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Report] 고금리 시대…채권투자자가 주목해야할 전략은



지난 8월 중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4.34%까지 상승해 전고점을 상회했다. 예상보다 더딘 물가 하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완전히 사라졌고, 미 의회의 부채 상한선 협상 이후 채권 수급이 꼬이고 있다. 게다가 유가 상승세가 재개되며 물가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최악의 시기를 보낸 채권 투자자에게 2023년 역시 쉽지 않은 해가 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의 금리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채권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높아진 금리 수준은 채권의 인컴(수익)이 높아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동시에 미래의 자본 차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우량 채권 주목…낮은 신용위험으로 높은 인컴 확보

먼저 우량 채권을 통해 높은 인컴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인컴이란 매매와 상관없이 자산을 보유하는 기간 동안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을 통칭하는 것으로 채권 자산군의 인컴은 바로 이자 수익을 의미한다.

인컴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중장기 투자자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특히 높아진 시장금리는 투자자들이 인컴을 높이기 위해 큰 신용위험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등급 채권과 투자부적격등급 채권 간 금리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 공사보증 주택저당증권(Agency MBS)은 낮은 신용위험 대비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자산이다.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는 주택을 담보로 발행된 채권을 유동화한 증권이다.

주택저당증권의 경우 미국 연방모기지공사(Fannie Mae), 미 정부모기지공사(Ginnie Mae), 미 연방주택대출모기지공사(Freddie Mac) 등 미 정부보증기관(GSE)이 해당 채권에 대해 100% 지불 보증을 하기 때문에 국채와 유사한 AAA급의 신용도를 보유한다.

물론 모기지 차주의 조기 상환으로 다른 채권보다 수익률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미 30년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7.5% 수준으로 200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인 점을 감안하면 조기 상환 리스크는 과거보다 상당히 낮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2년간 지속된 Fed의 양적긴축과 연방예금보험공사의 MBS 매각으로 주택저당증권의 가격은 최근 20년래 가장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중기적으로 주택저당증권이 높은 인컴과 상당한 자본 차익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산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이렇듯 주택저당증권처럼 낮은 신용위험으로 높은 인컴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채권 자산을 쉽게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3년 전만 해도 투자부적격등급 회사채의 금리가 4%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미 국채만으로 5% 수준의 인컴을 확보할 수 있다.



금리 위험 고려…자본 차익 기회로 활용

자본 차익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금리 위험, 즉 듀레이션(현재 가치 기준으로 원금 회수에 걸리는 기간) 위험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채권의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대한 가격 민감도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듀레이션이 5년인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금리가 1% 오르면 채권 가격이 5% 하락하고, 반대로 금리가 1%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5% 상승한다. 금리 위험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시장금리의 하락에 대비하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4.2%를 돌파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가 3.25%에서 5.5%까지 상승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대표적인 시장금리다.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인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면서 지난 1년 동안 등락을 반복해 왔고,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반부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 및 경기 사이클의 전환이 시작된다면 시장금리는 하락 전환할 것이고 자본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리 위험(듀레이션 위험)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물론 과거 금리 인상이 종료된 이후 만기별 채권 수익률을 살펴보면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금리 인하기에 상당한 수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수차례 연설을 통해서 언급했듯이 지금은 지난 2년 동안 진행해 온 긴축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시기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Fed의 정책을 폄하하는 의견도 있지만, 핵심 물가 상승률을 보면 소비자들이 경험하는 물가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추가적인 긴축이 없다면 시장은 점진적으로 정책 변화를 채권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다. 특히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자산의 비중이 높은 투자자의 경우 중장기채는 높은 인컴을 제공해주는 동시에 경기 침체에도 대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채권 시장의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고, 끈적끈적한 고물가는 긴축 사이클의 종료 시점을 지속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채권 자산은 다른 자산보다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Fed의 점도표가 안내하는 것처럼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반부에 진입할수록 채권은 더욱 매력적인 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 고금리 시대에 채권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이 기회를 다시 한번 유용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글 조석민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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