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운송 시장에서 택시 운전기사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일본에서는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택시를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대중교통 수요가 줄고 있는 지역에서는 MaaS가 주목받는다.
[스페셜] 인구 대변혁 시대 유망 섹터 - 모빌리티모빌리티 산업은 차량과 이동수단의 제조 및 판매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에 따라 사람과 사물을 이동시켜주는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이에 인구구조 변동은 모빌리티 산업 중 완성차, 여객운송 시장,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 수요(고객)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60대 이상 국내 소비자가 40대, 50대 소비 여력을 앞서며 완성차 시장 주요 구매자로 등극했다. 2023년 서울시가 보고한 '자동차등록현황보고(서울)'에 의하면 60대 이상 인구가 자동차를 등록한 비중은 전체의 28.6%다. 뒤이어 50대는 26.9%, 40대는 25.3%를 차지했다. 30대와 20대 이하 인구는 각각 16.2%, 3.1%로 나타났다.
택시 운전기사 고령화 심화
여객운송 시장에서는 택시 운전기사의 고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 기준 65세 이상 택시기사 수는 2016년 6만400명에서 2023년 10만7900명으로 불과 7년 만에 그 수가 약 80% 증가했다. 해당 연령 종사자 수 증가와 함께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해 2023년 10월 기준 택시기사 고령자 비중은 39.7%에 달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는 지역별 인구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내 인구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할 경우,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비해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인구는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비수도권은 2016년 2611만 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줄었다. 인구 유출 심화 현상은 그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 수요를 떨어뜨려 서비스의 양적, 질적 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동은 모빌리티 하위 시장별 수요를 변화시키고 주 고객층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인캐빈(in-cabin) 헬스케어, 로보택시, 고령 인구 중심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가 유망 섹터로 부상했다.
일본, 자율주행 레벨4 도로 주행 허용
인캐빈 헬스케어란 인캐빈 센싱(in-cabin sensing)을 토대로 운전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의미한다. 운전자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거나 음성, 시선, 제스처로 차량을 제어하게 함으로써,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슈가 발생 시 자율주행 모드로 바꾸거나 정차하게 할 수 있다. 인캐빈 센서가 기반이 돼야 하므로 자동차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부품사의 인캐빈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실제로 현대모비스, LG전자, 삼성전자(하만)는 관련 솔루션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운송 분야에서는 고령의 운전기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로보택시가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보다 고령화를 더욱 일찍 경험한 일본 역시 택시기사 수가 줄고 고령화되자 로보택시를 대안으로 보고 있다. 2023년 4월 일본은 운전자가 동승하지 않고 자율주행을 하는 레벨4 도로 주행을 허용했다. 이에 일본 통신 기업인 NTT,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미국 메이모빌리티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로보택시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버스, 택시에 탑재하고 2025년 이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약한 정류장에만 정차하는 MaaS
국내 기업인 현대차그룹도 자율주행 시장에 적극 대응하는 중으로, 앱티브와 합작한 자율주행 기업인 모셔널에 1조3000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지분을 확대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이르면 2024년 8월부터 서울 강남 일대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할 예정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에 운행하게 될 자율주행 택시는 정해진 노선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설정한 출발지와 목적지를 오갈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택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령 인구 중심 MaaS는 인구가 줄어들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지역에 교통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바일 앱을 통해 교통수단 검색·예약·결제를 한꺼번에 하는 교통 수단 이용 서비스다. 2021년 보도에 의하면, 일본 히로시마현 쇼바라시에서는 MaaS를 도입해 노선버스 축소 문제에 대응했다. 이 마을에서는 고령자가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버스 정류장은 늘리되, 사전에 예약한 정류장에만 버스가 정차해 버스 운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
진형석 삼정KPMG 시니어센터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