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지나친 기대감,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의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연초 이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시의 모습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한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 점차 낙관론이 비관론을 압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시장의 걱정을 비웃는 고용지표, 미국 기술주의 뚜렷한 실적 개선 추세, 기준금리 인하는 모르겠지만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 등 모든 재료가 자산 가격 상승에 힘을 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비관론이 팽배할 때 시장을 떠나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낙관론이 압도할 때 너무 쉽게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과거 코스피 지수와 개인투자자의 월별 순매수 금액을 비교해보면, 지수 상승세가 이어지며 모두가 주식을 열심히 매수할 때가 단기 고점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투자 의사결정이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감정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물론, 현재의 국내 주식 시장이 단기 고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시장이 낙관론에 빠져 있을 때 쉽게 놓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다. 최근 증시 상승은 투자자로 하여금 매우 불편한 몇 가지 사실을 잊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낙관론 경계…금융 시장 변동성 주의해야
우선 포트폴리오의 쏠림, 특히 주식 자산 내 쏠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실적 발표를 완료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중 80% 이상이 예상을 상회하는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중 정보기술(IT) 업종의 기여도가 28%에 육박했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의 경우 예상치를 뛰어넘는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성장한다는 것은 주가에 호재이지만, 과도하게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는 작은 실망감에도 단기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2024년 S&P500 기업의 이익 성장률을 11%로 예상하지만, IT 업종의 경우 그보다 높은 16%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시작된 빅테크 주도의 상승은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빅테크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현 상황에서 실적에 대한 실망감은 단기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Fed와 시장의 간극이 크게 벌어져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 3.3%가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인 2.0%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더 나아가 지난 1월 고용지표에서도 비농업 취업자 수, 임금 상승률 등이 모두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어쩌면 올해 첫 번째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3월과 5월의 금리 인하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3월이 아니라면 적어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배적이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도 오는 6월에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Fed와 시장의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커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취약 부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식 분산투자 등 포트폴리오 재점검 필요
2024년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는 금융 시장에 훈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에도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할수록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주식 자산 내에서 업종과 지역의 분산을 제안한다.
‘매그니피센트 7(M7)’이라 불리는 초대형 기술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져 있다는 점에서 이보다 더 다양한 지역 및 업종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과 금리 레벨 하향 안정화가 예상되는 환경을 감안할 때, ‘M7’ 외 종목에서도 이익률이 개선되는 동시에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기업들을 발굴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헬스케어 업종이 대표적이다. 헬스케어 업종은 가치주와 성장주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시장 민감도가 낮아 기술주에 편향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된다. 지역 분산 관점에서는 일본 주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롭게 개편된 개인투자비과세제도 (NISA)를 비롯한 다양한 정책들이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엔화 강세는 일본 주식의 잠재적 리스크다. 그러나 현재 일본의 물가 및 경기 여건을 감안했을 때 일본은행(BOJ)의 갑작스러운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물가가 2%대에서 안정화될 경우 일본 국민의 현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과거보다 증가하며 위험자산으로의 투자 유인이 확대될 것이다.
향후 일본의 개인투자자들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아닌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자산관리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약화되긴 했지만, ‘결국 Fed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물가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으며,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기대인플레이션 관리에 매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 투자등급 채권에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또한 여전히 채권금리는 매력적인 수준이고,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에도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만약 주요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경착륙하게 된다면, 중앙은행들은 더 강력한 완화책을 내놓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선진국 중장기 국공채에서 상당한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단기적인 금리 상승을 채권 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만하다.
통계에 따르면 S&P500 지수가 1년 이상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신고가를 경신할 경우, 이후 1년간 93%의 확률로 플러스 성과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평균 지수 상승률은 13.2%로, S&P500의 역사적 평균 수익률 7.8%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전히 미국 주식 선물의 투기적 포지션이 순매도 우위에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낙관론이 비관론을 압도하면 할수록 투자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곤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이들이 의심하지 않을 때 시장의 변곡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변곡점을 맞출 수 없다면 항상 투자자 본인이 감수할 만한 위험 내에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신중한 낙관론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점검해볼 시점이다.
글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이사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