부양’시켜 버린 것이다. 일본의 소비자물가(CPI)는 3%대 이상으로 올랐으며, 2022년 생산자물가(PPI) 지수는 전월 전년 대비 9% 이상의 상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상승률을 보여줬다.

물론 일본 자체의 노력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인플레 상황이 일본의 디플레 탈출에 ‘가뭄에 단비’와 같은 조력자 역할을 해준 것이다. 30년 만의 오랜 잠에서 깨어난 일본 물가 상승이 주는 의미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뇌리에서 지워져 버린 일본인들과 기업들에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살아 있다’라는 희망을 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투자 다시 재조명되는 3가지 이유

물가 상승 그 자체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투자와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가치투자의 아이콘인 워런 버핏이 2020년 이후 2023년 현재까지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수하면서 일본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층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은 2023년 한 해만 2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1990년 5월 이래 23년 만에 처음으로 니케이 지수는 3만3000선을 회복했다. 버핏이 투자한 미쯔이, 미쯔비시 등 5대 종합상사 주식도 2023년 현재까지 대부분 50% 이상의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이 버핏을 비롯해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첫 번째 이유로는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핏이 일본에 투자하기 시작한 시점인 2020년 여름 니케이225 지수는 약 2만2000선이었다. 글로벌 양적완화로 일본의 물가도 오르고 일본 국내 투자도 이뤄져 경기가 다시 살아난다면 니케이 지수의 3만 선 회복은 상당히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실제로 니케이 지수는 2020년 8월 이후 3년 동안 50% 이상 상승하면서 연평균 18%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두 번째로 버핏이 투자한 일본 종합상사들이 일본 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일본어로 ‘쇼샤(商事)’라고 불리는 이들 기업들은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며 일본 경제에서 필수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제의 재건에 앞장섰으며, 특히나 일본과 관련된 글로벌 비즈니스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일본의 종합상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일본에 글로벌 투자가 이어지고 경기가 살아난다면 일본의 상사들이 우선적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환율을 들 수가 있다. 사실 버핏이 처음 투자할 당시의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0엔 대로 엔저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이후 2021년부터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2023년 한때 달러·엔 환율이 150엔 가까이 올라갔다.

이처럼 비싸진 달러를 매도해서 엔화를 싼 값에 매수하면 안 그래도 저렴해진 일본 주식을 더욱 싼 가격에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이다. 이에 더해 엔화의 가치 하락이 이제는 상당 폭 진행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인 셈이다.



“일본 경제 회복은 신기루?”…임금 인상은 최대 과제

일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일각에서는 “짧은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상당하다. 우선 일본의 니케이225 지수는 향후 기대감을 반영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이미 상당히 올라온 상황이다.

2022년 말 기준 18배 정도였던 니케이 지수의 PER은 지난 7월 15일 기준 약 22배로 올라 20배인 미국 스태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19배인 다우 지수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높은 수치는 일본 주식이 2022~2023년 기간에 많이 올라서 상당히 비싸졌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만약 향후에 투자자들이 일본의 주식이 고평가됐다고 생각해 투자를 줄이고, 부양됐던 물가 또한 2%를 유지하지 못한 채 예전 수준으로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면 일본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모래성이 바람에 날려 흔적도 없어지듯 한순간에 사그라들 수 있다.

특히 일본은행(BOJ)이 현재의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통화정책의 변화를 가져온다면 주식 시장 등 투자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라는 급격한 통화정책의 변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고민들 때문에 신임 우에다 BOJ 총재는 아베노믹스 때부터 지속돼 온 유동성 공급, 즉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기준금리로 대변되는 초저금리 정책 2가지를 확실히 쥐지도 버리지 못한 채 계륵(鷄肋)과 같이 둘을 여태껏 손에 얹어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달러당 140엔대로 올라와 가치가 하락할 대로 하락한 엔화를 마이너스 금리 상태로 마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자가 없는 통화는 투자 매력이 없어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경제 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화 환율이 지금 같이 변동성이 커지고 또한 가치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다면 장래 엔화의 신뢰도에도 큰 손상이 올 수가 있다.

왜냐하면 안전자산 및 국제결제통화로서 엔화의 위상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일본 정부와 BOJ가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따라서 상당 기간 계속해서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엔저가 꾸준히 일어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수출과 투자 경기 회복을 위해 용인한 엔저가 수출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최근의 무역수지 결과 또한 BOJ의 고민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22년 9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가장 최근 수치인 2023년 6월 무역수지 적자 폭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은 달러·엔 환율이 139엔에서 145엔까지 올라 엔화 가치가 가장 급격히 하락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이에 따라 BOJ의 대안은 기준금리를 당장 올리지 않는 대신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의 국채금리를 일정한 범위 내로 묶어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일드커브콘트롤, YCC 정책을 손보는 것일 것이다.

즉, 현재 ±0.5%로 정해져 있는 YCC 금리밴드를 확대해 ±0.75%나 ±1.00%로 확대 수정하거나 결국엔 폐지하는 중간 단계의 해법을 조만간 찾을 가능성이 높다. BOJ는 30년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인 물가 상승을 2% 이상의 일정 수준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현재의 양적완화 기조와 금리 인상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둘 다 저울질하면서 시기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30년 만에 찾아온 물가 상승과 인플레가 한편으로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일본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로서는 가장 큰 우려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에 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던 1980년대와 같은 재팬드림(Japan dream)은 이제는 없다.

“월급 빼곤 다 올랐다”는 국민들의 푸념은 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소임이자 책무다. 일본에는 이제 열악한 근무 환경과 박봉만 남았을 뿐이다. 일본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공무원 지원율도 예전 대비 반 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박봉을 견디다 못한 많은 일본인들이 이제는 더 많은 임금과 좋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저출산과 노동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에 더 ‘산업공동화’라는 큰 사회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본은 물가 상승이 고착화되는 것이 일단 확인되기만 하면 재빨리 임금 인상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길만이 장기적으로 디플레를 탈출할 수 있는 진정한 대책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 회복, 한·중도 경제 특수효과 주목

임금이 안 올라 고민인 일본과 달리 한국은 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 고민인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초임부터 크게 차이 난다. 5000만 원 이상인 우리나라 대기업 초임에 비해 일본의 대졸 초임은 아직 300만 엔 수준으로 50% 이상 낮다.

최저임금 또한 한국이 일본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도쿄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2023년 기준 1071엔(약 9800원)이지만 우리나라의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일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지금까지 반도체 보릿고개를 많이 견뎌 왔다. 올해 연말과 내년을 지나면서 한국의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고무적이다.

반면 14억 인구를 가진 대국인 중국의 경제 상황은 현재 많이 안 좋은 상황이다. 지난해 ‘헝다’ 사태를 유발시킨 냉각된 부동산 경기가 아직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로 인식되는 우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계속해서 인하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긴축을 통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금리 인상을 통해 긴축 기조를 이어 가고 있는데, 중국은 반대로 유동성을 지원하면서 금리를 오히려 인하하고 있다. 따라서 위안화 환율은 올해 5월부터 달러당 7위안 위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2년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와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방첩법’ 강화로 인해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성적 또한 부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장래에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인접국들에 큰 재앙으로 변해 돌진해 오게 될 것이라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의 위험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제조 부문은 아직 견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중국 정부의 외환보유액 역시 천문학적 금액인 3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내년에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다시 5%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행인 것은 인상이 확실시되는 미국은 7월 연방공개시장윈원회(FOMC)가 연방준비제도(Fed)의 마지막 금리 인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종료하게 되면, 앞으로 시장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자금 사정 또한 좋아질 수 있어서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최근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22년 일본 임금 노동자들의 월평균 명목임금 인상률이 1980년대 이후 3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유니클로와 닌텐도 등 일본 대기업들이 줄줄이 10% 이상의 급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아직까지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인상률은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보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 당시 세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던 반도체와 가전 분야를 소홀히 해 한국과 대만 등 다른 나라에 너무 쉽게 넘겨줬다는 과거 인식도 일본의 자아를 깨우고 있다. 경기가 일단 회복되면 이제는 과거와 같이 안일한 자세로 임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자세로 일본 정부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앞세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넘어 완성품 반도체 분야의 재도약을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미래의 산업 중 하나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굴지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를 앞세워 반도체 자립을 위해 역량을 하나로 합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에 국가 경제가 크게 달려 있는 한국도 앞으로 일본과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양국의 대립과 무한경쟁은 서로의 입지만 줄이고 힘들게 만들 것이다. 다각적인 방면에서 협력과 공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양국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미래를 더욱 희망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현재 일본은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명제를 앞두고 있다. 내년 이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 같은 사실에도 희망은 남아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굴리는 일본의 금융기관들과 연기금들이 다시 국내 투자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정책하에서는 연기금들이 엔화 채권에 투자하기 어려워 지금까지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투자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일본의 금리가 오르게 되면 굳이 해외 투자를 하지 않고 국내 투자로 돌아오는 이른바 ‘투자회귀’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일본 경제를 안도하게 하는 점이다.

일본의 희망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볼 때, BOJ가 내년 금리 인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경제 회복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국과 중국도 일본의 경제가 좋아지는 특수 효과를 누리면서 3국 모두 함께 공동 번영을 이룩하는 미래 ‘동북아 공동번영’을 기대해본다.


글 변정규 미즈호 은행 서울자금실 그룹장


변정규 전무(Ph.D.)는
(현) 미즈호은행 서울지점, 자금실 그룹장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외부투자자문위원
(전) 한국스탠다드증권 딜링룸 총괄
(전) SC제일은행 딜링룸 이사
(전) JP모건 해외딜링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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