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도 12년 전 물려받은 조상땅 상속받을까

갈수록 이혼과 재혼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만큼이나 상속의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재혼 가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속 분쟁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상속 비밀노트]


회계사였던 A는 1970년에 B와 혼인해 아들 C를 뒀다. A는 C가 아직 여덟 살이던 1979년에 B와 이혼했다. A는 아들을 데리고 이듬해인 1980년 X와 재혼했다. A는 X와의 사이에서 딸 Y를 두었다. X는 자신이 낳은 딸 Y만 편애하고 의붓자식인 C에게는 정을 주지 않았다.

A는 2010년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땅을 아들인 C에게 증여했는데, 당시 시가는 약 50억 원이었다. 당시 C는 증여세 신고도 했고 증여세도 모두 납부했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22년에 A가 사망했다.

사망 당시 A는 X와 함께 살던 아파트 한 채(시가 약 30억 원)와 현금 약 20억 원을 남겼다. 그리고 아들 C에게 물려줬던 땅은 그 사이에 개발돼 상속 개시 당시 시가가 160억 원이 됐다. C는 아버지가 물려준 조상땅을 지킬 수 있을까. X는 차이가 많이 나는 상속분을 줄일 수 있을까.

일단 A가 남긴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이 어떻게 나누어 가져야 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C가 증여받았던 땅의 가치를 따질 때에는 증여 당시 시가가 아니라 상속이 개시될 당시, 즉 A가 사망했을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특별수익 간과해선 안 돼

그런데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이나 유류분을 따질 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 당시 적법하게 증여세를 신고하고 증여세도 모두 납부했으니 이제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10년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속세와 관련해서만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유류분을 청구할 때에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A가 사망하면서 남긴 상속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신고할 때에는 A가 사망하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까지만 포함시키면 되고, 그 이전에 증여한 재산은 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A의 상속인들 간에 상속재산을 나누고 부족한 유류분을 계산할 때에는 10년 이전에 증여받은 재산이건, 그 이후에 증여받은 재산이건 따지지 않고 모두 특별수익을 받은 것으로 처리된다. 이처럼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인 경우에는 생전증여를 증여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하는 민법 규정(제1113조와 제1118조)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됐는데, 이에 관하여 최근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4. 4. 25. 선고 2020헌가4 등).

A가 남긴 상속재산을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법정상속분을 따져봐야 한다. A의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을 계산해보면, 배우자인 X가 7분의 3, 자녀들인 C와 Y가 각 7분의 2씩이므로 X는 90억 원, C와 Y는 각 60억 원이다. 160억 원+30억 원+20억 원 등으로 210억 원이다. 그런데 C는 이미 본인의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는 특별수익(160억 원 상당의 건물)을 얻었으므로 상속재산분할에서는 배제돼 결국 A가 남긴 상속재산 총 50억 원은 X와 Y가 3대2의 비율로 나눠 가지게 된다. 즉, X는 30억 원을, Y는 20억 원을 각각 분할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X와 Y는 원래 받을 수 있었던 상속분에 훨씬 못 미치는 재산을 받게 되기 때문에 유류분이 부족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X의 유류분은 45억 원(법정상속분의 절반), Y의 유류분은 30억 원이므로, X는 15억 원(45억-30억), Y는 10억 원(30억-20억)의 유류분 부족분이 발생하게 됐다. 이렇게 부족한 유류분액을 C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상속세를 신고할 때는 상속 개시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된 재산만 가산하기 때문에 C가 증여받은 땅은 다시 상속세 신고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다. 따라서 아파트와 현금 합계 50억 원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신고하면 된다.

아울러 공동상속인에 대한 증여 시기와 무관하게 모두 유류분 반환 대상으로 삼는 민법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오래전에 증여한 것까지 반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망인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분쟁을 확대시키는 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

유류분에 관해 법개정을 할 때에는 이 부분에 관해서도 적당한 제한(10년 정도)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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