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생존 달렸다…글로벌 광폭 행보

[2024 베스트 오너십] 종합 2위 -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사진 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기존 사업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향한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5월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바이오 위탁생산 및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결정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연결기준 연간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자회사 바이오에피스도 자가면역질환·항암제·혈액질환·안과질환 치료제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해 창립 12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은 2023년 3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60조 투자를 발표해 미래 성장 산업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도록 안배하고 있다. 지역 투자를 통해 삼성은 향후 10년간 충청·경상·호남 지역 등에서 반도체 패키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등 주요 신사업 분야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삼성의 비즈니스는 물론 국익에도 기여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는다. 2020년 버라이즌과의 7.9조 원 규모 대규모 5세대(5G) 이동통신 장기 계약, 2021년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은 이 회장이 직접 통신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상을 진척시킨 결과다.

올해 4월에는 독일 오버코헨에 위치한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CEO 등 경영진과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으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또한 지난 6월 미국에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비롯해 아마존, 퀄컴, 버라이즌 등 AI·반도체·통신 분야의 주요 기업 CEO들과 잇따라 만나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만 빌 해거티 등 미 연방 상원의원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팜 밍 찐 베트남 총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등 각국 정관계·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경제 현안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는 글로벌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의 핵심 경영 철학은 '기술경영·인재경영·상생경영'으로 요약된다.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 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새로운 기술 확보에 회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고,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연구·개발(R&D)과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2024년 새해 첫 경영 행보로도 'R&D 점검'을 선택했다.

삼성은 인재 육성을 위해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공채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자는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채용 규모를 확대해 왔다. 삼성은 지난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 명 채용 계획'을 초과 달성했으며, 2022년 5월에는 2026년까지 5년간 8만 명을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이사회 중심의 준법·윤리경영 체계 구축한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이사회 및 산하 위원회(경영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감사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 등)는 준법과 윤리경영에 관한 방향을 제시하고 관리·감독한다. 삼성은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사외이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체제 재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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