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 가을 바람맞이

자동차에서 낭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면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꼭 한번쯤’ 컨버터블에 오르기를 꿈꾼다.
하지만 컨버터블 자동차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뜨거운 뙤약볕과 매서운 칼바람, 장마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상 너무 덥거나 추운 여름과 겨울을 빼면 사실 봄과 가을 정도만 컨버터블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이마저 봄에는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로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다시 말해 컨버터블의 ‘참맛’을 느끼기에는 바로 지금이 최적인 셈. 그래서 준비했다. 국내 시판되는 컨버터블 자동차 베스트 10. 당신의 선택은?


BMW Z4 | Z4는 지난 20여 년간 BMW를 대표해 온 2인승 로드스터로, BMW가 지향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델 중 하나다. 콤팩트한 크기에 앞으로 길게 빠진 보닛과 휠 아치를 감싸며 뻗은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 클래식한 패브릭 소프트 톱 등이 돋보이는데, 전동식 톱은 버튼 터치만으로 10초 이내에 자동으로 개폐되며, 시속 50km로 달리면서도 개폐가 가능하다. Z4의 최고 매력은 낮은 무게중심과 공기역학적 디자인에서 비롯한 민첩한 주행 능력. 트윈파워 터보 직렬 4기통 엔진과 6기통 엔진의 2가지 모델로 선보인다.


메르세데스-AMG SL | SL의 시초는 1952년 등장한 레이스카 300SL이었다. 등장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내구 레이스라 불리는 ‘카레라 파나메리카나’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며 화제를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년 후인 1954년부터 이 차를 양산했다. 지금의 ‘메르세데스-AMG SL 63 4메틱+’는 70여 년간 세대를 거듭하며 럭셔리 로드스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SL의 7세대 모델이다. SL 특유의 긴 보닛에는 4.0ℓ V8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585마력과 최대 토크 81.5kg·m를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고작 3.6초, 최고 속도는 315km/h에 달한다. 천장에는 겉감과 안감 사이에 차음과 보온에 유리한 두툼한 패브릭을 채워 넣은 3중 구조의 소프트 톱을 얹었는데, 시속 60km로 달리는 중에도 15초 안에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다.


미니 쿠퍼 컨버터블 | 미니 쿠퍼 컨버터블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다시말해 4000만 원대로 지붕을 열고 달리는 것이 가능하다. 더욱이 작고 귀여운 외모는 언제 어디서나 시선을 끈다. 작은 차체 덕에 좁은 골목길도 잘 빠져나간다. 오버행(앞바퀴 축부터 앞범퍼까지의 길이)이 짧고 핸들링 감각이 직관적이라 미니 특유의 ‘고카트(go-kart)’ 감성을 만끽하기에도 안성맞춤. 다른 컨버터블에 비해 지상고가 높아 가벼운 오프로드 진입도 문제없다. 136마력을 내는 미니 쿠퍼 컨버터블과 192마력의 미니 쿠퍼S 컨버터블로 선보이는데, 작은 차체 덕분에 연비도 준수한 편이다.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 세련되면서도 스포티한 외관이 인상적이다. 아우디 특유의 직선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벌집을 연상시키는 허니콤 디자인 싱글 프레임 라디에이터 그릴과 측면의 공기 흡입구, 크롬 테일파이프 등 한층 스포티한 외관을 완성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52마력과 최대 토크 37.7kg·m의 힘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으로 최고 속도는 210km/h,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3초 만에 도달한다. 이뿐 아니라 아우디의 ‘자랑’인 상시 사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해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면서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천장에는 시속 50km 이하로 주행 중 15초 만에 개폐가 가능한 전동 어쿠스틱 톱을 장착했다.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 ‘슈퍼카’라고 하면 흔히 퍼포먼스는 뛰어나지만 운전하기 어렵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괴물’ 같은 자동차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페라리 로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빠른 속도와 편안한 승차감, 실용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차체가 무지막지하게 낮은 편도 아니라 웬만한 방지턱도 부담 없이 넘나든다. 한마디로 데일리카로 활용 가능한 슈퍼카인 셈. 더욱이 스파이더 모델에는 패브릭으로 만든 소프트 톱을 적용했는데, 시속 60km로 달리면서 13.5초 만에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 디플렉터’도 눈에 띄는 부분. 기존 제품보다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을 약 30% 정도 더 차단한다.


포드 머스탱 컨버터블 | 컨버터블 자동차의 최대 단점 중 하나는 뒷자리가 좁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탱 컨버터블과 함께라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성인 남성 2명이 여유롭게 앉을 수 있는 2열 공간을 확보한 것. 트렁크도 꽤 넉넉하다. 사진 속 자동차는 올해 연말 국내 출시 예정인 7세대 모델로 1964년 선보인 1세대 머스탱과 닮은 디자인으로 벌써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4기통 터보차저 2.3ℓ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에코부스트와 V8 5.0ℓ 코요테 엔진의 GT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4도어 | 지프는 오랫동안 사륜구동을 만들었다. 대표 모델은 랭글러다. 랭글러의 형태, 구조, 기능 등은 오프로드 차량의 정석이다. 실제 랭글러는 오랜 시간 꾸준한 기술 개선 및 발전을 이뤄 오며 ‘오프로드의 아이콘’이라는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그중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은 브랜드 최초의 원터치 전동식 소프트 톱인 ‘스카이 원-터치 파워탑’을 탑재한 모델이다. 루프 골격은 그대로 둔 채 루프의 캔버스만 벗기는 방식의 오픈 톱이다. 작동 방법은 매우 쉽다. 센터페시아 위 천장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20초 내 지붕이 자동으로 열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2열까지 지붕 전체가 열린다는 것. 뒤쪽 창문까지 떼어내면 더욱 쾌적한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애스턴마틴 DB12 볼란테 | ‘제임스 본드의 차’로 유명한 애스턴마틴이 DB12 볼란테를 공개했다. 올해 4분기부터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동차다. DB12 볼란테의 핵심은 전동식으로 작동되는 ‘K-폴드’ 루프다. 2단계 폴딩 방식으로 동급 최고 수준인 260mm의 적재 높이를 달성하도록 설계됐다. 8겹의 단열재를 적용한 소프트 톱은 최대 49.9km/h 속도에서 전동식으로 작동되는데, 올리는 데 14초, 내리는 데에는 16초가 걸린다. 반경 2m 내에선 리모트 키를 통해서도 루프를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의 설명. 4.0ℓ 트윈터보 V8 엔진을 장착하고 최고 출력 680마력과 최대 토크 800Nm(유럽 기준)의 힘을 자랑한다.


렉서스 LC500 컨버터블 | 쿠페처럼 낮게 위치한 전면의 펜더와 예리한 조각도로 파낸 듯한 측면 디자인이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는 LC500 컨버터블. 생김새만큼 강력한 성능이 돋보인다. 5.0ℓ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품고 최고 출력 477마력과 최대 토크 55.1kg·m의 힘을 발휘하는 것. 소프트 톱 루프는 3단계로 개폐되는데, 시속 50km로 달리면서도 15초 만에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 4중 구조로 설계해 외부 소음도 꽤 잘 막는다. 또한 스포츠카답게 시트 포지션이 매우 낮은 편이라 지붕을 열고 달려도 바람이 거의 들어차지 않는다. 최상의 오픈 에어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과 각도 조절이 가능한 ‘넥 히터’, 루프 개폐 상태에 따라 냉난방 장치를 제어하는 ‘오픈 에어 컨트롤’ 등의 편의 장치도 장착했다.


포르쉐 911 타르가 | 흔히 지붕이 열리는 차를 부르는 명칭을 컨버터블로 통칭하지만 세분화하면 차의 생김새와 브랜드, 국가에 따라 카브리올레, 로드스터, 스파이더 등 명칭이 다양하다. ‘타르가’도 그중 하나다. 소프트 톱과 하드 톱이 섞여 있는 듯한 타르가의 독특한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은 전복 사고 시 위험하다는 이유로 지붕이 완전히 개폐되는 컨버터블의 판매를 금지할 움직임을 보였다. 포르쉐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운전자의 머리 위만 열리는 신개념 컨버터블, 그러니까 타르가를 고안하게 된 것. 현재 국내에는 ‘911 타르가 4’와 ‘911 타르가 4 GTS ’등을 선보인다.



글 이승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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