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얼마나 낮아질까…세법개정안 핵심 쟁점 해설

정부가 지난 7월 25일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올해 9월경에 열릴 정기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상속세제 개편 등 이번 개정안에서 특히 주목 받았던 쟁점들을 짚어봤다.

[이슈]

지난 7월 2024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 참석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사진=연합


올해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역동적인 경제 성장과 민생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목표로 투자, 고용,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자본시장 활성화 및 서민, 중산층의 세 부담을 경감하는 등 여러 내용이 담겨 있지만, 그중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내용은 상속세제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제도 유예 등이다.

먼저 상속세제 개편을 살펴보자. 골자는 상속세율을 낮추고 자녀공제 금액을 확대하는 한편, 최대주주 등 보유 주식의 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모두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이미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부담 완화에 초점

상속세가 부의 재분배와 다음 세대의 기회 균등이라는 존재 의의가 있는 세금이기는 하지만, 부모가 이미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납부하면서 평생 일궈 온 재산을 그다음 세대가 승계하면서 상속세 납부를 위해 그 재산을 처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나아가 최대주주 등이 사망한 경우 역시 상속세로 인해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팔려 나가거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기업지배구조가 전혀 다른 형태로 변경될 수밖에 없다면, 굳이 조세의 중립성이라는 전문용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지나쳐 보이는 게 사실이다.

현행법상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0억 이하는 10%에서 30%, 10억 원 초과는 40%, 30억 원 초과는 50%로 총 5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돼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합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평가가액의 20%를 할증하게 되므로 상속인이 최대주주 등의 주식을 상속받는 경우라면 주식가액의 최대 60%를 상속세로 납부할 수밖에 없다. 최고세율을 보면 미국은 40%, 독일은 30%, 프랑스는 45%, 영국은 단일세율 40%로서 주요국 중 일본(55%)을 제외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해 상속인들로 하여금 상속세 전체에 대한 연대납부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유산세 방식이 아니라 상속재산을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총 상속세액을 계산한 다음, 이를 실제로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비율만큼 나누어 세액을 계산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세 부담이 적다. 이번 개정안은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구간을 폐지함으로써 상속세 세율을 4단계의 초과누진세율 구조로 개편하는 내용이고 결과적으로 최고세율이 40%로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최대주주 등 보유 주식의 할증평가제도까지 폐지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최대주주 등이 사망한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상속인에 의한 기업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산취득세 전환이 합리적,
추가 논의 필요

한편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공제 금액이 현행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어난다. 상속세 공제제도는 상속세 세 부담 완화 등을 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상속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제외해주는 세제상 혜택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배우자 상속공제 최대 30억 원, 기초공제 2억 원, 일괄공제 5억 원, 자녀공제를 비롯한 그 밖의 인적공제 등이 있다. 다만 기초공제와 그 밖의 인적공제의 합계액과 일괄공제 중 큰 금액의 공제만 허용되므로, 예컨대 2자녀 가구인 경우 현행법상으로 기초공제와 자녀공제 합계액이 3억 원에 불과해 일괄공제 5억 원의 혜택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앞서와 같이 2자녀 가구인 경우 기초공제와 자녀공제 합계액 12억 원, 3자녀 가구의 경우에는 무려 15억 원이나 공제받을 수 있게 되므로 상속세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부모가 살던 아파트 1채를 상속받는 경우에도 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속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시정하고 나아가 다자녀 가구일수록 그 공제의 폭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으로서도 기능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상속세제 개편은 정부의 예상대로 입법이 된다면 2025년 1월 1일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된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지나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래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을 고려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이 한 생애에 걸쳐 이룩한 유산에 대해 누적된 조세 관계를 정산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되기도 하는데 특별히 이를 유지해야 할 만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유산세 방식은 수증인별 수증재산에 대해 과세가 이루어지는 현행 증여세 과세 방식과도 모순되며,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이 개시되도록 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돼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이 귀속되게 되면 상속재산 전체에 대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기보다는 상속인별 상속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일, 프랑스 등 무려 20개국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기왕에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로 정책 방향을 정했다면 현행 유산세 방식보다는 이론적으로도 더 우수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상속세제 자체를 없애고 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처분했을 때 비로소 양도소득세로 과세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느 방향이든 현행 유산세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통한 상속세제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투세 도입 백지화,
증권거래세는 추가 인하

금투세 역시 이번 개정안의 뜨거운 감자였다.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국내 거주자에게 포괄적으로 과세하는 소득세의 일종이다. 각 소득 부문에서 거둔 손익을 통산해 연간 국내 주식과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차익 등에 대해서는 수익의 5000만 원까지, 해외 주식·펀드의 이익 등에 대해서는 250만 원까지 기본공제가 되고, 기본공제 금액부터 3억 원까지는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이, 3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12월 28일을 기준으로 주식을 종목당 1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등에게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과됐다. 그러다가 대주주 주식 보유 요건이 종목당 2014년 50억 원으로 낮아진 이래 2020년에 이르러 10억 원까지 점진적으로 낮아졌고 정부와 여당은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해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에 대해서도 주식 등 양도소득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금투세를 도입하게 됐다.

그 시행 시기는 당초 2023년 1월 1일이었으나 2025년 1월 1일로 한 차례 유예됐다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금투세 도입 자체가 백지화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 발표에 앞서 지난해 말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주주 주식 보유 요건을 종목당 50억 원으로 높였는데, 이는 결국 2014년을 기준으로 한 대주주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금투세는 소득이 발생하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이념을 실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도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므로, 금투세 도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십수 년째 정체기에 있는 외국과는 다른 국내 자본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더욱이 금투세 도입으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이 위축되면 대규모 자본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부동산이 폭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최근 몇 년간 당초 금투세 도입을 대비해 증권거래세 세율이 인하됐다. 증권거래세 세율은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2022년 0.08%, 2023년 0.05%, 2024년 0.03%, 코스닥 시장에서는 2022년 0.23%, 2023년 0.2%, 2024년 0.18%로 점진적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통해 금투세 도입을 백지화하면서도 증권거래세 세율은 계속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개정안에는 주주 환원 촉진을 위한 법인세 과세특례제도와 아울러 주주 환원 확대 기업 개인주주 배당소득 과세특례제도의 신설이 포함됐는데, 이에 따르면 배당금이 전년 대비 증가하고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증가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법인에 대해서는 배당금의 5% 초과 증가분에 대해 세액공제를 허용하고,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배당금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9%로 낮추며, 종합과세 대상은 25% 세율에 따른 분리과세 선택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금투세 도입 백지화와 증권거래세 세율 인하, 주주 환원 촉진 등과 관련한 세제 개편 등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2027년으로 연기된 가상자산 과세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된 서울 강남구 업비트 고객센터 전광판. 비트코인을 포함한 자상자산 과세가 2027년으로 또다시 연기됐다. 사진=한국경제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과세제도와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상자산 과세제도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거주자가 가상자산의 양도 및 대여로부터 얻은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납부해야 한다. 기본공제액은 연 250만 원이고, 세율은 20%로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당초 가상자산 과세제도는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가상자산 거래자를 위한 보호 제도의 마련 없이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일자 2023년 1월 1일로, 이후 2025년 1일 1일로 각 그 시행이 유예됐다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2027년 1월 1일로 다시 그 시행이 유예됐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 후 취득한 가상자산의 실제 취득가액 확인이 곤란한 경우 동종 가상자산 전체에 대해 양도가액의 최대 50%를 필요경비로 의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당초 종합부동산세의 완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종합부동산세제의 전면적 개편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에는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온다. 현 정부의 기본적인 기조는 국민의 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으로서 환영할 만하기는 하나, 올해 상반기까지 국세수입은 올해 세입 예산 대비 45.9%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는 세법 개정으로 국민의 세 부담이 완화됨에 따라 부족한 정부 살림살이를 어디서 메꾸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한편, 세 부담 완화 등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에 따른 세수 증가를 기대하는 듯하다. 아무쪼록 어떤 방식으로든지 국민 생활이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성욱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