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션 가능성 제로···미 대선 이후 주가 반등 빨라질 것”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AI 산업 거품론까지 쏟아지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최근 세계 주요 증시 중 한국 시장의 성적은 참담하다. 지난 9월 14일 기준 코스닥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39%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RTSI 지수(-16.44%)나 MOEX 지수(-15.51%), 장기간 경기 침체 중인 중국 선전 종합지수(-15.83%)를 제외하면 가장 부진했다. 코스피 역시 연초 대비 수익률은 -3.01%로,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17.32%, 나스닥이 17.04%, 일본 니케이가 9.28% 상승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sell Korea)’ 현상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 외국인 증권 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2조5090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9월에 들어서도 2일부터 13일까지 10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졌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세로 전환한 데에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월 5일 미국의 7월 실업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4.3%를 기록하며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는 등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또한 일각에서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자극했다. 특히 외국인이 그동안 많이 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은 9월 들어 12일까지 삼성전자를 3조4659억 원 순매도해 가장 많이 팔아치웠고, 그다음 SK하이닉스를 6268억 원 순매도했다.

과연 하반기 미국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가지 지표가 맞지 않다”며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지난 9월 12일 박 센터장을 만나 하반기 금리 인하 국면에서 주목할 투자 유망 종목을 물었다.

현재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시장의 두드러진 특성은 변동성과 로테이션(순환매)이죠. 변동성은 미국 경기 침체, 일본의 금리 인상과 함께 그동안 잘나가던 AI 반도체 진영의 성장세에 대해 의문이 커진 점도 영향이 컸다고 보여요. 특히 이 점이 증시 로테이션을 야기하는 데 일조함으로써 시장 대응을 더 어렵게 하죠. 하지만 저는 미국의 경기 침체가 시작된 게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대선 상황이 정리되면서 증시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Fed는 9월 18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곳곳에서 경기 침체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기 침체 시나리오 자체가 실제 여러 가지 조건(지표)들과 맞지 않아요. 우선, 현재 기업들의 마진이 상당히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진이 꺾인 뒤 한참이 지나서야 리세션이 오거든요. 또한 리세션은 기업들이 실력 이상으로 투자를 너무 심하게 할 경우에 나타나는데 지금은 그런 정황이 없어요. 오히려 기업들이 경기에 민감하고, 돈 버는 것에 비해 투자를 많이 하지 않고 있어요. 다만 AI와 관련해서는 투자를 많이 하긴 했지만, (미래 가치에 비해) 투자가 과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동시에 중요한 사실은 과거에는 고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은 상태에서 대부분 리세션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꺾였죠. 이런 경우에는 대개 리세션이 오지 않아요. 게다가 금리 인하도 조만간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리세션으로 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라고 생각합니다.”

하반기 주식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7월 중순 이후 8월까지는 조정 장세였습니다. 9월 이후로는 변동성이 좀 더 지속되더라도 대체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투자가들의 판단이 선명해지기 위해서는 중요 정책 변수들, Fed 금리 인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새로운 정책 기조 확인 등이 필요해요. 특히 미국 대선 이후로는 주가 반등 기조가 조금 빨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금리 인하 이후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Fed 금리 인하보다는 미국 경기 침체, AI 수익화 논란, 미국 대선 불확실성(재정정책 기조 불확실성) 등이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금리 인하가 몇 차례 이루어지면서부터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긍정론이 커지게 될 것으로 보여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부분들을 반영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엔비디아 고점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 향후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엔비디아를 포함해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는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성 AI라든지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강력한 수요 증가세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또 엔비디아는 강력한 대기 수요를 다시 한번 확인해줬습니다. 로테이션 시도가 늘어난 만큼, 포트폴리오는 잘 분산시켜서 대응해야 하겠지만, 반도체는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엔비디아를 중점으로 관련주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고, 온디바이스 AI 수혜 종목이라 말하는 퀄컴, ARM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시에 빅텍크들이 엔비디아 대항마로 자체 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브로드컴의 수혜도 기대됩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 대선을 앞두고 2차전지 섹터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시 투심이 몰릴까요.

“단기적으로는 ‘해리스 트레이드’ 효과로 2차전지 섹터가 수혜를 받을 것 같아요. 현재 의석수 등을 고려하면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높아 보이고요. 더 나아가 태양광, 풍력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낙관적이죠. 다만, 상대적으로 한국은 그 분야 대안이 2차전지인데 중국 때문에 펀더멘털한 측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물론, 장기적으로 전기차나 2차전지 분야가 계속 팽창하긴 할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과실을 누가 가져갈지가 문제인 거죠. D램 시장이 팽창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D램 제조사들이 망가졌던 것들이 그런 예죠.”

밸류업과 관련해 주목할 종목이 있습니까.

“곧 밸류업 공시를 앞둔 삼성증권 외에도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을 주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은행 업종은 많이 오르기도 했고, 대출 규제도 심해지고 있어서 투자 매력이 많이 줄 거라고 봅니다.”

그 외 투자할 만한 섹터가 있습니까.

“헬스케어, 방산, 그리고 뷰티를 추천합니다. 세 분야 모두 수출 기반이기도 하고, 큰 추세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그중 방산은 장기 투자로 매우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지금 신냉전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군비 증강이 불가피해졌죠. 특히 그 중심에 러시아와 중국이 부각돼 왔죠. 그런데 이 두 나라와 현재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재정적 여력이 약한 나라들이에요. 군비 증가에서도 ‘가성비’를 찾을 수밖에 없어요. 미국, 프랑스 방산도 물론 좋죠. 하지만 한국 방산이 주목받는 것은 뛰어난 성능 외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빠른 납품일, 그리고 맞춤형 고객 충성도가 굉장히 높다고 해요. 현재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K-방산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잘 형성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주목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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