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column]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경계를 허물 때 혁신 탄생"
입력 2024-01-29 08:08:59
수정 2024-01-29 08:08:59
비즈 인사이드
ceo column
새해를 맞아 여러 금융권 신년사에서 ‘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BaaS)’에 대한 비전들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도 은행권에서 관심이 높았지만, 올해부터는 확실하게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다.
서비스형 뱅킹은 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의 하나다. 서비스형 뱅킹은 금융사가 구축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비금융사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필자가 창업한 핀테크 기업 핀다 역시 올해를 서비스형 뱅킹의 원년이라고 내다보고, 지난해 11월에 글로벌 컨설팅 그룹 BCG와 손잡고 `금융의 미래: 금융적 상상력, BaaS 뱅킹` 보고서를 발간했다. 회사는 70개 금융 회사와 제휴해 API 기반의 대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파트너 금융사들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고객과 고객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이상거래탐지(FDS) 솔루션이나 고객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모델(ACSS) 및 연체 방지 솔루션 등을 제공해 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철도은행 '게이오(京王)네오뱅크'라는 생경한 형태의 은행이 개점했다. 일본은 가히 철도 강국이라 불리는 만큼, 철도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잘 조성돼 있는데 여기에 금융서비스를 붙인 것이다. 금융업에 단 한 번도 발을 담근 적 없는 거대 규모의 철도 회사가 어떻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걸까. 여기에도 서비스형 뱅킹이 그 역할을 해냈다.
게이오네오뱅크는 게이오전철과 은행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스미신SBI넷뱅크(인터넷전문은행)가 손잡고 함께 운영한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창구가 없으니 철도 회사가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창구 역할을 해내고, 거래를 튼 고객의 수신액 관리나 대출 자금 지원은 인터넷은행이 한다. 게이오전철은 출퇴근에 자사 라인을 이용하는 고정 고객 등을 대상으로 은행 상품을 적극 어필하고 게이오백화점 등 계열사와의 협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미신SBI넷뱅크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젊은 이용자가 많았는데, 고객 충성도가 높은 철도 업체와 협력해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봄에는 국영철도 기업 JR에서도 ‘JR뱅크’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서비스형 뱅킹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비스형 뱅킹의 성공 사례들을 보며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선 2가지 요소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금융과 비금융 산업 간의 협력이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금융 기업과 비금융 기업 간 금융 서비스 협업이 마케팅 협업으로 그치는 사례들이 많았다.
둘째, 규제적으로도 보다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서비스형 뱅킹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핀테크 회사가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만들거나, 중소 규모 은행을 인수해 특정 금융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스몰 라이선스나 특화은행 도입 등이 심도 있게 검토됐으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좀 더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금융·비금융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그대로 답보 상태를 이어 가고 있다. ‘청룡의 해’ 2024년을 맞이한 만큼 올해는 그간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여러 장벽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핀테크와 금융 산업이 청룡처럼 비상하는 원년이 되기를 고대한다.
글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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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여러 금융권 신년사에서 ‘서비스형 뱅킹(Banking as a Service·BaaS)’에 대한 비전들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도 은행권에서 관심이 높았지만, 올해부터는 확실하게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도전장을 내미는 모습이다.
서비스형 뱅킹은 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의 하나다. 서비스형 뱅킹은 금융사가 구축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비금융사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필자가 창업한 핀테크 기업 핀다 역시 올해를 서비스형 뱅킹의 원년이라고 내다보고, 지난해 11월에 글로벌 컨설팅 그룹 BCG와 손잡고 `금융의 미래: 금융적 상상력, BaaS 뱅킹` 보고서를 발간했다. 회사는 70개 금융 회사와 제휴해 API 기반의 대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 파트너 금융사들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고객과 고객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도록 이상거래탐지(FDS) 솔루션이나 고객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대안신용평가모델(ACSS) 및 연체 방지 솔루션 등을 제공해 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철도은행 '게이오(京王)네오뱅크'라는 생경한 형태의 은행이 개점했다. 일본은 가히 철도 강국이라 불리는 만큼, 철도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잘 조성돼 있는데 여기에 금융서비스를 붙인 것이다. 금융업에 단 한 번도 발을 담근 적 없는 거대 규모의 철도 회사가 어떻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걸까. 여기에도 서비스형 뱅킹이 그 역할을 해냈다.
게이오네오뱅크는 게이오전철과 은행 시스템을 제공해주는 스미신SBI넷뱅크(인터넷전문은행)가 손잡고 함께 운영한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창구가 없으니 철도 회사가 금융 거래를 할 때 필요한 창구 역할을 해내고, 거래를 튼 고객의 수신액 관리나 대출 자금 지원은 인터넷은행이 한다. 게이오전철은 출퇴근에 자사 라인을 이용하는 고정 고객 등을 대상으로 은행 상품을 적극 어필하고 게이오백화점 등 계열사와의 협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미신SBI넷뱅크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젊은 이용자가 많았는데, 고객 충성도가 높은 철도 업체와 협력해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봄에는 국영철도 기업 JR에서도 ‘JR뱅크’ 출시를 예정하고 있어 서비스형 뱅킹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비스형 뱅킹의 성공 사례들을 보며 국내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선 2가지 요소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금융과 비금융 산업 간의 협력이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많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금융 기업과 비금융 기업 간 금융 서비스 협업이 마케팅 협업으로 그치는 사례들이 많았다.
둘째, 규제적으로도 보다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서비스형 뱅킹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핀테크 회사가 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만들거나, 중소 규모 은행을 인수해 특정 금융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스몰 라이선스나 특화은행 도입 등이 심도 있게 검토됐으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좀 더 보수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금융·비금융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현상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그대로 답보 상태를 이어 가고 있다. ‘청룡의 해’ 2024년을 맞이한 만큼 올해는 그간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여러 장벽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핀테크와 금융 산업이 청룡처럼 비상하는 원년이 되기를 고대한다.
글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