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유류분’ 위헌···상속세 개편 방향은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줄곧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47년간 요지부동이던 유류분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의 의미와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상속 이슈]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연합뉴스

누구나 자신의 재산은 임의로 처분할 수 있고, 이는 사망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유언자의 의사를 존중해 사후에도 그 의사의 실현을 보장하기 위해서 인정되는 제도가 유언이고, 유언의 자유가 인정되는 셈이다. 상속재산은 피상속인(고인)의 소유이며, 상속인들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속재산이더라도 그 재산의 형성에 상속인이 협력하거나 기여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피상속인(고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 없이 인정하면 극단적으로는 법정상속인이 아무런 상속을 받지 못해 상속인의 생활 기반과 상속에 대한 기대, 가족공동체의 화합이 무너질 염려가 있으므로, 민법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일정한 범위의 법정상속인을 위해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의 반환을 인정하는 제도로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다.

유류분 제도란, 피상속인이 생전 처분(증여) 또는 유언에 의해 자유롭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해 법정상속인 중 일정한 범위의 근친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민법상 제도를 말한다(제1112조부터 제1118조).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처분이 없었다면 상속받을 수 있었을 가정적 상속재산에 대해 일정한 범위의 법정상속인에게 일정 비율을 확보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에 의한 자유로운 재산 처분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으로부터 증여나 유증을 받아 유류분반환청구의 상대방이 되는 자의 재산권도 제한한다. 유류분권은 상속권에서 파생되는 것이므로 상속이 개시돼야 비로소 발생한다. 대법원 판례는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포기를 강요해 유류분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전포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사후포기는 가능하다.

유류분권리자는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해야 하며, 사후포기는 대체로 소멸시효 기간 내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상속 개시 당시 순위상 상속권이 있는 자가 유류분권리자가 되며, 유류분은 직계비속 및 배우자는 각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 및 형제자매는 각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다.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은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 전액을 공제한 재산이다. 유류분 산정에 있어 기여분(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는 경우에, 상속분의 산정에 그러한 기여나 부양을 고려해 가산하는 제도)은 따로 고려되지 않는다.

형제자매 권리 인정은 위헌

우리나라 유류분 제도는 1977년 12월 31일 민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고, 그 이후로 한 번도 개정되지 아니하고 그대로 유지돼 왔다. 유류분 제도는 당초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이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 거래의 안전과 가족 생활의 안정, 상속재산의 공정한 분배라는 대립되는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으나, 오늘날 사회구조의 변화, 가족의 모습과 기능의 급변으로 인해 유류분 제도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4월 25일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①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②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아니한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그리고 ③ 기여분에 관한 제1008조의2를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한 민법 제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언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민법상 유류분 제도 자체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 및 유류분 제도를 구성하는 각 유류분 조항(제1117조 소멸시효 조항 제외)의 합헌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시한 최초의 결정이다.

이번 결정은 여러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가족의 역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상속인들이 유류분을 통해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유류분이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균등한 상속에 대한 기대를 실현하는 기능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류분 제도에 헌법적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을 선언하고 입법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의 대상인 민법 제1112조는 유류분의 권리자와 유류분을 정하는 조항이다.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아 유류분권을 부여할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 근거 규정인 민법 제1112조 제4호를 단순위헌으로 결정했다. 참고로 유류분 제도를 두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등은 유류분의 권리자에 형제자매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므로,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대해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불합리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이번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의 대상인 민법 제1118조는 유류분에 상속의 일부 조항을 준용하도록 정한 조항이다. 그런데 기여분(공동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거나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자가 있는 경우에, 상속분의 산정에 그러한 기여나 부양을 고려해 가산하는 제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기여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해당 증여재산이 유류분을 산정하는 기초재산에 산입돼 기여상속인은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에 따라 기여의 대가로 받은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기여분 제도가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된다.

최근 대법원이 기여상속인이 피상속인으로부터 기여에 대한 대가로 받은 생전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시해 기여상속인이 기여에 대한 대가로 피상속인으로부터 받은 증여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는 했으나, 그러한 판결만으로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은 이유로 제1008조의2를 준용하지 아니하는 민법 제1118조 역시 불합리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류분 상실 사유 사회적 논의 필요

단순위헌 결정이 내려진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2024년 4월 25일 선고 시부터 효력을 상실했고, 헌법불합치 결정이 된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 제1118조는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게 된다.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해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위헌 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제청을 했거나 법원에 위헌 제정 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 그리고 따로 위헌 제청 신청을 아니했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된다. 따라서 올해 4월 25일을 기준으로 형제자매의 유류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라면 대부분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한 이번 단순위헌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는 경우에 해당할 것이므로, 검토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 조항은 단순위헌 결정 즉시 효력을 상실했으므로, 앞으로 형제자매는 1순위 상속인이더라도 유류분권리자로 인정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혼인하지 않은 사람이 부모의 사망 후에 사망하면 그 형제자매가 1순위 법정상속인이 된다. 이번 단순위헌 결정 전에는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이 인정됐으므로 피상속인이 형제자매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싶지 않은데도 의사에 반해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은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해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이 인정되는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됐다.



한편 이번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개선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아니한 민법 제1112조 제1호에서 제3호까지와 제1008조의2를 준용하지 아니하는 제1118조는 현행 그대로 효력이 있으므로, 직계존속(부모), 배우자, 직계비속(자녀)에 대한 유류분은 그대로 적용되며, 유류분 산정 시 기초재산에 기여분도 산입된다.

개선입법 기한인 2025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유류분 제도의 근본적인 내용인 유류분 권리자와 유류분을 정하는 근거조항의 효력이 상실돼 유류분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결정으로 확인된 위헌성의 제거와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개선입법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제1118조의 경우 이번 결정의 취지에 따라 제1008조의2를 준용하는 것으로 개정하면 되는 것이라서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제1112조의 경우 유류분 상실 사유를 어떠한 구조와 내용으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공론화 및 사회적 협의의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어서 입법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에서 장기간의 유기,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유류분 상실 사유의 예시로 들고 있으나, 그 범위를 추상적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유류분 상실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결국 소송을 통해 판단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법 개선 전에 유류분을 청구하려는 경우, 유류분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가 1년의 단기소멸시효로 규정돼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개정(예정) 민법의 내용을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글 이수지 법무법인 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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