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이콘 된 메리츠…‘투톱’ 화재·증권, 수익성 업계 선두

메리츠금융지주는 현재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대체투자운용,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코린도보험 등을 품고 있다. 그중 주축은 단연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다. 100년 역사를 지닌 메리츠화재와 국내 6번째 ‘초대형 IB’를 꿈꾸는 메리츠증권의 거침없는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금융그룹 대해부] 메리츠금융



메리츠금융그룹의 DNA는 우리나라 최초 손해보험사에서 출발한다. 국권 침탈 이후 일본 보험사가 주를 이루던 1922년 10월 1일, 민족자본을 기반으로 조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조선화재해상보험은 일본 보험사의 틈바구니에서도 1935년 경성의 명물이었던 태평로 사옥을 짓는 등 그 명맥을 이어 갔으며, 이후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1956년 국내 보험 업계 최초로 대한증권거래소에 상장(00060)한 동양화재해상보험은 1967년에는 한진그룹에 편입됐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 후 ‘제2의 창업’이란 정신으로 사명을 메리츠화재해상보험으로 변경했다. 새롭게 거듭난 메리츠화재는 이후 보수적인 보험 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업계에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실적 역시 업계 선두권을 유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엔 당기순이익 4909억 원을 기록,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7%, 21.5% 증가한 2조9129억 원, 6606억 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양질의 신계약 확보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 전략을 통해 기존 강점인 장기보험 손익이 꾸준히 증가했다”며 “일반보험 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35% 가까이 증가하는 등 보험손익 부문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손익도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한 202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부터 추진한 양질의 신계약 확보를 통한 수익성 중심의 매출 성장, 장기 건전성 관리 전략이 주효해 실적 개선이 지속됐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효율적인 비용 관리 및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 운용 능력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한 것도 사상 최대 실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됐다.

철저한 성과주의, 김용범 가치성장 빛났다

메리츠화재의 이 같은 눈부신 성장에는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의 공이 컸다. 이미 과거 대한생명, CSFB, 삼성화재, 삼성투신운용 등에서 ‘채권쟁이’로 명성이 자자했던 그는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에 합류, 자신의 역량을 쏟아냈다. 특히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0월까지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김 부회장은 ‘가치성장’ 중심의 경영 전략과 철저한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쳤으며 이는 고스란히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메리츠화재 매출액(원수보험료)은 김 부회장 취임 2년 만인 2017년부터 꾸준히 증대, 2017년 말 기준 6조4034억 원에서 2021년 말 기준 10조301억 원으로 6년 만에 50% 이상 성장했다. 2023년 매출액은 10조8617억 원으로 3년 연속 10조 이상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 부회장 취임 이후 만년 5위였던 당기순이익은 지속 증가하며 2019년도부터는 업계 3위로 도약했다. 2023년의 경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1조 5748억 원이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분기별 당기순이익으로는 3분기와 4분기 연속 업계 1위를 달성했다.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가치성장’ 경영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프라이싱(pricing)’, 즉 가격 책정 능력이다. ‘프라이싱’은 메리츠화재에서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이 되는 핵심 전략이다. 우량과 불량, 시장 진입과 철수, 경쟁의 강도를 결정하는 판단의 절대 기준이 된다.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프라이싱은 시장에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철저하게 ‘감지(sensing)’하고 분석한 뒤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미래 가치와 가격을 계산하는 능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가치가 낮고 시장가격이 손익분기점(BEP)보다 낮은 영역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반대인 경우에는 수익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진입해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미래 수익성이 가장 높은 상품인 장기인보험의 매출 성장에 집중하고, 만성 적자로 인해 업계에서 골칫덩이로 취급받던 자동차보험에 대해 수익성 위주 전략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메리츠화재는 프라이싱을 통해 자동차보험에서도 적자가 아닌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매출액이 아닌 계약의 가치를 매출로 인식하는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본격 도입되면서 단순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얼마나 우량한 계약을 인수했는지가 회사 재무 성과를 직접적으로 좌우하게 됐다. 적자 계약의 경우 전 기간에 걸친 손실을 당기에 한꺼번에 인식하게 되면서 메리츠화재가 펼쳐 온 프라이싱 전략의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리츠화재 본사 전경.


77년생 CEO 파격 인사…새로운 비상

메리츠화재의 또 다른 성장 배경 중 하나는 회사 특유의 성과주의 경영 문화에서 비롯된다. 김용범 부회장은 올해 2월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평가와 보상은 언제나 성과주의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며 “사람과 문화가 전부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공정한 평가와 보상에 집중해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보수는 1억2800만 원이다. 전년(1억1800억 원) 대비 8.4%가량 올랐다. 메리츠화재 평균 보수는 2021년 1억 원을 처음 기록한 뒤 3년 연속 1억 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역시 메리츠화재는 삼성화재에 이어 업계 두 번째로 높은 평균 보수를 기록한 만큼, 올해도 업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역대 최고 이익을 낸 만큼 철저히 보상한다는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저 공염불은 아니었던 셈이다.

한편,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의 실질적 통합 완성을 의미하는 ‘지주 중심 경영 체계 구축’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그간 화재와 증권 대표이사를 담당했던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이 모두 지주로 돌아가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 지휘하며 효율적인 통합을 구현하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의 뒤를 잇는 CEO는 김중현 신임 사장이다. 김 사장은 1977년생으로 사장단에서는 가장 젊다. 김 사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에 입사한 이후 변화혁신TFT파트장, 자동차보험팀장을 거쳐 2018년부터는 상품전략실장, 경영지원실장 등 회사의 핵심 업무에 대한 업무 집행 책임자로서 매년 지속적인 성과를 시현함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향후 그의 행보에 기대감이 모아지는 이유다.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한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도 메리츠금융의 빼놓을 수 없는 보배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925억 원을 달성하며 고속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이자, 증권 업계 독보적 1위다. 시장금리 급등과 증시 부진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폭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과 판매 및 운용(sales&trading)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기록하며 차별화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증권사들이 고전하는 상황에도 남다른 리스크 관리 능력을 내세워 디폴트 사례 ‘0(제로)’를 이어 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돌풍 배경에는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 빠르게 포착해낸 최희문 부회장의 역할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메리츠증권 수장 자리를 지켰던 최 부회장은 만년 중소형사에 불과했던 메리츠증권을 13년간 꾸준히 성장시켰다. 최 부회장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미국 월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로 매년 꾸준하게 실적 성장을 거듭하며 ‘메리츠 신화’를 써 왔다.

그는 사내 사업 구조부터 조직 문화까지 전방위에 걸친 체질 개선을 이뤄냈으며, IB 선진 금융 모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부동산 PF 사업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갔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로 부동산 금융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2010년대 초반 과감히 시장에 진입하며 안전한 딜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10여 년간 쌓아 온 부동산 PF 노하우를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모델을 꾸준히 구축했다.

동시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도 그의 강점이다. 메리츠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기업 경영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리스크와 수익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 운영해 오고 있다. 또한 리스크 관리 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사 여러 조직 간 유기적 관계를 통해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조직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 결과 최 부회장 취임 전 자기자본 기준 20위권에 머물던 회사는 어느새 영업이익 1조의 대형 증권사로 몸집을 불렸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8813억 원과 590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영업이익 1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증권 업계 유일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1위에 올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비우호적인 국내외 투자 환경에서도 차액결제거래(CFD), 부동산 PF 등 사전 리스크 관리로 손실을 최소화했다”며 “트레이딩, 금융수지, 리테일 등 각 부문에서 준수한 실적을 거두며 2022년에 이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켜내며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여섯 번째 초대형 IB 꿈꾼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에도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557억 원과 1265억 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주식 시장의 거래대금 증가로 브로커리지 기반 수익이 전분기 대비 52% 확대되며 리테일 수익 상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IB, 금융수지, 트레이딩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양호한 수익을 시현하며 1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올해 녹록지 않은 업황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및 내부통제에 주력하는 한편 IB 및 리테일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현재 지주사로 돌아간 최 부회장의 뒤를 잇는 수장은 장원재 메리츠증권 사장이 맡고 있다. 금융공학, 자산 운용, 상품 기획 등 핵심적인 금융 업무에서 뛰어난 실적을 이뤄낸 금융 전문가인 장 사장은 주요 사업부를 이끌면서 메리츠증권이 지속적인 성과를 시현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는 지난 2012년 삼성증권 캐피탈마켓본부 운용담당 상무와 2014년 리스크책임자(CRO)를 거쳐 2015년 메리츠화재 리스크관리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2020년까지는 메리츠화재 CRO 겸 위험관리책임자 부사장을 맡았다.

특히 그는 현재 메리츠증권의 초대형 IB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장원재 사장은 지난 5월 14일 메리츠금융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 중”이라며 “지난해 말 기준 증권 별도 자기자본이 5조6000억 원으로, 초대형 IB 기본 요건인 4조 원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라 추가 증자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사업 확장과 수익 다각화를 위한 돌파구로 초대형 IB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섯 번째 초대형 IB 진출 도전과 함께 쓰여질 장 사장의 향후 경영 노선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정 기자
사진 메리츠금융그룹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