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추월한 ETF 종목 수…상반기 달군 화제의 신상품

최근 금융 시장의 꽃을 꼽으라면 역시 ETF가 아닐까. 그중 올해 상반기 유독 돈뭉치가 몰린 ETF 상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향후 ETF 시장의 투자 흐름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커버스토리]

지난 7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블랙록의 이더리움 ETF 상장 기념 행사. 사진=연합

‘퀀텀 점프(quantum jump)’는 물리학에서 양자가 불연속적으로 도약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을 포함해 일상에서는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빗대어 말한다. 2023년 6월 100조 원 시대를 열었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순자산 규모가 어느덧 160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말 그대로 퀀텀 점프다.

7월 말 기준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156조78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5% 증가했으며 2014년 말 19조6500억 원 대비 약 8배 증가하며 퀀텀 점프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ETF 자산총액 비중은 6.93%로 아직까지는 낮은 수치이지만 상대적인 자금 유입 속도는 압도적으로 빠르다. ETF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팬데믹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 투자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상반기에만 89개 ETF 신규 상장

7월 말 기준 국내 상장 ETF 종목 수도 873개로 어느덧 코스피 상장 기업 844개를 추월했으며 올해 신규 상장 종목 수도 89개에 달한다. 초기 ETF 시장은 코스피 200 같은 대표지수 위주로 성장했고 그 뒤에 레버리지와 인버스 중심으로 커졌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금리형, 채권형, 커버드콜과 같은 구조화 상품, 배당 등으로 다양해졌다. 급성장하는 ETF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동향과 주목할 만한 신상품을 살펴본다.

2024년 7월 말 기준으로 올해 신규 상장한 89개 종목 중 국내외 주식형 상품이 61개로 약 68.5%를 차지했다. 국내와 해외 투자 상품 비중이 42개, 47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형의 경우 주식형 비중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자산군별로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종목보다는 최근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상품들 중심으로 출시되며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규 상장 주식형 ETF는 전년도에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ETF 비중이 높았다. 이외에도 헬스케어, 우주항공, K-팝, K-뷰티, 인도 기업 등 다양한 테마에 투자하는 상품이 출시되며 투자자의 니즈나 시장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AI 밸류체인·비만 치료제·인도 테마 ‘눈길’

시장의 쏠림 우려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산업과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빅테크 관련 ETF는 올해 신규 상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26개 종목이 상장됐다. 여기에 커버드콜 전략을 추가한 ETF까지 포함하면 31개로 올해도 AI·반도체 테마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상장 ETF 종목들은 국내외 반도체 관련 밸류체인과 더불어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형 기술주 밸류체인, 전력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ETF들이 상장되며 AI 산업 전반으로 투자 솔루션이 확대됐다.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 ETF(485690)는 AI 밸류체인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인프라로 나눠 분야별로 5종목씩 15개 종목에 투자하는 ETF다. AI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킴 카사디안, 일론 머스크 등 해외 유명인사들의 체중감량 비결로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도 신규 상장 후 30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주요 3사의 글로벌 비만 치료제 관련 ETF의 경우 톱2(일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를 제외한 종목 운용 전략이 상이하므로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KODEX글로벌비만치료제 TOP2 Plus(476070)의 경우 임상 결과에 따라 잠재 성장률이 높은 비만 치료제 주력 제약사를 선별, 동일 가중 방식으로 강소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ETF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고 있는 인도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며 기존 NIFTY50지수 추종이 아닌 인도 대표 기업인 타타그룹과 인도의 대표 소비재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신규 상장되며 투자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었다. 인도 소비 시장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479730)는 올해 5월 신규 상장 후 순자산총액이 2398억 원(2024년 8월 8일 기준)으로 올해 상장된 순수 주식형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워런 버핏의 투자 성과 향유하는 이색 ETF

올해 출시 트렌드에 이어 상반기 상장된 주식형 ETF 중 관심을 가져볼 만한 ETF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ETF는 RISE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ETF(475350)다. 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와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상위 10개 종목에 주로 투자하며 버핏의 가치투자 성과를 향유할 수 있다.

둘째 ETF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동일하게 분산투자를 하는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488500)다. 이 ETF는 2024년 7월 상장 이후 한 달여 기간 동안 96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가총액 가중 방식의 S&P500 지수의 경우 정보기술(IT) 섹터 비중이 30%를 상회하고, 상위 10종목의 비중 합이 37%로 매우 높은 반면,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는 모든 종목에 대해 동일한 비중을 부과하기 때문에 리밸런싱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중소형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 인하 사이클에 중소형주 투자 솔루션으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은 TIMEPOLIO 글로벌우주테크&방산액티브 ETF(478150)다. 미국, 유럽,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우주항공 또는 방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미국에서 본격화된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국가 안보, 군사 및 과학기술 진보를 넘어 시장이 빠르게 상업화되며 우주 산업 및 방산 기업에 대한 우호적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3종 ETF는 경기 침체 및 빅테크 쏠림 우려에 따라 8월 금융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방어력을 보여주었다. 장기 성장 테마인 AI 반도체 등 기술주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주식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해당 ETF를 주목해볼 만하다.

커버드콜 ETF 약진…꼼꼼한 확인은 필수

지난 상반기에도 인컴 투자의 유형으로 ‘기초자산(주식 또는 장기 국채)+콜옵션 매도’ 형태의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ETF들이 신규 상장되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들어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2024년 6월 말 기준 3조7471억 원으로 2023년 말 7748억 원 대비 383.6% 급증했다. 국내 주식형 대비 해외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이어지며 주로 미국 대표지수 또는 빅테크 관련 지수에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종목들이 주로 상장됐다.

높아지는 커버드콜의 인기에 맞춰 제로데이트 옵션(만기가 24시간 이내 도래하는 옵션), 미스매칭(주식 포트폴리오 콜옵션의 기초자산을 다르게 두는 것) 등 투자 전략이 다양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장된 ETF 중 ACE 미국반도체15%프리미엄분배ETF(480040), ACE 미국빅테크7+15%프리미엄분배 ETF(480020)의 경우 해당 섹터 주식을 사면서 Invesco QQQ Trust ETF(QQQ) 콜옵션을 매도하는 미스매치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한다.
미국 버지니아의 아마존 데이터센터. 올 상반기에는 특정 섹터를 넘어 데이터 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포함한 AI 밸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ETF들이 상장돼 주목을 받았다. 사진=연합EPA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항공 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커버드콜 전략은 콜옵션 프리미엄을 수취함으로써 추가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주가가 크게 변동하지 않는 횡보장에서는 단순 주식을 보유하는 전략보다 양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커버드콜 전략의 경우 주가 상승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고 하방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전략이 아니며 기초자산과 옵션의 기초자산이 다른 경우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ETF의 종목명에 표기된 12%, 15% 등 목표 분배율은 확정이 아니며 종목명만으로는 사용되는 커버드콜 전략을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 따라서 해당 종목을 매수 시에는 관련 투자설명서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감독당국에서도 커버드콜 ETF 투자와 관련해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으며, 투자 시 각 상품의 수익 구조 및 운용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투자하길 권고한다.

RISE 200 위클리커버드콜 ETF(475720)는 코스피200의 위클리 콜옵션을 매도하는 국내 유일의 커버드콜 ETF다.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며 주식 매매 차익과 옵션 매도로 인한 수익이 현행 세법 기준으로 모두 비과세라는 점에서 월 분배금과 절세 목적의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올해 상장된 커버드콜 ETF 중 또 하나 눈여겨볼 상품은 ‘미국 장기 국채+커버드콜 전략’ 결합을 통한 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TIGER미국30년국채프리미엄액티브(H)(476550)와 KODEX미국30년 국채+12%프리미엄(합성H)(481060) ETF는 미국 장기채 매수와 더불어 장기 국채 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두 종목은 상장 이후 각각 7000억 원, 23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단기 파킹형 인기, 미국 장기채 ETF도

시장금리+알파(α)를 기대할 수 있는 단기 파킹형 종목에 대한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 상장이 눈에 띈다. 은행의 입출금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만큼 대부분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ETF를 출시했다. 단기 파킹형 상품의 경우 유동성 관리가 주요 투자 목적인 만큼 순자산 규모 및 거래량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7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반기 연례 연설을 하는 제롬 파월 Fed 의장. 사진=연합EPA

KODEX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481050)와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ETF(475630)는 상장 후 각각 1조 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았다. KODEX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481050)는 은행 양도성예금증서 1년물 금리 수익을 매일 쌓아주면서 코스피200 지수가 하루에 1% 이상 상승하면 0.5%(연환산) 수준의 금리를 일할해 추가 수익을 수취하는 구조로 올해 4월 상장 이후 파킹형 통장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순자산이 약 1조8000억 원을 기록해 올해 상장 종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되면서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도 5종이 신규로 상장됐다. 미국채 개별 채권의 경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등에 편입할 수 없기에 연금계좌 등에 미국 장기채를 담아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올해 신규로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를 활용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및 연금 시장 확대와 함께 ETF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신규 상장 종목 수도 증가하고 있다. 신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단기 테마 또는 유사한 종목들이 연달아 출시되며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 순자산 규모, 거래량, 수수료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나의 투자 목적에 부합하는 상품인지를 잘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하반기 금융 시장은 금리 하락기에 진입한 가운데 경기 침체 가능성, 미 대선과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들로 변동성이 높아져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시장 변동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 성과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기보다는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임을 기억하며 신규로 상장된 ETF들의 종목들은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영덕 KB증권 WM투자전략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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