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게 더 오래’…강달러 시대의 투자 전략

달러 강세 기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은 데 비해 중국, 유로존 등 다른 지역의 경기 회복 강도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노출 전략을 비롯해 기대 수익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투자 인사이트]

지난 7월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원달러 환율 전광판. 사진=한국경제


2022년 이후 금융 시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로 ‘higher for longer’가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되며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더 높은(higher)’ 수준에서 ‘더 오래(longer)’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뜻하는 단어다. 그런데 금리만큼이나 더 높게, 더 오래 레벨을 유지하고 있는 자산이 있다. 바로 미국 달러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 지수(DXY)는 Fed의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인 2022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평균 104.38을 기록했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 직전의 10년(2012년 3월~2022년 3월) 동안 미 달러 지수의 평균이 91.63이었고 최고치가 103.30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2년여 간의 달러 강세 압력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미 달러의 ‘higher for longer’는 2024년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례로 SC제일은행의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올 하반기 금융 시장 전망에서 미 달러 지수의 전망치를 향후 3개월 관점으로는 106, 12개월 관점으로는 105로 각각 제시했다.

최근 2년 달러 강세 압력 높아져


환율은 두 통화 간의 교환 비율로서 상대성의 개념이다. 즉, 미국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달러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절상) 요인이 강하거나 유로(EUR), 엔(JPY) 등 상대 통화 가치를 낮추는(절하) 요인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른 국가보다 양호한 미국 경기는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 3분기와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대비 1%포인트 이상 상향 조정됐다(블룸버그·7월 1일 기준). SC그룹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확률을 지난해 12월 기준 40%에서 올 하반기 55%로 높였다.

반면 중국이나 유로존 등 다른 지역의 경기 회복 강도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유로존의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여전히 기준선(50)을 하회하는 위축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소비 및 부동산 지표는 정부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미국 경기가 둔화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의 대외 수요 또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우위에 따른 강달러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주요국 간의 정책 금리 차이도 달러의 상대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연내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통화 긴축에 의한 강달러 압력은 상반기보다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주요 선진국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인해 미국과의 금리 차가 오히려 확대된 점이 연내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스위스, 유로존 등 주요 선진국의 중앙은행은 자국의 물가 안정화가 확인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와 성장에 맞추며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반기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미국과 비미국 간의 정책 금리 차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인하는 결국 다른 국가들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 여건을 감안했을 때 주요 중앙은행들이 Fed보다 더 매파적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7월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Fed 의장. 하반기 Fed가 금리 인하를 하더라도 미국과 비 미국 국가간의 정책 금리차는 높게 유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


변동성 낮추고 수익 높이는 환노출 전략

한편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이 하반기 미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으로 판단한다. 감세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도 정부 재정 지출 관리에는 엄격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달러 강세 압력 또한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재집권 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인위적인 달러 가치 절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이 임박할수록 환율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겠으나, 중기적인 달러의 방향성은 대선보다는 매크로(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하반기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활용하는 투자 전략이 중요할 전망이다. 포트폴리오 내 일부 해외 자산에 대한 환노출(언헤지) 전략은 달러 강세 국면에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대신 기대 수익을 높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며 현시점이 환노출 투자에 나서기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미국 외 지역의 강한 경기 회복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차손을 충분히 만회하는 위험자산의 강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의 급격한 둔화 혹은 금리 상승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미 달러의 추가적인 강세로 인한 환차익이 포트폴리오 성과를 보완해줄 것으로 보인다. 통화 또한 하나의 자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환노출 투자는 해외 자산과 통화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볼 수 있으며, 해외 자산에 대한 100% 환헤지(환율 위험 회피) 투자는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환을 열어 두는 투자는 장기적인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환 위험을 제거하는 환헤지 형태로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원화를 환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하는 동시에 선물로 미래 환율을 고정해 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는 것과 같다. 이때 투자 시점의 환율과 선물로 고정환 환율의 차이가 환헤지 비용인데, 통상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을수록 그 비용은 커진다(블룸버그 추정 7월 3일 기준 환헤지 비용 연 2.02%). 현재 미국과 한국 간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환노출 전략은 투자 비용을 경감시키며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성과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미국 주식, 하반기에도 유망

이러한 관점에서 미 달러 자산에 투자할 경우 미국 주식을 가장 선호한다. 강한 미국 경제는 미 달러 강세 요인인 동시에 미국 기업의 이익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미국 주식은 2024년(11.3%)에 이어 2025년에도 14.4%의 높은 수익 성장이 예상된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 시장이 내년도 이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의 성과 우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하반기 경기 연착륙과 완화된 금융 여건의 수혜는 미국 주식 전반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서 매그니피센트 7(M7) 기업을 제외한 493개 기업의 전년 대비 이익 증가율은 1분기 -1%에서 4분기 13.1%로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의 경우 쏠림보다는 분산된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한다.



미 달러 강세에도 안정적인 통화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 주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이다. 인도 루피화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정치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최근 2년여 간 주요 신흥국 통화 대비 낮은 환율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인도 주식 투자 시 환율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낮음을 의미한다. 지난 4~5월 총선 이후 인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인도 주식의 견조한 펀더멘털이 주목받는 환경이 조성된 점도 긍정적이다. 하반기 인도 주식은 경기와 기업 이익 성장을 기반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높아진 금리를 활용한 채권 투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고정된 이자를 통해 달러 가치 변동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고금리가 강한 경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의 부도 위험은 낮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8%대의 일드(yield·수익)를 제공하는 선진 시장 하이일드 채권은 현금보다 높은 이자 수익을 미리 확보해 두는 적절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본다.



역사적인 강달러 국면하에서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미국 대선이라는 전환점을 맞는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섣불리 시장을 떠나기보다 그 이면의 기회 요인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달러 강세에도 기대 수익을 높여 나갈 수 있는 자산을 활용하면서 일정 비중을 환에 열어 두는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점검하기 바란다. 시장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포트폴리오 구축은 하반기 재무 목표 달성의 핵심이 될 것이다



김종국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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