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 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증시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이른바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은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에 대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저PBR주로 지목되고 있는 통신주도 수혜를 입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어서다.
국내 주요 3대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PBR은 현재 1배를 밑돌고 있지만 주가가 다시 큰 폭으로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연간 실적 부진에도 저PBR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기 때문이다.
통신주는 규제 산업임에도 배당을 적극적으로 해온 데다 저PBR임에도 요금 규제로 인해 글로벌 통신사 대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고 이익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배당 성향이 50%를 넘어가고 있고, SK텔레콤은 68%에 달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배당 증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창출된 이익을 기반으로 설비투자 집행과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배당을 준다. 지난해 통신사들의 이익이 줄면서 설비투자가 감소했지만 올해는 이익 감소 흐름에 설비투자 감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5년엔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로 설비투자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2026년에 들어서면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통신주에 대한 저PBR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다수의 국내 저PBR 종목이 최근 1개월간 20~40%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고,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순 지표상으로는 KT와 LG유플러스의 PBR은 각각 0.5배에 불과하고, SK텔레콤에서 분할한 SK스퀘어는 저조한 이익으로 배당금 지급이 불투명한 데도 PBR 0.4배라는 이유 때문에 주가가 한 달 새 30%나 올랐다”며 “기업 실적 흐름과 기대 배당수익률 등 주가 간에 괴리가 심해진 상태라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주주환원율이 90%에 달하는 SK텔레콤은 PBR이 0.9배로 낮지 않아 소외되면서 주가 상승률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주환원 측면에서 SK텔레콤이 밸류업 수혜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통신 업종 내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인 데다 배당수익률이 3사 중에 6.6%로 가장 높고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여지도 있다. 앞서 SK텔레콤 경영진은 지속 가능한 자사주 매입을 고려한다고 언급했고, KT나 LG유플러스보다 유연한 주주환원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4분기에 깜짝 배당 확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통신 업황 둔화가 불가피하다면 오히려 적극적이고 투명한 주주환원을 시행하는 SK텔레콤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정책 의지까지 고려하면 주가 하방은 더욱 단단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