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따져보는 혼인과 이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결혼 건수는 19만4000건, 이혼 건수는 9만2000건이라고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이혼만큼이나 그 이후의 쩐의 전쟁은 복잡하고, 고통스럽다. 상속도 마찬가지다. 혼인과 이혼을 둘러싼 세금 문제 어떻게 대비해야할까.

[상속 플래닝]
서울의 한 구청에 비치 된 혼인신고서 모습. 한국경제

성인이 ‘직계존속(부모와 조부모)’으로부터 받는 증여에 대해서는 10년간 5000만 원까지, ‘4촌 이내의 인척’인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증여에 대해서는 10년간 1000만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된다. 결국 이렇게 공제되는 5000만 원 또는 10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와 별도로 2024년부터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의 경우 1억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하는 ‘혼인증여재산공제’가 신설됐다. 따라서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으면, 신랑은 신랑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최대 5000만 원+1억 원, 신부는 신부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최대 5000만 원+1억 원을 증여받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혼인 시 증여세 공제 가능액 늘어

이에 추가해 혼인 이후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4촌 이내의 인척’이 되므로, 신랑이 신부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신부가 신랑의 직계존속으로부터 각각 증여를 받게 되면, 그에 대해 다시 신랑·신부 각자 1000만 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신랑·신부가 양가 직계존속들로부터 총 3억2000만 원까지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받을 수 있다.

한편 혼인증여재산공제는 ‘직계존속’으로부터 받는 증여에 대해 총 1억 원이 적용된다. 따라서 직계존속인 부, 모, 조부, 조모가 증여할 경우 각 증여에 대해 1억 원씩 최대 4억 원까지 혼인증여재산공제가 적용되지는 않는다. 또한 혼인증여재산공제는 증여재산의 종류를 불문하므로 현금 이외에 부동산, 주식, 귀금속 또는 다른 고가 물건(예컨대 차량) 등을 증여받을 경우에도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편 혼인증여재산공제는 사실혼이 아니라 법률혼에 대해 인정된다. 법령에서도 ‘혼인신고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따라서 결혼을 예정해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고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적용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파혼 등의 사유로 2년 이내에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면 혼인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 이 경우 증여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이 되는 날까지 관할 세무서장에 수정신고 또는 기한후신고를 해야만 가산세 등 부담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다.

축의금은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

보통 직계존속이 결혼 예정인 자녀(또는 손자녀)에게 금전을 주거나 혼수용품을 마련해준다. 친인척과 지인들이 신랑·신부에게 축의금을 내기도 한다. 세법에서는 ‘증여’를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신랑·신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수용품을 직접 받거나, 혼수용품을 구입하기 위한 금전을 받거나, 친인척과 지인들로부터 축의금을 받는 것도 ‘증여’ 개념에 포함된다.

물론 실제로는 신랑·신부가 혼수용품과 축의금을 받았다고 해 그에 대해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는 경우는 드물다. 세법에서는 ‘축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이나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여’는 맞지만,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이어서 그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얼마까지의 금액이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대해 아무 기준이 없다.

부유층에서는 혼수용품으로 주택, 외제차량, 고급 귀금속 등도 ‘통상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앞서 본 것처럼 1억 원의 혼인증여재산공제가 신설된 것을 고려하면, 증여세가 아예 과세되지 않는 ‘혼수용품으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1억 원보다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논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혼 축의금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경사스러운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축의금에 대해 법적 분쟁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어서, 축의금에 관한 연구 또는 판례가 많지는 않다. 다만 하급심 법원에서는 “결혼 축의금은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친분 관계가 있는 하객들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이고, 그중 신랑·신부인 결혼 당사자와의 친분 관계에 기초해 결혼 당사자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러한 하급심 법원 판례에 따르면, 하객들이 결혼 축의금을 내는 것은 원칙적으로 혼주인 부모에게 주는 것이므로, 하객들이 혼주에게 축의금을 ‘증여’한 것이고, 하객들의 혼주에 대한 축의금 증여가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으로 증여세 비과세로 처리되는 것이다. 혼주가 결혼 축의금을 받아 혼주 계좌에 입금해 관리하면 해당 금전은 혼주의 재산이 되는 것이므로, 혼주가 혼주 계좌에 입금해 관리하던 혼주의 돈을 추후 신랑·신부에게 전달하면, 혼주가 신랑·신부에게 금전을 증여하는 것이 되므로, 그 단계에서 증여세가 과세될 위험이 있다.


‘1가구 2주택’ 적용 5년간 유예

따라서 결혼식장에서 받은 축의금 현금을 직접 신랑·신부 계좌로 입금하고, 청첩장 등에 축의금 계좌를 안내할 때에도 혼주 계좌가 아니라 신랑·신부 계좌를 안내함으로써 하객들이 직접 신랑·신부에게 축의금을 전달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결혼 축의금에 대해 증여세 과세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신랑·신부 각자 1주택을 소유하다가 결혼한다면 세금 문제는 어떨까.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각자 소유하던 주택의 명의를 변경하지 않는 이상, 혼인 자체로 취득세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신랑·신부가 각자 1주택을 소유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1세대 2주택이 된다. 이를 그대로 인정하면, 혼인 때문에 종합부동산세가 새롭게 부과되거나 종합부동산세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지방세법’상 ‘1세대 1주택’에 인정되는 재산세 과표 구간별 세율 인하 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특례를 적용받지 못한다. 이를 막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에서는 혼인으로 인한 1세대 2주택에 대해서는 5년의 유예 기간을 인정했다.

즉, △‘종합부동산세법’에서는 혼인으로 1세대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혼인한 날로부터 5년간은 주택을 소유하는 자와 혼인한 자별로 각각 1세대로 보도록 규정하고 △‘지방세법’ 시행령에서는 신랑·신부가 혼인 전부터 소유한 주택(각각 최대 1개의 주택만 소유한 경우로서 혼인 후 주택을 추가로 취득하지 않은 경우)으로 과세기준일(매년 6월 1일) 현재 혼인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은 주택을 제외하도록 규정했다(지방세법 시행령).
서울 마포구 아현동 웨딩거리에 있는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 한국경제

이혼 합의 전 재산 분할에도 증여세

양도소득세에서도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양도소득세에서도 1주택을 보유한 자가 다른 1주택을 보유한 자와 혼인함으로써 1세대가 2주택을 보유하는 경우, 혼인한 날부터 5년 이내에 먼저 양도하는 주택은 1세대 1주택으로 보아 일정 요건(보유 기간·거주 기간 등)을 충족한 경우 양도가액 12억 원까지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된다. 결국 신랑·신부 각자 1주택을 소유하다가 결혼할 경우 5년 이내 그 주택을 양도하지 않으면, 그 이후부터는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졌던 고유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일방의 재산으로 되고(부부별산제),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의 경우에 한해 부부 공유로 추정된다. 그리고 부부의 공동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부부 공동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혼인 중 일방이 다른 배우자에게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를 주더라도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생활비가 필요한 시기를 불문하고 일시에 배우자로부터 목돈을 받는 경우, 배우자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매달 일정액을 받더라도 실제로는 그 자금을 생활비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매입해 재산 형성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생활비로 인정받지 못해 결국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또한 아직 법률상 혼인 관계라면 장래 실제 이혼할 계획을 갖고 부부간 재산 분할을 미리하는 취지라도, 배우자로부터 이전받는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로 취급돼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로부터 증여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그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10년간 6억 원까지 공제되므로, 6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증여세가 부과된다.

복잡한 위자료 셈법

이혼 과정에서 재산 분할은 혼인 중에 가지고 있었던 실질상의 공동 재산을 청산해 분배함과 동시에 이혼 후 상대방의 생활 유지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은 가장이혼 등이 아닌 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재산을 분할해주는 사람에게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지 않고, 재산을 분할받는 사람에게도 다른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재산 분할에 따라 재산을 취득한 자에게 취득세는 부과되는데, 취득세율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의 취지를 감안해 통상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혼 과정에서의 위자료는 상대방의 유책행위에 의해 이혼했을 때 입게 되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 취급되므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위자료 등 손해배상금은 본래 금전으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위자료를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 대신 제공하면 위자료 금전채무를 대물변제한 것으로 보아 위자료로 대신 부동산을 제공한 자에게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지금까지 혼인과 이혼에 관한 세금을 몇 가지 살펴보았다. 고령층에게 집중된 부를 젊은 세대로 이전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특히 혼인이나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세제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앞으로 이 부분에 많은 관심과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