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호텔 못잖은 ‘아파트 커뮤니티’, 장점만 있을까

수영장, 영화관, 클라이밍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아파트의 상품성을 가르는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고급화가 시작된 배경은 무엇일까. 또 이같은 트렌드에 장점만이 존재할까.

[부동산 정석]

디에이치 포레센트 커뮤니티. 사진=한국경제


아파트를 고를 때 여러 요소를 파악해야 하지만 커뮤니티 시설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와 골프 연습장은 기본이고 수영장, 영화관, 클라이밍 등 고급 호텔을 뺨치는 시설까지 설치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않아도 어지간한 생활이 가능해 단지 내에서만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게 됐다. 입주자라면 이 모든 커뮤니티 시설 대부분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비용을 부담해도 외부 시설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바야흐로 커뮤니티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주민공동시설)은 법적 의무화 때문에 설치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50세대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 놀이터를, 300가구 이상은 어린이집이 추가로, 500가구 이상은 주민운동시설과 작은 도서관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입주민들에게 환영받는 조식·중식 서비스

최근에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면 법에 정한 최소한의 주민공동시설 이외에도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왜 추가 공간에 추가 비용을 지출하면서까지 커뮤니티 시설을 짓는 걸까.

사실 아파트란 상품은 획일적이어서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다. 잘 짓는다는 기준도 애매하다. 따라서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을 보유한다는 것은 청약 시장에서도 우선적으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강점이 될 수 있다.

사실 커뮤니티 시설의 고급화가 시작된 시점은 2010년대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으로 분양이 어렵게 되자 커뮤니티 시설을 특화하게 된다. 현재는 커뮤니티 시설이 입주민들의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돼 간다. 고급화된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거주하는 입주민들의 만족도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형성된 아파트 자산은 곧 집값과도 직결되며 사회적 지위는 덤이 된다.

고령화에 따른 문제도 있다. 활동량이 떨어지는 노인 세대는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생활 반경이 줄어들기 때문에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요구가 클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실버타운, 즉 노인복지주택이나 유료 양로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니 필요한 기능들이 아파트 내부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 케이터링(조·중식) 서비스가 입주민들에게 크게 환영을 받는 이유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H테이블. 사진=현대건설


커뮤니티 공간을 개인 세대에서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따라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좁은 집 안에 필요한 공간을 모두 넣게 되면 기능별 공간이 적어지게 된다. 반면 커뮤니티 시설에 필요 공간을 넣으면 공간별로 넓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다. 공간은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을 높인다. 조식과 중식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멀리 이동하지 않더라도 식사가 가능하다. 가끔씩 필요한 파티룸, 레슨방, 게스트룸 또한 공용 공간에 마련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저렴하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적을 경우 비용 부담 갈등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장점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단점도 많이 있다. 먼저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시설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면 누군가는 이를 부담해야 한다.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용자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시설을 폐쇄하느냐 아니면 아파트 관리비로 일괄 부담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유지하는 것이 좋으냐로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위화감을 부추킨다는 논란도 있다. 과거의 아파트는 가격이 다르더라도 단지 내 시설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는 새로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호텔식 편의시설로 오래된 아파트와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오래됐거나 나 홀로 아파트의 경우 낡고 빈약한 편의시설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수 있다. 소셜믹스를 통해 이런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있지만 극히 최근의 일이며 예전 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는 그림의 떡이다.

서초동 푸르지오써밋의 스카이북카페. 사진=한국경제


울타리가 쳐져서 보다 더 안전하고 사생활 강화에 중점을 둔 게이티드 하우스(gated house)가 부각될 수 있다. 외부와의 단절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는 해외의 게이티드 하우스가 국내에는 커뮤니티 시설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출입문이 있는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보안요원이나 전자출입 시스템을 갖춘 통제된 접근 지점이 있어 허가받지 않은 개인이 지역사회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과거 단독주택이 주류 주거 상품일 때는 마을에 커뮤니티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 개별적으로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언제든지 만나고 소통할 수 있었다. 공동우물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마을공동체가 개별 아파트 단지로 바뀌면서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40%를 조금 넘을 따름이다. 나머지는 이런 커뮤니티 시설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나만의 커뮤니티 시설, 과연 좋기만 한 걸까.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미 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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