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2차전지주’는 과열?...투자 시장 달군 갑론을박
입력 2023-08-28 11:07:01
수정 2023-08-28 15:53:22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의 과열 논란을 놓고 ‘밧데리 아저씨(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와 증권가의 설왕설래가 오갔다. 박 전 이사는 2차전지 상승장을 주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주가 본래의 가치보다 과열돼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올해 2차전지의 급등과 함께 유명인사가 된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개미들의 2차전지 주식 멘토로 불리며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박 전 이사는 1995년 하나증권의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의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테크놀로지 기업을 담당했고, 벤처투자팀, 자문사 운용본부장 등 30여 년을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했다.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의 성장에 주목하던 박 전 이사는 2022년에 2차전지 기업인 금양으로 자리를 옮겨 배터리 산업의 전도사로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박 전 이사가 주식 멘토를 넘어서서 개미들의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배경에는 그가 여의도 증권가의 나쁜 관행 등을 지적하면서 개미들의 주식 멘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공개적으로 추천한 종목들이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며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박 전 이사는 공시 위반 논란으로 돌연 금양을 퇴사한 이후에도 여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활동을 이어 가는 등 주목을 끌고 있다.
증권사, 2차전지 과열 판단…공매도 의심에 언급 자제
지난 4월부터 ‘밧데리 아저씨’ 박 전 이사와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의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일 에코프로가 82만 원의 전고점을 찍고 나자 상승세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전고점을 넘어서면서 증권가의 예상은 빗나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12일 보고서를 내고 에코프로에 대해 “좋은 주식이 아니다”라며 첫 매도 의견을 냈다. 매도 보고서에는 에코프로가 동종 업계 기업 중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됐지만, 시가총액이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현재 가치보다 과열됐기 때문에 좋은 주식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른 증권사들도 에코프로에 대한 수급의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며 잇따라 ‘중립의견’을 내며 김 연구원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증권사 애널들의 박한 평가가 이어지자 박 전 이사는 “여의도 애널들은 관련 종목을 많이 못 담아서 하락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금융(IB) 사업부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0배 간다, 20배 간다 이런 말도 이젠 자극이 안 될 정도”라며 “여의도는 전부가 ‘순진한 투자자들을 속이려고 안달이 난 악마집단’이란다. 여의도 거짓 정보에 속지 말란다.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모든 게 헷갈리는 세상”이라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매도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자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의견을 낸 것은 예상보다 40% 주가가 높아진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현재 시가총액이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가의 안 좋은 평가가 이어지자 박 전 이사는 4억5000만 원을 투자해 총 3억8500여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7월 30일 기준 8억3660만 원의 주식 잔고가 찍힌 주식 계좌를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공개한 주식 계좌에는 2차전지 종목만으로도 전체 수익률이 85.5%에 달했다. 특히 증권사에서 과열됐다고 평가하는 에코프로에서는 무려 552.2%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차전지주가 다시 폭락하자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움직임에 맞서 집단행동을 했다. 최근 2차전지를 놓고 기관과 개미 간 대립각으로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를 포함한 2차전지주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2차전지주에 대해 자칫 매도의견을 내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며 “2차전지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지만 수급에 의한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차전지 관련주들 중에 지금은 전면 허용이 금지돼 있는 공매도가 추후에 전면 허용된다면 부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종목들이 있다”며 “기초자산으로 개별주식 선물이 거래되는지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가 성장성과 모멘텀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주도 섹터라고 입을 모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은 2022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32%에 달할 것”이라며 “양극재 3사는 약 50%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올해 2차전지의 급등과 함께 유명인사가 된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개미들의 2차전지 주식 멘토로 불리며 유튜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다. 박 전 이사는 1995년 하나증권의 전신인 대한투자신탁의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테크놀로지 기업을 담당했고, 벤처투자팀, 자문사 운용본부장 등 30여 년을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했다. 이후 국내 배터리 기업의 성장에 주목하던 박 전 이사는 2022년에 2차전지 기업인 금양으로 자리를 옮겨 배터리 산업의 전도사로 투자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박 전 이사가 주식 멘토를 넘어서서 개미들의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배경에는 그가 여의도 증권가의 나쁜 관행 등을 지적하면서 개미들의 주식 멘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공개적으로 추천한 종목들이 눈에 띄는 상승률을 보이며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져 ‘밧데리 아저씨’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박 전 이사는 공시 위반 논란으로 돌연 금양을 퇴사한 이후에도 여러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활동을 이어 가는 등 주목을 끌고 있다.
증권사, 2차전지 과열 판단…공매도 의심에 언급 자제
지난 4월부터 ‘밧데리 아저씨’ 박 전 이사와 여의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의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일 에코프로가 82만 원의 전고점을 찍고 나자 상승세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전고점을 넘어서면서 증권가의 예상은 빗나갔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12일 보고서를 내고 에코프로에 대해 “좋은 주식이 아니다”라며 첫 매도 의견을 냈다. 매도 보고서에는 에코프로가 동종 업계 기업 중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장 잘됐지만, 시가총액이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현재 가치보다 과열됐기 때문에 좋은 주식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놨다.
다른 증권사들도 에코프로에 대한 수급의 쏠림현상이 과도하다며 잇따라 ‘중립의견’을 내며 김 연구원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증권사 애널들의 박한 평가가 이어지자 박 전 이사는 “여의도 애널들은 관련 종목을 많이 못 담아서 하락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애널리스트들이 기업금융(IB) 사업부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10배 간다, 20배 간다 이런 말도 이젠 자극이 안 될 정도”라며 “여의도는 전부가 ‘순진한 투자자들을 속이려고 안달이 난 악마집단’이란다. 여의도 거짓 정보에 속지 말란다.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인지 모든 게 헷갈리는 세상”이라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매도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되자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의견을 낸 것은 예상보다 40% 주가가 높아진 것이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현재 시가총액이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는 이유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에코프로에 대한 증권가의 안 좋은 평가가 이어지자 박 전 이사는 4억5000만 원을 투자해 총 3억8500여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7월 30일 기준 8억3660만 원의 주식 잔고가 찍힌 주식 계좌를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공개한 주식 계좌에는 2차전지 종목만으로도 전체 수익률이 85.5%에 달했다. 특히 증권사에서 과열됐다고 평가하는 에코프로에서는 무려 552.2%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2차전지주가 다시 폭락하자 개미들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움직임에 맞서 집단행동을 했다. 최근 2차전지를 놓고 기관과 개미 간 대립각으로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를 포함한 2차전지주에 대해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2차전지주에 대해 자칫 매도의견을 내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공매도 세력과의 결탁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며 “2차전지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지는 않지만 수급에 의한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의견을 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2차전지 관련주들 중에 지금은 전면 허용이 금지돼 있는 공매도가 추후에 전면 허용된다면 부정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종목들이 있다”며 “기초자산으로 개별주식 선물이 거래되는지 여부가 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가 성장성과 모멘텀을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하반기에도 주도 섹터라고 입을 모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은 2022년에서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32%에 달할 것”이라며 “양극재 3사는 약 50%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