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새로 써도 세입자 ‘해지 권리’ 유지된다

세입자는 갱신된 계약에서 언제든 계약해지를 할 수 있는 법률상 원칙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계약인지 갱신인지를 두고 법률 조항의 적용에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아하! 부동산 법률]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세입자의 계약 갱신과 해지 권리에 관한 중요한 판결이 나왔다. 세입자 A씨는 집주인 B씨와 2년 동안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살았다. 계약이 끝난 후에도 2개월 동안 별도의 계약 없이 계속 거주했고, 이후 새로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계약서에서는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계약 기간만 새로 2년으로 정했으며, 특약사항에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약 6개월 후 A씨는 B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이사를 나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새로운 계약서 작성이 기존 계약의 연장인지, 아니면 새로운 계약인지 여부다. 둘째, 세입자가 계약 중간에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법원은 계약이 끝난 지 2개월이 지난 후 작성된 계약서도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따르면 세입자는 계약 갱신 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세입자가 계속해서 거주하는 상황에서 작성된 계약서는 새로운 계약이 아니라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원은 새로운 계약서에 세입자의 해지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이 없고, 특약사항에 '계약갱신청구에 의한 재계약'이라고 명시돼 있는 점을 고려해 세입자가 기존 계약의 해지 권리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새로운 계약서를 새로운 계약으로 보아 세입자의 해지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을 냈다.

이번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를 재확인하며 세입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보여준다. 계약 갱신 과정에서 세입자의 해지 권리가 쉽게 제한되거나 상실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계약서 작성 시 명확한 의사 표시와 조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집주인과 세입자 간 형평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렸다.

계약을 갱신하려는 세입자들은 계약서에 '갱신청구권에 의한 계약'임을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계약이 만료된 후 몇 달이 지나서 작성된 경우에도 세입자는 계약을 중간에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계속해서 보호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계약 갱신과 관련된 분쟁에서 세입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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