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 선임연구위원 “Fed 7월 금리 내릴 듯…한은 선제적 인하는 어려워”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 전문가들도 수정된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올해 기준금리 전망을 살펴본다.

[big story] 복잡해진 금리 시나리오…전문가의 예측 ①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은행도 8월 인하하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시장에서는 연초만 해도 Fed가 올해 6~7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성장세를 보인 데다 물가지표 또한 시장의 예상을 웃돌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7월 인하’라는 전망을 제시하긴 했으나 이 전망 또한 과거에 비해 ‘불확실성이 커진 전망’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1년간의 상황을 보면 높은 금리 속에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고용 증감분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수요가 어느 정도 위축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며 “그런데 지금 결과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노동 시장과 소비지표가 예상보다 좋은 데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높아졌다. 미국 지표만 놓고 보면 ‘왜 인하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물가가 2%로 내려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Fed가 빠르게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 위축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와 소비, 노동 시장도 많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을 안 했던 것”이라면서 “팬데믹 시기에 워낙 많은 유동성이 풀렸던 만큼, 아직 유동성을 완전히 회수하지 못해 시장에 여전히 돈이 많이 풀린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오는 7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는 Fed가 1년 뒤 물가 수준과의 시차를 미리 고려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지표상으로는 Fed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금리를 빨리 내려주기는 힘들겠지만 적정금리 수준을 감안해 7월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라면서 “금리 정책은 시차를 두고 약 1년 뒤를 보면서 운용한다. 향후 물가가 조금씩 내려가고 경기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보면, 1년 뒤의 상황을 움직이기 위해 (금리를 미리)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Fed가 7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하반기에 추가로 2회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연내 총 3회 인하를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연내 두 차례 인하 예상”

또 7월 미국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한국은행도 8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우리 내수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한은도 기준금리를 빨리 내려야 하는 상황이긴 하다. 그렇지만 물가 측면을 보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인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8월 인하 이후 4분기에 한 번 정도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한은이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어렵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유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갔다. 환율이 올라간다는 건 물가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낮추면 환율이 더 큰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나라는 환율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다. 환율 1400원도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 더 높게 끌고 간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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