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미다스의 손’ 빌 포드 회장…“생애 가장 큰 사이클, AI로 송두리째 바뀔 산업을 찾아라”
입력 2024-07-02 10:29:47
수정 2024-07-02 10:29:47
사모펀드(PE) 운용사들도 AI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제너럴애틀랜틱은 AI 산업 생태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을 발굴해 투자하고 있다. 한국을 방한한 빌 포드 재너럴애틀랜틱 회장을 만나 최근 주력하는 투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셜 인터뷰]“현재 인공지능(AI) 기술 사이클의 시작점에 서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AI는 기술, 기업,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이며, 이는 그로스 에쿼티 투자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사모펀드계의 거물인 빌 포드 제너럴애틀랜틱 회장이 한경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 9위 글로벌 사모펀드인 제너럴애틀랜틱은 산업이 부상하는 시점에서 잠재력 있는 혁신 기업들을 발굴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 왔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우버, 중국의 틱톡 모두 제너럴애틀랜틱의 투자를 받은 곳들이다.
월가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포드 회장은 과거 PC, 인터넷, 모바일 및 클라우드 등 주요 기술 사이클마다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 왔다. 포드 회장은 “AI 모델, AI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성공 기회가 열려 있다”며 “앞으로 5년 안에는 엄청난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근 몇 년 동안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는데요. 올해 투자 환경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저희는 ‘그로스 에쿼티’ 시장에 상당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21년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정점을 찍고, 그 이후로 조정되면서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현재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한 기업공개(IPO) 시장도 바닥을 찍고 우상향하며, 인수·합병(M&A) 건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 볼 때 덩치가 큰 바이아웃보다 그로스 에쿼티 투자가 M&A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 그로스 에쿼티 투자를 하기에 가장 적기라고 판단합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키워드는 혁신과 성장입니다. 현재 테크놀로지와 헬스케어 등 주요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혁신이 새롭고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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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스 에쿼티(Growth Equity)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 자본을 투입해 그들의 확장과 성장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 전략. 초기 단계(스타트업)와 바이아웃 투자 사이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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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주목하는 기술이 있습니까.
“지금은 제 커리어에서 네 번째 주요 기술 사이클에 해당합니다. 제가 1980년대에 처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는 PC 사이클 시대였습니다. 이 PC 사이클은 기술과 컴퓨터 업계를 송두리째 바꿨을 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이후 1990년대에는 인터넷 사이클이 시작됐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인터넷이 개발되면서 업계 전반에 걸쳐 엄청난 성장과 함께 현재에도 유명한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설립됐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고 2000년대 중반에는 제 커리어에서 세 번째 큰 사이클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이 사이클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그로 인해 상당히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기회가 창출됐습니다. 그리고 이 기술 주기에 저희는 운 좋게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투자할 수 있었죠. 인터넷 사이클 때는 이트레이드(E-Trade)와 프라이스라인에 투자했습니다. 이렇듯 기술 주기마다 굉장히 흥미로운 기업들을 발굴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AI 기술 사이클의 시작점에 서 있는데요, 아마 제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큰 사이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는 기술, 기업,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그간 보지 못했던 규모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저는 이 주기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 됐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과소평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변화와 기회를 창출할 것이고, 그래서 이 네 번째 사이클인 AI가 전 세계적으로 우리와 같은 그로스 에쿼티 투자자들에게 상당히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 몇 차례의 기술 변혁기에서 가장 큰 성공으로 꼽는 투자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투자는 매우 많습니다. 첫 번째 인터넷 사이클인 웹 1.0을 경험하는 것도 즐거웠고, 이트레이드와 프라이스라인 투자를 이끈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 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모바일 분야에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LHS라는 기업 투자를 주도했습니다. LHS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GSM 소프트웨어와 빌링 시스템을 도입한 기업입니다. 이 기업에 투자하면서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지켜보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고 인상 깊었던 투자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뉴욕증권거래소와 합병한 기업에 투자했습니다. 이때 뉴욕증권거래소와 뉴욕상업거래소(NYMEX)를 자동화시키는 것에 집중했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는데, 사람 간 직접 거래에서 자동화 과정을 통해 컴퓨터로 거래가 옮겨 가는 큰 비전을 갖고 시작한 일이었고 실제로 선두에서 자동화 과정을 이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투자의 좋은 점은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점입니다. 최근 매우 만족스러웠던 투자가 두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틱톡을 소유하고 있는 바이트댄스입니다. 바이트댄스와는 약 7년간 연을 이어 오며 그중 5년은 이사로 있었습니다. 굉장히 즐거운 투자 경험이었습니다. 또 최근에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라는 상업 항공우주 회사에 투자했는데, 우주 시장에 대해 많은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투자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지속해서 새로운 시장과 분야에 대해 알아 가고 배우는 과정과 기회가 저에게는 가장 의미 있고 즐거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유망한 기업을 알아보는 회장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투자는 과학보다는 예술에 가깝습니다. 저는 저희 창립자 척 피니와 초기 투자자들에게서 성장 투자 가능성을 평가할 때,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세 가지 ‘M’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첫째는 바로 시장(Market)입니다. 뛰어들고자 하는 시장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를 봐야 합니다. 둘째는 모델(Model)입니다.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이 성공했을 때 적정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시장이 좋을지언정 때때로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M은 경영(Management)입니다. 결국 모든 사업이나 투자는 사람으로 귀결됩니다. 사업가의 자질과 능력이 변화를 주도하고 결과를 만듭니다. 대부분의 기업, 기업가, 그리고 성장 기업들은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역경에 직면합니다. 이 경우 역경 극복과 사업 성공은 회사를 이끄는 경영진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매니지먼트가 마지막 M입니다. 마켓,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매니지먼트. 이 세 가지 M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 AI 관련해서 큰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같습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월가의 큰손들은 AI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많은 사람이 AI가 장기적으로 모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초기 단계이지만, 앞으로 AI는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습니다. 이번 AI 주기가 다른 기술 주기와 다른 점은 바로 대기업들이 매우 강력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AI는 매우 자본집약적이고 컴퓨팅 집약적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 애플 등 자본과 힘을 가진 대기업들이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그래서 초기 승자는 대기업이 될 것입니다. 그 후에 AI가 더 발전되고 경제 곳곳에 확산됨에 따라 실제로 AI를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들이 상당수 생겨날 것입니다.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와 교육입니다. 역사적으로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기 어려웠던 분야들이지만 저는 AI가 이 두 분야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너럴애틀랜틱의 AI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진화할 계획인가요.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기술 주기에 접근한 방식과 동일합니다. 우선 해당 분야의 주요 트렌드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투자 기회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기업과 만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회사와 활발히 대화를 나누는 중이고 투자 가치를 고려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 업무를 전담하는 팀도 따로 있습니다. AI는 기술, 헬스케어, 소비자 금융 서비스, 생명 과학, 심지어 기후 등 모든 투자 플랫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고, 모든 부문에 대한 AI 전략을 마련할 필요성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기회를 식별하고 가능한 많은 기업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 AI 기술 개발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부문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현재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것은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입니다. LLM과 이미지 기반 생성형 AI인데요. 현재는 이 분야들에 다양한 액션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생성형 AI만큼이나 흥미로운 분야들이 새롭게 나타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LLM을 활용해 기업 내 데이터를 발견해낼 수 있게 된다면 눈길을 끄는 기업 솔루션들이 다량으로 나오리라 예상합니다. 현재는 생성형 AI에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흥미로운 기술도 나올 것입니다. 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산업의 변화인데요. 아까 교육을 잠깐 언급했는데 어떤 산업이 AI로 인해 완전히 바뀔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 기술은 정말 강력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영향도 클 것입니다. AI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는 산업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금융도 크게 영향을 받을 분야 중 하나입니다. 누구에게 얼마나 대출을 집행할 것인지, 그 결정 과정도 AI에 의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 AI 인프라도 경쟁이 격화되는 분야입니다.
“인프라도 매우 중요한 주제입니다. AI로 인해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오르면서 에너지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할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AI 관련 에너지 수요가 현재 과소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족하느냐, 전통 에너지로 충족하느냐에 대한 질문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너럴애틀랜틱은 최근에 액티스(Actis)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인프라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액티스는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자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고 있어 인수를 결정했습니다. 또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5년 전에 만들어진 데이터센터 중 일부는 아예 쓸모가 없어지고, AI 및 컴퓨팅 파워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 재건과 그로 인한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많은 투자 기회가 숨겨져 있습니다.”
- 생성형 AI의 리딩 기업은 누가 될 것으로 보십니까.
“우선은 대기업들이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시작할 것입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을 보면 이미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용량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초반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상당한 엔지니어 인력도 가지고 있고, 이 모든 걸 뒷받침할 막대한 자본도 가지고 있어서 LLM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 LLM 기업에 투자를 고려할 때, 이들의 경쟁 상대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 AI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시점은 언제쯤 예상하시는지요.
“인터넷이 아마 최고의 비교 대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은 20년에서 30년에 걸쳐 발전했는데, AI도 20년에서 30년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할 듯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본격적인 AI의 영향은 지금으로부터 몇십 년 후에나 체감된다는 것입니다. 5년 안에 몇몇 기업에서 엄청난 변화를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이 1990년대 중반, 1995년에서 1996년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시작해 그 후 3년에서 5년 사이 아마존, 이트레이드, 프라이스라인 등 흥미로운 회사들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야 구글의 발전과 함께 검색 기능이 강력해지고, 그 이후에 메타도 생겨났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초반 몇 년 내에 모든 혁신이 일어나진 않을 것입니다. 5년에서 10년 사이에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완전한 영향은 몇십 년 후에나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제너럴애틀랜틱이 투자한 AI 기업은 어디입니까.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상 AI와 관련해 가장 큰 성과를 내는 기업은 바로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일일활성사용자수(DAU)가 20억 명이고 그중 약 12억 명이 중국 외 지역 사용자들, 8억 명은 중국 내 사용자들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정보로 바이트댄스는 시장에서 엄청난 우위를 가지게 됐으며, 매우 강력한 엔지니어링 능력을 쌓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자본에 대한 접근성도 높습니다. 조금 전에 언급했던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다시 돌아가자면, 바이트댄스는 AI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도 바이트댄스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 AI 유관 산업에서 투자를 늘리는 분야는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헬스케어와 생명과학입니다. 현재 헬스케어와 생명과학 분야에 상당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헬스케어의 경우 전 세계가 더 부유해지고 발전함에 따라 헬스케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나 라틴아메리카 같은 국가들은 1인당 헬스케어 소비가 현재는 낮지만,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저희도 그 성장세에 뛰어들고자 합니다. 그 성장세에 탑승하기 위해 최근 인도와 멕시코의 병원 회사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생명과학과 연관된 바이오텍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년 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누적되고 융합되고 있습니다. 인간 생물학에 대한 이해가 누적돼 종양학, 신경과학, 심장학을 비롯한 매우 중요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치료법도 개발되고 있기에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 획기적인 치료법들을 AI와 결합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약물 발견이나 약물 설계 등이 가속화되며 다양한 의료 난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생명과학의 혁신적인 순간들을 목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헬스케어와 생명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리적으로는 인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약 8% 또는 그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보급률이 극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라 수많은 기술 회사와 인터넷 회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너럴애틀랜틱은 대략 2001년부터 인도에 투자해 오고 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다양한 방면에서 본격적으로 성공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도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AI 이외에 유망하다고 보는 분야가 있다면요.
“로봇공학과 산업 자동화가 앞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 십몇 년 동안 일어났던 혁신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에서 이뤄졌는데, 앞으로는 하드웨어에서 눈에 띄는 발전이 일어나리라 생각합니다. 로봇공학, 산업 자동화, 다음 세대 반도체와 칩 등이 엄청나게 발전할 것입니다. 제너럴애틀랜틱에서 우선으로 시간을 들여 생각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 한국 기업에는 투자 사례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눈여겨보시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서 기회를 엿보는 중인데, 질문에서 ‘아직’이라고 말씀하신 점이 마음에 듭니다. 오늘 소비자 시장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제너럴애틀랜틱에서는 소비자 투자 담당 팀이 있고, 소비자 기술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고소득 국가로서 소비 수준도 높습니다. 글로벌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 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고, 다들 아시다시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고품질 콘텐츠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K-팝은 말할 것도 없고요.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해서 발전시키는 기업들이 많은데, 그중 뚜렷한 잠재력이 보이는 기업도 많습니다. 제너럴애틀랜틱은 한 국가에서만 사업을 하는 회사에 투자해 그 사업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 소비자 시장에서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투자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한국에서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제너럴애틀랜틱에서도 투자 기회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에너지도 좋고 경제적으로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에 늘 기쁜 마음으로 방문합니다. 늘 좋은 기를 받아 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제가 개인적으로 다음 10년간 가장 주의 깊게 보는 분야들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디지털 경제, 헬스케어, 혁신, 그리고 에너지 전환입니다. 앞으로 이 분야들에서 매력적인 위험 조정 수익이 많이 창출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한국 투자자라면 이 분야들에 충분히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아시아 신흥 시장의 역동성에 대한 중요도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현재 글로벌 성장은 동쪽으로, 아시아에 쏠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라면 이런 경제에 대한 노출이 필요합니다. 제너럴애틀랜틱에서도 투자자들이 아시아 시장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앞으로도 아시아 시장은 발전할 전망이기 때문에 그 중요도는 높아질 것입니다.”
- 제너럴애틀랜틱은 다른 프라이빗 에쿼티 운용사들과 다르게, 일찍이 ‘그로스 에쿼티’ 전략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왜 그로스 에쿼티라는 한 우물을 파게 됐습니까.
"제너럴애틀랜틱은 1980년도에 성장 기업을 만든 한 기업가가 설립했습니다. 이 기업가는 세계 최초로 면세점이라는 개념을 만든 여행 소매업 기업 DFS를 세우기도 했는데요. 그의 이름은 척 피니입니다. 척은 제너럴애틀랜틱을 비공개 회사로 설립했을 때, 회사 자본이 다른 기업과 기업가들의 성공을 도와주는 데에 쓰이기를 원했습니다. 사실상 설립 초기부터 기업가 정신, 혁신, 그리고 성장 투자에 집중한 셈입니다. 이 정신이 지난 44년간 제너럴애틀랜틱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저희도 혁신적인 성장 기업들에 투자하게 되면, 반대로 매력적인 투자 수익을 창출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이 부분도 제너럴애틀랜틱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설립 초기부터 이어 온 척 피니의 기업가 정신이 가장 핵심적입니다."
- 제너럴애틀랜틱의 설립자인 척 피니에게서 받은 영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척 피니는 1980년도 제너럴애틀랜틱 설립에 큰 영향과 영감을 주신 분입니다. 자신의 인생에 기반해 저희에게도 매우 중요한 두 가지 가치를 남기셨습니다. 첫째는 기업가 정신입니다. 기업가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인데요. 척 피니는 이 기업가 정신을 굳게 믿으셨고 DFS 사업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그 정신을 본받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기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자선 활동입니다. 척 피니는 아마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자선가 중 한 명일 것입니다. 자신이 평생 쌓아 온 재산을 전부 기부했으며,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분입니다. 제너럴애틀랜틱 직원들에게도 경력을 쌓아 가면서 자선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격려했습니다. 그 가르침을 받아 저희도 자체 재단인 제너럴애틀랜틱 재단을 세웠으며, 가치 있는 일에 기부할 뿐만 아니라 제너럴애틀랜틱 직원들의 자선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만약 직원이 자선 활동을 하면, 제너럴애틀랜틱 재단에서도 이 활동에 힘을 실어 그 활동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저희의 적극적인 자선 활동은 척 피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지난해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평생 모아 온 1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기부하셨습니다. 척 피니는 저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선가들의 롤 모델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