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의 품격···위기마다 혁신 빛났다

소매금융을 발판으로 탄생한 KB금융그룹이 이제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라는 타이틀을 넘어, 전 지구적 금융파트너로 변화를 꿰차고 있다. 대한민국 리딩뱅크로서 KB금융이 우뚝 설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 KB금융
서울 여의도의 KB국민은행 신관. 한국경제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2008년 또 하나의 ‘금융 공룡’이 탄생했다. 당시 명실상부 업계 1위 리딩뱅크였던 KB국민은행을 주축으로 증권, 자산 운용, 보험, 부동산 신탁, 창업 투자 등 계열 금융 회사들을 한데 묶은 KB금융지주가 등판한 것이다.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설립 배경이 그러하듯 KB금융도 숱한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현재 체재와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그룹의 맏형 격인 KB국민은행은 2001년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국민은행과 주택금융기관인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이후 급변하는 금융 환경 변화와 위기 속에서도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03년 9월에는 국민카드를 합병하고 2004년 6월에는 KB생명(당시 한일생명), 2008년 3월에는 KB투자증권(당시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수익원 확대와 안정성을 강화했다.

통합 KB국민은행을 모태로 꾸준한 혁신과 도약을 이뤄 온 KB금융그룹은 마침내 새로운 성장을 위해 2008년 9월 8개(KB국민은행·KB투자증권·KB생명·KB부동산신탁·KB데이타시스템·KB신용정보·KB자산운용·KB선물) 계열사를 거느린 KB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전문성 있는 계열사 확대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바탕으로 종합금융그룹의 기반을 만들고 ‘아시아 금융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이루겠다는 전략이었다.

초대 지주회사 회장을 역임한 황영기(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회장은 당시 기념사에서 그룹 경영 방향과 관련, “적극적인 M&A를 통한 성장과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5년 뒤인 2013년까지 자산 600조 원, 아시아 10위, 세계 50위의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출범 직후 KB금융그룹은 2008년 연간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조8733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연 환산 기준 11.92%에 달했다. 15년이 지난 2023년 KB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조6319억 원에 달한다. 그룹 ROE는 9.18%로 핵심 이익의 견조한 증가와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결실에 따른 것이다.
2008년 9월 서울 명동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출범 기념현판식에 참석한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왼쪽 두 번째), 강정원 국민은행장 겸 부회장(왼쪽 네 번째) 등 주요 임원들 모습. KB금융그룹

계열사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출범 당시 8개였던 KB금융그룹의 계열사는 2024년 현재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KB인베스트먼트, KB데이타시스템 등 11개로 늘었다.
KB생명(2009년), KB국민카드(2011년), KB저축은행(2012년)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마련했고, KB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내실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출범 당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과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KB금융공익재단 설립, ‘KB굿잡’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지원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도 벌여 왔다.

은행, 신용카드, 금융투자, 보험업 등에서 11개의 주요 계열사가 적극적인 영업 활동을 펼친 결과 2008년 출범 당시 320조 원이었던 KB금융그룹의 총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732조2000억 원으로 관리자산(AUM)을 포함하면 1242조8000억 원으로 늘었다.

다만,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49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5% 감소했다. 이는 홍콩H(항셍중국기업) 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고객 보상비용 8620억 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하면서 영업 외 손실이 큰 폭으로 반영된 영향이다.
이에 대해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 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 원 수준으로 경상적 수준으로는 견조한 이익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혁신과 도전으로 위기 돌파

KB금융그룹이 국내 리딩금융사로 거듭나기까지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 임원들의 운명이 그리 평탄치만은 않았다. KB금융그룹은 황영기, 강정원, 어윤대, 임영록 등 역대 회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 내지 해임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여기에 KB전산 시스템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KB사태’로 그룹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난세의 영웅이 등장하듯 2014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회장(당시 국민은행장 겸직)은 이후 2017년과 2020년에도 회장 연임에 성공하며 9년간 KB금융그룹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취임 첫해 KB 내분 사태로 인한 혼란을 수습한 윤 회장은 이어 핵심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와 함께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2020년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등 적극적인 M&A를 통해 비은행 사업을 강화했다.

이는 현재의 KB금융그룹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끌어올린 완성도 높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KB금융지주는 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3조 원대 순이익을 올렸고, 2021년에는 4조4096억 원, 2022년에는 4조121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4조 원대 당기순이익’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KB금융 측은 “은행·증권·보험의 3톱 체제를 통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도전

국내 리딩금융그룹의 위상을 확립한 KB금융그룹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히 2018년 이후에는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사업 부문에 역량을 집중했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시장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이원화(two track) 전략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전략 시장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뉴욕, 런던, 홍콩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 IB 분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장기적인 글로벌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KB국민은행이 2016년 출시한 캄보디아 글로벌 디지털 뱅크 ‘리브 캄보디아(Liiv Cambodia)’ KB금융그룹

2019년에 캄보디아의 프라삭은행(현 KB프라삭은행)을 인수하고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선진 금융기관과 제휴를 추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역량을 강화했다. 올해 3월에는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2009년 설립한 ‘KB캄보디아은행’과 2021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통합 상업은행인 ‘KB프라삭은행’이 출범했다.

무엇보다 KB금융그룹은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을 통해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KB금융그룹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ESG 경영을 위해 금융사 중 최초로 지난 2020년 3월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도 했다.

윤종규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회장 역시 ESG 경영에 진심이다. 양 회장은 “KB금융그룹의 미션인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폭넓은 ESG 활동을 이어 가면서 사회와 고객과 함께 상생하는 금융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그룹은 소상공인과 중소·중견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생금융을 실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자립과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와 연계된 경제 생태계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사진 KB금융그룹·한국경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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