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글로벌 자산 배분 지킨 10주년…“MVP, ‘꾸준한 승리’ 통했다”

위득환 미래에셋생명 변액운용본부장

아무도 의문을 던지지 않았던 변액보험 업계에 ‘글로벌 자산 배분’이라는 화두를 던진 곳이 있다. 2014년 4월 MVP펀드를 내놓은 미래에셋생명이다. MVP 시리즈의 시작부터 함께한 위득환 미래에셋생명 변액운용본부장과 만나봤다.



‘글로벌 자산 배분.’ 2024년 현시점 자산관리 업계는 물론이고 개인투자자에게도 이미 낯익은 투자 키워드다. 하지만 10년 전인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키워드에 집중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1~2개 펀드 포트폴리오로 변액보험 상품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보험 업계에서 ‘글로벌’과 ‘자산 배분’이라는 두 전략에 방점을 찍는다는 발상은 떠올리기 힘든 일이었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시장에 등장한 변액보험은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장기 투자 상품이긴 했지만, 정교한 포트폴리오 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미 계약한 변액보험 펀드의 포트폴리오가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2010년대 초반까지도 여전히 국내 투자 업계는 한국, 중국 등 한정된 이머징마켓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시장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변액보험도 이머징마켓 투자에 집중했다.

2014년 4월 첫선을 보인 글로벌MVP60펀드는 변액보험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첫 아이디어는 당시 변액운용본부장을 맡았던 조성식 현 미래에셋생명 부사장이 던졌다. 같은 시기 운용팀 실무자였던 위득환 미래에셋생명 변액운용본부장은 MVP펀드의 탄생부터 10년간의 진화 과정을 현장 일선에서 지켜본 장본인이다.

위 본부장은 “그 당시 우리는 고객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다”면서 “10년 동안 선의를 갖고 같은 방향성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고객과 소통하며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운용 방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배운 10년이었다”고 회고했다.

MVP 시리즈는 지난 10년간 상장지수펀드(ETF) MVP, 인공지능(AI) ETF MVP 등으로 상품군이 다양화되면서 현재 12개의 전략을 갖추게 됐다. 전체 자산 규모는 올해 2월 말 기준 4조 원. 불과 3억 원으로 출발한 펀드가 어느새 변액보험 업계의 지각변동을 주도했고, 이제는 업계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MVP 시리즈의 맏형 격인 글로벌MVP60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올해 2월 말 기준 73.7%로, 연평균 6%의 복리 수익률을 10년에 걸쳐 달성했다.

위 본부장은 MVP 시리즈가 달성한 지난 10년의 성과를 비단 수익률에만 가두지 않는다. ‘최고의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게 MVP의 운용 철학이기 때문이다. 수익률 경쟁을 하는 순간 무리를 하게 되고, ‘안정적인 장기 운용’이라는 투자의 본질을 잊을 수 있다. 위 본부장은 “물론 만족스러운 성과라고 생각하지만, 그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MVP가 바라보는 방향성과 철학에 우리 고객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한 번에 크게 승리하기보다는 오랫동안 꾸준히 승리하자는 것에 많은 고객들이 공감해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하는 미래에셋생명 MVP 시리즈를 주제로 위 본부장과 인터뷰했다.



MVP 시리즈의 지난 10년을 함께했는데요. 소회가 궁금합니다.
“MVP의 변액펀드 설정 10주년이 되긴 했지만, 사실 업권 내에서 10년 이상 운용된 펀드는 많습니다. 더군다나 변액보험은 워낙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상품이기 때문에 단순히 오래됐다는 사실이 아주 특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MVP가 처음 나왔던 시기에 미래에셋생명이 던졌던 문제의식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저희는 고객들이 좋은 바다에 뛰어들어놓고 폭풍이 올 때마다 10m도 못 간 채 투자 자체를 포기하는 부분이 제일 안타까웠거든요. 펀드의 장기 성과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중간에 떠나 버리면 의미가 없는 거죠. 고객을 처음부터 끝까지 데려가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미래에셋생명이 10년 동안 MVP 시리즈를 통해 해 왔던 것이 바로 그 지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상당히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돈을 못 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예를 들어 고변동성 펀드에 돈을 유치했다고 봅시다. 다음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수익률이 10% 빠져 있고, 그다음 날에는 15%로 올라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럼 투자자의 심리 상태는 어떨까요. 못 견딥니다. 이렇게 변동성이 크면 투자자는 시장에서 발을 빼 버리고 싶어집니다. 저희는 고객이 시장에 오래 남아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장과 특정 테마가 주는 성과를 오롯이 누리도록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운전자(운용사)가 앞으로 어떻게 운전할지를 알고 있다면 차에서 내리지 않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요. 투자자의 심리는 수익률에 끌리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좋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죠. 그러다 조정을 받으면 갑자기 ‘안 좋은 물건’처럼 느껴집니다. 대형 세단처럼 보였던 자산이 갑자기 저렴한 경차가 돼 버려요. 사실 그 자산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우리가 투자한 자산이 갑자기 경차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이 차는 고급 세단이 맞다. 우리의 계획은 이것이다’라고 투자자에게 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소통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분기별로 발간하는 투자자 서한도 그 일환인 것 같던데요. 보험사가 앞으로의 투자 방향성을 두고 고객과 소통하는 행보가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저희와 같은 방식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하우스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보험사도 다양한 자산 배분 펀드를 갖고 있지만, 외부 운용사에 자산 배분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이거든요. 반면 저희는 내부 운용팀이 실제 운용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직접 자산 배분을 합니다. 특히 MVP 시리즈 같은 경우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내부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서한을 직접 작성한 뒤 분기별로 내보낼 수 있는 거고요.”

고객과의 소통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불확실성이 커질 때죠. 가까운 예로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주식 시장이 폭락했던 시기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어떤 주식 투자자가 안심했겠습니까. 저도 정말 두려웠고, 누구도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때 저희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유튜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히려 기술주를 사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죠. 그로부터 정확히 두 달 만에 주가가 고점을 회복했고,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랠리가 1년 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랠리의 초반부터 참여하지 못했거든요.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고 나서야 투자를 시작했다가 금리 쇼크를 맞고 다시 파는 분들도 많았죠.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 것은 이 시기를 모두 맞출 수는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자산이 동일하게 주어진다는 부분이에요. 특히 우량한 자산에는 시간이라는 양분이 꼭 필요하거든요. 따라서 조정기일수록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시장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신뢰를 드리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물론 조정장에 이런 소통을 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지만, 우리가 숨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장기 투자 전략을 짜되 분기별로 미세 조정을 한다는 원칙은 어떻게 나왔나요.
“장기 전략을 정확히 잘 짜더라도, 목표와 환경에 따라 주기적으로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주기를 3개월로 본 겁니다. 대신 3개월 동안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포트폴리오를 건드리지 않습니다. 이 원칙은 MVP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속했어요. 사실 운용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자유도를 갖고 싶지, 스스로 제약 요건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희는 이 제약으로 인한 이점이 더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장 2~3개월 뒤에 성과가 나는 투자 기회를 잡는 것보다, 길게 갈 수 있는 자산을 필연적으로 찾게 되거든요. 이런 장기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MVP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던 운용팀 주요 인력이 바뀌지 않고 유지됐던 덕도 큽니다. MVP의 운용 철학에 대한 이해가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덕에 지금 같은 안정성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았던 미국 시장을 주목했던 배경은.
“2014년에는 우리나라 투자자 중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전무했어요. 개인이 미국 주식을 사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미국 펀드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었죠. 당시 시대정신은 한마디로 ‘이머징’이었으니까요. 한국도 이머징마켓의 하나고요. 하지만 저희는 더 이상 이머징마켓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고 봤어요. 변화가 필요했고 그 변화의 중심은 미국 시장이라고 생각했죠.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전세계 지수에서 당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58% 정도였어요. 그런데 미국 시장의 비중을 1%도 안 가져가는 국내 투자자가 대부분이었죠. 글로벌 관점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말씀을 그때부터 드렸습니다.”

지난해에는 증시 부진 등의 영향으로 변액보험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지난 한 해는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조정기가 왔고, 지난 10년 넘게 겪은 적 없는 고금리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금이 채권 시장과 예금 시장으로 이동했죠. 그래도 예상보다는 ‘낫 배드(not bad)’였습니다. 2022년 말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미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았죠. 채권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오히려 반대였잖아요. 채권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채권 펀드 수익률이 안 좋아졌고, 반대로 미국 기술주가 급반등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 펀드 매도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고 판단합니다. 그동안 충분한 성과를 끌어올린 상태였고, 그 과정에서 고객들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올해 투자 시장 전망과 함께 개인투자자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지난해에는 시장이 완전히 말라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좀 살아나는 게 느껴져요. 또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시장보다는 미국 등 성장하는 시장에 반응을 하는 것 같아요. 저희의 판단으로는 미국 시장 기술주들의 어닝 모멘텀은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장기적으로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가장 큰 위험은 파도가 두려워서 투자를 미루는 것입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자산 가격을 평가하는 기준은 3~6개월짜리 관점이에요. 내일 당장 써야 할 자금이 아니라면 의식적으로 멀리 보고 투자하셔야 해요. 저는 모든 사람이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퇴직 시기가 적어도 10년 뒤인 젊은 층일수록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를 봤을 때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거든요.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이 결국에는 장기적으로 성과를 냅니다. 조금 더 싸게 사려고 하다가 투자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조언을 꼭 드리고 싶어요.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는 변액보험, ETF 위주로 장기 투자하는 것을 권합니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ㅣ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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