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끝판왕, 가재울뉴타운

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달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서울의 2기 뉴타운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을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⑬ 서대문구 가재울

DMC파크뷰자이 전경. 사진=한국경제


그야말로 뉴타운 전성시대입니다. 뉴타운 사업을 통해 지역 일대가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면서 지역의 가치와 집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타운 사업은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난개발 우려가 높았던 과거 도심 개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생활권이 비슷한 지역을 묶어 기반시설을 공급하는 등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죠.

뉴타운은 일반적인 정비사업보다 규모가 훨씬 클 뿐 아니라 개발이 계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거 환경이 대대적으로 개선됩니다. 또 대형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브랜드의 아파트 타운을 이루게 됩니다.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는 뜻이고, 이는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잇따라 증명되고 있습니다.

속도 빠른 2기 뉴타운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은 2기 뉴타운입니다. 2기 뉴타운 사업은 1기 뉴타운인 길음뉴타운과 은평뉴타운, 왕십리뉴타운 사업 등이 마무리된 이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 바람에 상당수 지구가 뉴타운 지정이 해제되는 등 좌초를 겪었죠.

가재울뉴타운은 다행스럽게도 사업 진척 속도가 빠른 편이었습니다. 총 9개 구역으로 나뉘는데요. 2009년 3월 1구역을 재개발한 ‘DMC아이파크’, 2010년 2월 2구역을 재개발한 ‘DMC센트레빌’이 잇따라 입주했습니다. 각각 362가구와 473가구로 소규모 단지였어요.



사실 가재울뉴타운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2012년 10월 가재울 3구역을 재개발한 ‘DMC래미안e편한세상’이 입주하면서부터입니다. 3293가구 대단지라 주거 환경 개선 효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했거든요.

2015년 가재울뉴타운에서 가장 부지가 큰 4구역이 4300가구 규모의 ‘DMC파크뷰자이’로 재개발을 마치면서 남가좌동 일대는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전까진 좁은 골목길과 노후된 소형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거든요. 이후 2019년 12월 6구역에 1047가구 ‘DMC에코자이’가 완공됐고, 5구역엔 2020년 2월 997가구로 재개발한 ‘래미안루센티아’, 2022년 450가구 ‘DMC금호리첸시아’ 등이 입주했습니다.

남은 곳 중 7구역이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고 있거든요. 재개발 조합은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 적용을 원하는 가운데 강남권보다 낮은 공사비를 제시해 대형 건설사가 외면하고 있어서입니다. 건설사들은 사업성을 이유로 참여를 꺼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7만8640㎡ 규모의 7구역에는 지하 4층~지상 26층의 아파트 1407가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조합은 지난 5월 첫 현장 설명회를 열고 입찰사를 찾았지만 유찰돼 다시 한번 재입찰 공고를 냈습니다. 2차 입찰에선 1차 입찰 당시 3.3㎡당 770만원이던 예정 공사비를 843만5000원으로 올렸습니다. 7구역 조합은 하이엔드 브랜드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 자격을 제한했습니다.



초품아 대장…DMC파크뷰자이

가재울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장 단지인 DMC파크뷰자이를 본격적으로 둘러볼까요.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 GS건설 등 3개사가 시공에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산업개발의 주택 브랜드인 ‘아이파크’와 SK건설의 ‘SK뷰’, GS건설의 ‘자이’를 모두 합쳐 단지 이름을 지었습니다. 보통 3개 건설사 이상이 시공할 경우 단지명이 지나치게 길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단지명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데, 조금 특이하긴 하죠.

DMC파크뷰자이 드론샷. 사진=한국경제

경의중앙선 가좌역에서 걸어와 보니 10분쯤 걸립니다. 지하철역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거든요. 게다가 평지입니다. DMC파크뷰자이는 가재울뉴타운 단지 중에서 단연 뛰어난 입지를 자랑합니다. 홍제천 및 내부순환도로와도 가깝거든요. 단지 앞에 서는 버스가 많아서 DMC역이나 신촌역 등을 가기에도 괜찮습니다.

총 61개 동에 5개 단지로 나눠져 있는데 1단지가 2400가구, 2단지가 1400가구라 사실상 이 두 단지가 메인입니다. 용적률 233%, 건폐율 19%로 동 간 거리가 넓고 쾌적한 편입니다. 단지 북쪽엔 가재울 근린공원이 있습니다. 공원엔 물놀이장이 설치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녹지 환경과 조경이 풍부해 아파트 안에서 벚꽃놀이와 단풍놀이가 가능합니다. 곳곳에 조경 안내판이 붙어 있으며, 대단지치고 꼼꼼하게 관리가 잘 되는 편이었습니다.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이기도 합니다. 가재울 초등학교가 단지 내부에 위치했거든요. 단지 안에 유치원 4곳, 어린이집 3곳이 있습니다. ‘아이 키우기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이고, 항상 실거주 만족도 상위권 단지에 속합니다. 커뮤니티 시설을 잘 갖췄으며,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합니다. 수영장이 있고, 조식 브런치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각 동 하단부에 대리석 마감을 적용했고, 필로티 설계를 통해 저층 세대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했습니다.

DMC파크뷰자이. 사진=한국경제


분양가보다 곱절 뛰어

면적은 전용 59㎡부터 175㎡까지 다양한데, 절반 가까이가 ‘국평’이라고 불리는 전용 84㎡로 구성돼 있습니다. 84㎡ 시세는 12억~13억 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초기 분양가가 5억 원대였는데, 2배 이상 뛴 셈이네요. 전세는 6억~7억 원대입니다.

장점이 많은 만큼 아쉬운 점들도 있습니다. 사실 가재울뉴타운 전체의 단점이기도 한데, 일단 교통이 아쉽습니다. 철도 노선이 경의중앙선뿐이다 보니 주요 업무지구로의 접근성이 다소 떨어집니다. 둘쑥날쑥한 배차 간격도 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부분입니다. 또 학원가도 다소 부족합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선 다양한 학원들이 들어오긴 했지만, 많은 가구들이 아이가 크면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고 있습니다.

모래내시장. 사진=한국경제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은 없지만 전통시장인 모래내시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브란스와 강북삼성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의 상급병원이 멀지 않습니다. 녹지와 쉼터도 풍부합니다. 월드컵공원과 홍제천, 불광천, 경의선숲길 등 다양하죠. 향후 수색 및 DMC역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업무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롯데그룹에서 짓는 상암DMC몰이 서울 서북권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사진=이예주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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