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 품은 한국타이어··· 2.8조 승부수 통할까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전문 기업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한다. 이번 딜로 한국타이어는 기존 전기차 타이어와 배터리 제조 역량에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을 더해 전기차와 관련된 핵심 기술 3가지를 갖추게 된다

[M&A 탐구]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한국경제DB

세계 2위의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제조사인 한온시스템이 한국타이어의 품에 들어간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자동차 시대에 필수적인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에 특화된 회사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최대주주였고, 한국타이어는 2014년 지분을 취득하며 2대주주의 위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타이어가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갖고 있는 한온시스템 주식의 절반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시장에선 글로벌 타이어 제조사가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핵심 부품사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0년간 2.8조 원 투자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은 5월 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한온시스템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 지분(50.5%)의 절반(25%)을 한국타이어에 1조3679억 원에 넘기는 안을 의결했다. 한국타이어와 한앤컴퍼니는 이사회가 끝나자마자 ‘한온시스템 투자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한국타이어는 주식 인수와 함께 조만간 한온시스템이 실시할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유상증자에 3651억 원을 넣어 발행되는 신주 12.2%를 추가로 취득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1조800억 원을 투자해 한온시스템 지분 19.5%를 확보했다. 이번 최대주주 등극에 투입될 자금은 1조7000억 원 수준이며, 2014년 투자금까지 합하면 2조8000억 원에 한온시스템을 산 셈이다.

한국타이어는 연말까지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국타이어가 소속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자산총액은 현재보다 50% 증가해 약 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재계 30대 그룹에 처음으로 진입한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한온시스템 인수로 타이어와 배터리 등에 이어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동차부품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자동차 산업을 넘어 차세대 기술에 기반한 사업을 확대해 2030년 매출 30조 원 규모의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이번 인수는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개화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용 타이어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 통상 전기차용 타이어는 배터리 무게를 견뎌야 하고 소음도 줄여야 해서 30% 안팎 더 비싼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한국타이어는 이 분야에서 글로벌 톱10에 진입한 상태다.

여기에 ‘아트라스’라는 브랜드로 배터리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직은 전기차 배터리에 못 미치는 축전지 수준이지만,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향후 전기차 배터리로 사업을 확대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인 한온시스템을 품으면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전기차와 관련된 핵심 기술 세 가지를 보유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이런 한온시스템의 가능성을 2014년부터 눈여겨봤다.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시스템은 약 섭씨 25도 안팎에서 최적 효율을 내고 안전성이 보장돼 열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당시 마케팅본부장(사장)이었던 조현범 회장은 한온시스템이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한온시스템 지분 투자를 결정, 실행했다.

조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생소한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기술과 회사 경영 방식을 습득하기 위해 임원과 직원을 이듬해인 2015년 파견했다. 3년 주기로 이들을 교체하며 관련 시장을 파악하고 습득한 지식을 그룹 내 공유하도록 했다.
한온시스템은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서 핵심 인력 이탈 등으로 골치를 앓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은 9조5593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할 만큼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2773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은 2019년 6%에서 매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인수 후 한온시스템의 수익성 개선이란 과제를 안게 됐다.

한온시스템 수익성 개선은 과제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인수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역동적 미래 성장을 본격화하는 추진력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한국타이어가 갖춘 공급망을 통해 한온시스템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기존 고객에게도 열관리 시스템을 제안하며 ‘토털 패키지’를 제공하는 전략을 취하겠다는 의미다.

한온시스템은 2021년 초 주가가 2만 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전기차 분야에서 기대주로 부상했다. 2021년 한앤컴퍼니가 매각 작업에 처음으로 시동을 걸었을 때만 해도 프랑스 발레오와 독일 말레, 글로벌 PEF 운용사 칼라일 등이 참전하는 등 해외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종합 자동차부품 그룹인 HL그룹도 한온시스템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한온시스템의 몸값은 8조 원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 시가총액(3조 원 안팎)의 3배에 가깝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한앤컴퍼니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린다”며 “투자수익은 거의 없는 딜이지만, 그동안의 배당 등을 고려하면 이번 지분 매각으로 손해는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앤컴퍼니는 일단 한국타이어에 지분을 넘긴 이후에도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23%)로 남을 예정이다.

한온시스템의 몸값이 한결 가벼워진 데다 기존 최대주주인 PEF 한앤컴퍼니가 ‘퇴로’를 찾고 있었다는 점도 이번 거래가 성사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의 이런 상황은 조 회장의 상황과도 맞아떨어졌다. 조 회장이 지난해 말 조현식 고문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주주들에게 경영자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조 고문 측은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경영 능력 부족을 집중 타격했고, 조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난 지난해 11월부터 경영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조 회장 측 핵심 관계자들이 IB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물밑에서 인수 가능한 매물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글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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