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안유화 원장 "中 미래 성장 산업 전환 시동…위기 극복 터닝포인트 될 것"
입력 2023-07-28 07:01:02
수정 2023-07-28 07:01:02
희비 엇갈린 한·중·일 경제 삼국지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등 국가 경제를 주도할 미래 성장 산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안유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지금이 전통 산업에서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가장 중요한 적기”라며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기피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다시 경제 회복의 승부수를 띄울 시기를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으로 짚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원장은 “최근 중국 정부는 어느 때보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온갖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며 “동시에 중국의 주도 산업을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저부가가치 상품에서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 구조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 원장은 “중국은 현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에 국내총생산(GDP)의 8% 정도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 첨단 산업에 대해 국가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늘리고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안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의 동력이 크게 약화돼 있다. 현재 중국의 1·2분기 경제 상황을 보면 고용지표나 생산자물가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다. 생산자물가지수가 나쁘다는 것은 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가 줄면서 소비나 수출 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중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부동산 시장이 상당히 안 좋다.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고, 지방 소도시들은 세수가 안 걷혀 지방채를 많이 발행해서 이자 갚기가 벅찬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지표 전반이 좋지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올해 GDP 목표치를 5%로 잡았다. 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제시한 목표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중국 경제는 부동산이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성격인데, 부동산에 대한 소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들이 전부 침체기에 빠지는 것이 함정이다. 올해 초에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중국인들의 소비가 2019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24% 정도인데 5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셈이다. 실직률이 확 올라가고 소비가 떨어지니 소득이 줄었다. 최근엔 경제가 불안해서 중국인들이 소비보다는 저축을 많이 한다.”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데 다시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은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제조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면서 공급 시장이다. 따라서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다른 나라들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더욱 영향이 크다.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전통 산업이 아닌 새로운 미래 성장 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엔 중국과 미국, 유럽 등의 경제가 좋지 않은데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전통 산업이 아닌 미래 성장 엔진을 찾아야 할 적기라고 본다.”
중국은 전통 산업에서 어떤 사업을 미래 성장 엔진으로 보고 있나.
“중국이 이전에는 부동산으로 경제가 살아났을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즉, 부동산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이 이를 대체해야 할 정도다. 부동산이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과 다른 산업군의 수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살면 이와 관련된 철강, 굴착기, 인테리어, 가전, 전기 업체들의 매출과 연결이 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현시점에서 중국도 빠르게 미래 성장 엔진으로 전환할 산업군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중국이 자동차 수출국으로 세계 1위였던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관련 부품들을 포함한 밸류체인 산업이 넓기 때문에 새로운 미래 성장 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중국인들은 노동 시간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국민성이 부지런하다. 기업 입장에서 비용 대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200여 개에 달하는 산업군을 전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
앞으로 중국 경제에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하나.
“현재 저부가가치 상품 수출 구조를 고부가가치 상품 수출 구조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즉, 원천기술이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존에는 미국이 이러한 원천기술 공급을 주로 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R&D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실제로 중국은 R&D 투자를 GDP의 8% 정도로 매년 확대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중심의 전통 산업이 과잉된다는 점은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 산업으로 이끌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중국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미래 첨단 산업으로의 빠른 안착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책을 쓰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웃 국가인 일본 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일본 경제를 두고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하는데 일본은 소재 산업과 반도체, 배터리 산업에 특장점이 있다. 또 최근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손잡는 등 글로벌 환경 전반에서 일본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수도 탄탄하고 미래 성장 역시 주로 소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 산업에 대한 빠른 전환이 필요한데 일본은 고령화 산업, 노동 문제 등과 미래 융합 시대에 가족끼리 대를 이어 하는 사업이 많아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중 간 경제 협력이 중요한 시점인데 어떻게 보는가.
“한국은 모든 자원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다. 국내 인구가 낮아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기업이 존재하기가 어렵다. 무조건 수출을 통해서만이 경제가 돌아간다. 한국의 기본 운명은 100% 수입, 100% 수출인 셈이다. 한국은 모든 나라들을 상대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모든 나라와 경제적 협력을 해야 하는 만큼 원론적으로는 모든 나라와의 원활한 경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24%에 달할 정도로 높다. 수출 분야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사실상 많지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중 무역 규모 역시 3000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수입국 1위, 수출국 1위는 공교롭게도 모두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고, 일본과의 관계 회복, 중국과도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글로벌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경기 둔화 흐름을 보이는 현시점이 한국 기업들이 수출국으로서의 이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 강점을 활용해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기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