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김치의 낯선 변신

이색적인 김치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셋.


온6.5
서울 안국동에 위치한 온6.5는 김치에 ‘진심’이다. 이름도 김치가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인 6.5℃에서 착안해 지었다.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인 비채나 출신 이정수 헤드 셰프는 ‘색다른 김치의 모색’이라는 슬로건 아래 튀김부터 국수까지 다양한 메뉴에 김치를 활용하는가 하면, 바질과 고수, 아스파라거스 등을 더한 이색 김치도 선보인다. 메뉴판에는 김치 떡볶이와 전복장김치 김밥, 오리안심 곁 매실김치 등 김치를 응용한 다양한 요리가 올라 있다. 그중 인기 메뉴는 김치튀김과 배추쌈이다. 김치튀김은 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감받은 음식으로 절인 배추에 붉은 양념을 바르는 것에서 착안해 새우젓 대신 다진 새우살을 붉은 김치 양념과 버무린 뒤 백김치와 김으로 말아 튀겼다. 여기에 국수 모양으로 짠 동치미 사워크림을 얹어 눈과 입을 모두 즐겁게 한다. 셰프의 말에 따르면 짜고 매콤한 김치튀김에 산뜻한 신맛을 더해 맛의 균형을 잡았다고. 반면 배추쌈은 개성식 보쌈김치를 모티프로 떡갈비와 배추, 묵은지 등을 볶아 배춧잎으로 감싸 내놓는데, 매운 음식이 낯선 외국 손님에게 특히 인기 있다. 온6.5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120여 년 된 고옥을 개조한 단아하고 모던한 한옥에서 이색 요리와 함께 와인, 전통주를 곁들일 수 있다는 것. 140여 종의 와인과 10여 종의 전통주를 선보이며, 주문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물으면 직원들이 친절하게 추천해준다.

지엠유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지엠유(G.M.U)는 ‘서울 속 작은 이탈리아’를 콘셉트로 이탈리아 수입 의류와 올리브 오일 등 식료품 판매, 그리고 카페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이다. 1~2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다양한 크기의 룸을 갖춰 비즈니스 미팅 등 프라이빗한 모임에 적합하다. 또 햇빛이 잘 드는 테라스석에서는 낮에는 브런치를, 저녁에는 와인을 겸한 코스 메뉴를 즐길 수 있다. 3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성비 넘치는 와인 리스트도 눈길을 끈다. 레드와 화이트는 물론 스푸만테까지 다양한 와인을 구비했다. 메뉴로는 이탤리언 퀴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퓨전 음식을 선보이는데, 아보카도와 볶은 버섯을 가득 올린 샐러드 위에 불고기를 얹고, 오일 파스타는 곤드레나물과 함께 버무리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바로 김치 파스타. 베이컨과 마늘 그리고 물에 살짝 씻은 묵은지를 올리브 오일에 함께 볶고 그 위에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와 생크림을 얹어 완성한다. 맛은 그야말로 반전 매력이 가득하다. 로제 파스타 소스와 묵은지가 의외의 궁합을 선사하는 것. 특히 토마토의 상큼함과 크림소스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 뒤로 은은하게 퍼지는 매콤한 맛이 매력적이다. 쫄깃한 식감의 리가토니 면을 사용해 풍미와 식감을 모두 잡았으며, 파스타 면을 먹을 때 전해지는 김치의 아삭함도 입안을 즐겁게 한다.

오울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는 국내 특급 호텔 유일의 전통주 바(호텔에서는 한국식 컨템퍼러리 바라 표현한다) 오울이 자리해 있다. 바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곳곳을 장식한 한국적 디테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 입구를 전통 격자무늬로 완성했는가 하면, 벽 한쪽에는 우리 민화 <까치와 호랑이> 그림을 네온사인으로 장식했다.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직원들의 유니폼도 근사해 보인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전통주와 전통주 칵테일, 그와 어울리는 한식 기반의 안주를 선보이는데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도 눈길을 끈다. 우선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 안주로 김치 칩을 제공한다. 김치 국물을 넣어 지은 밥으로 누룽지를 만든 뒤 이를 한 번 더 튀긴, 일종의 김치 스낵이다. 바삭하고 매콤한 것이 술안주로 제격이다. 호텔 측에 따르면 고객들의 요청으로 얼마 전부터 테이크아웃 판매를 시작했다고. 다만 호텔 셰프가 매일 직접 만드는 만큼 수량이 한정돼 있다. 한편 김치볶음밥을 이탈리아 아란치니 스타일로 재해석한 김치볼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전통주부터 막걸리와 칵테일까지 두루 잘 어울려 인기가 많다. 오울에서는 안주뿐 아니라 칵테일 메뉴에도 김치가 들어간다. 시그너처 칵테일 중 하나인 김치 하이볼이 그 주인공. 유승정 헤드 바텐더의 말에 따르면 고춧가루를 인퓨징한 전통 소주에 배 주스와 레몬즙 등을 넣어 만드는데 상큼함과 새콤함, 달콤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글 |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사진 | 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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