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 품은 갓성비 동네, 면목

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모아타운의 성지가 된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⑪ 중랑구 면목동

면목동 전경
면목동 전경


서울 중랑구는 이웃이 참 많습니다. 노원구와 성북구, 동대문구, 광진구, 그리고 오른쪽엔 구리가 감싸고 있어요. 게다가 교통의 요지입니다. 철도망은 6호선, 7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이 지나가서 강남 접근성이 괜찮습니다. 도로망은 북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가 교차하죠. 용마산과 망우산을 비롯한 산이 많고 중랑천도 흐릅니다. 그래서 거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에요.

하지만 중랑구는 아파트가 많이 부족합니다. 오래된 다세대, 빌라, 주택이 대부분이거든요. 아파트의 평균 평당가가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에서 24등에 불과합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집값이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전체의 80%가 넘는데도 그동안 개발이 잘 되지 못하고 멈춰 있었습니다. 또 옆 동네인 남양주에 신도시가 들어오면서 수요도 뺏겼죠. 다행히 최근 중랑구에 정비사업 붐이 불기 시작했고, 그 중심엔 면목동이 있습니다.



모아타운 개발 ‘꿈틀’

면목역 주변에 지금은 낡고 노후한 단독주택이 많지만, 아마 몇 년 뒤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것 같습니다. 면목역부터 사가정역까지 전통시장 부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모아타운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현수막도 여기저기 걸려 있습니다.

모아타운은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에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인 모아주택을 도입한 뒤 이를 묶어서 대단지 아파트처럼 관리하는 겁니다. 대지면적 1500㎡ 이상만 확보하면 모아주택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속도예요. 빠르면 2년에서 늦어도 4년 내 끝낼 수 있거든요.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과 조합추진위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과감하게 생략해주기 때문입니다.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종 상향이나 층수 완화 같은 인센티브도 부여됩니다. 10만㎡ 이내이고, 소유자의 30%만 동의하면 대상지 공모도 가능해요. 사실상 재개발 요건이 조금 부족한 곳을 위한 일종의 패자부활전이죠.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주민 동의율 요건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부 투기 및 작전세력이 유입되는 일이 잦고, 노후도 57%만 충족하면 된다는 조건이 과도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면목동 일대 7개 모아타운 사업지는 대부분 재개발 초기 단계입니다. 특히 면목본동 297-28번지 일대는 5만5385㎡ 부지에 5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어요. 이 중 2구역과 5구역은 조합이 설립됐고, 나머지는 동의서를 받고 있습니다. 또 63-1번지는 2022년 대상지로 선정돼 관리계획 수립을 준비 중입니다. 이곳은 5개 구역과 추가 구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리고 152-1번지 사업지는 규모가 8만8040㎡ 부지에 2·3종 일반주거지역이고, 6개 구역입니다. 86-3번지는 과거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2년 전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재개발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7개 구역으로 나눠졌고, 2026년 준공을 목표로 1850가구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또 69-14번지 일대의 면목7구역은 2021년에 신속통합기획 1차 후보지로 선정됐어요. 5만8400㎡ 부지에 1447가구 공급 예정입니다. 이 일대가 정비된다면 드라마틱하게 변하겠죠.

아쉬운 학군, 풍부한 녹지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는 면목3구역을 재건축해 2020년에 입주한 1505가구 대단지 신축입니다. 면목동 시세를 선도하는 랜드마크 대장단지이기도 해요. 사가정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이고, 동부간선도로를 타기 편합니다. 훗날 면목선이 개통되면 단지 앞에 역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아요. 용적률 299%, 건폐율 18%입니다. 쾌적하고 널찍한 게 사진에서도 느껴지시죠? 전용면적 59㎡부터 114㎡까지 있는데, 전용 84㎡가 가장 많고 매매가는 11억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


아이 키우는 가정이 많습니다. 놀이터가 다양하고, 조경을 거대한 공원같이 조성했습니다. 커뮤니티도 알차게 구성됐고, 주차도 여유 있습니다. 단지 앞에 홈플러스가 있고, 하나로마트와 코스트코도 가깝습니다. 중랑천변이 근접해 주민들이 산책을 많이 합니다. 면동초로 배정되는데, 혁신학교이고 도보로 10분 이상 걸립니다. 신축 대단지가 귀하다 보니 사가정센트럴아이파크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면목을 비롯해 중랑구의 전반적인 아쉬운 점 중 하나가 학군입니다.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나 4년제 대학교가 없어요. 아무래도 아파트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교육 불모지처럼 돼 버린 거죠. 집값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옆 동네인 노원구는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반면에 중랑구는 교육 수요를 소화하기엔 좀 애매합니다. 편의시설과 인프라도 살짝 아쉽긴 해요. 대형마트는 여러 개 있지만 백화점은 없습니다. 그래서 구리나 건대 쪽으로 가야 해요. 상봉역 주변에 터미널이 있다 보니 상권이 번화합니다. 병원은 녹색병원 정도라 상급병원도 아쉽습니다. 대신 산과 하천 덕분에 녹지가 풍부하고 쾌적합니다.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죠.

잇따른 호재…장기 프로젝트

면목한신은 구축 중에서 대장으로 꼽혀요. 1987년 준공인데, 아파트 컨디션이 연식에 비해 괜찮은 편입니다. 1326가구이고, 중랑천변에 위치해서 일부 동은 중랑천 뷰가 가능해요. 하지만 이 말은 지하철역에서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지하철역 가는 버스가 수시로 다녀요. 전용 27㎡부터 84㎡까지 있는데, 전용 44㎡가 가장 많고 시세는 4억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어요. 소형 평형이 대다수고 오래 거주한 고연령 주민들이 많습니다.

면목한신


지하주차장이 없어서 주차난이 심한 편입니다. 단지 안에 유치원이 있고, 인근 중랑초로 배정되는데 혁신학교입니다. 면목한신은 재건축 연한도 넘겼죠. 정부가 최근에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면서 재건축 수혜 단지로 언급되는 곳이 여기입니다. 하지만 용적률이 232%인 데다 평균 대지지분이 27.7㎡거든요. 사업성에 물음표가 붙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그렇다면 면목동의 미래는 어떨까요. 청량리역에서 출발해서 신내역까지 가는 경전철인 면목선이 개통되면 면목역이 생깁니다. 청량리역에 가서 1호선이나 수인분당선, 광역급행철도(GTX)-B나 GTX-C, 강북횡단선을 갈아탈 수 있게 돼 도심 접근성 향상이 기대됩니다. 최근 경기도에서 면목선의 구리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했죠. 3년 전 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진행이 좀 밀렸습니다.

중랑구 면목동 노후 주택


상봉터미널 개발을 비롯해 면목행정복합타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중랑천 수변공원 정비, 신내 컴팩트시티 등 크고 작은 호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개발 이슈가 많지만, 대부분이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경전철 사업은 아직 삽도 못 뜬 데다 모아타운을 통한 새 아파트 입주도 10년 이상 걸리겠죠. 주거 여건이 대폭 개선되려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보입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사진=이예주·이문규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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