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타운 상계·창동의 변신

임장(臨場), 발품을 팔아 관심 있는 지역을 꼼꼼히 탐방하는 것이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는 코너 ‘임장생활기록부’. 이달엔 환골탈태를 준비하고 있는 강북의 대표적인 정비사업지인 노원구 상계동과 도봉구 창동을 다녀왔습니다.

[임장생활기록부] ⑭ 상계·창동

상계동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에서 노후한 아파트가 가장 많은 구는 어딜까요. 노원구입니다. 전체 노원구민 3분의 1이 낡은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상계동은 노원구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합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상계동은 철거민들이 거주하던 달동네였어요.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상계주공은 강북 노후 아파트의 대명사 격입니다. 1980년대 후반에 건설한 19개 단지, 4만여 가구 규모입니다. 4호선 노원역과 7호선 마들역을 끼고 단지들이 길게 분포돼 있어요. 17~19단지는 바로 옆인 도봉구 창동에 위치하고, 5단지는 공무원 임대입니다. 복층형 구조를 비롯해 다양한 층수와 휴게시설 등 당시엔 신경을 꽤 써서 설계했죠. 모든 단지가 재건축 연한을 넘겼습니다. 노후한 아파트의 재건축은 노원구의 숙원 사업이기도 해요.



상계동은 평지인 데다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지나가고 동부간선도로가 관통하죠. 수락산과 중랑천 등 녹지가 풍부해서 공기도 좋습니다. 노원역 인근 롯데백화점 상권이 번화하고, 상계백병원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췄습니다. 강북 최대 학원가인 중계동 은행사거리가 지척이고 학교도 많은 편입니다.

아쉽게도 위치가 북쪽 끝자락이죠. 주요 업무지구가 너무 먼 데다 교통 체증까지 극심합니다. 기업과 일자리가 없고 개발사업에서도 소외돼 베드타운이 됐고, 시세가 저렴합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철도 호재입니다. 상계에서 출발해 왕십리까지 가는 동북선 경전철이 2년 뒤 개통합니다. 도봉면허시험장과 지하철 차량기지 부지를 바이오 메디컬 복합단지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고용 기반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인데, 여러 문제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재건축 본궤도…5단지

상계주공 중 저층 단지는 5단지와 8단지뿐인데요, 8단지만 일찌감치 재건축을 통해 2020년 포레나노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5단지는 1987년 준공했고 840가구 규모입니다. 노원역 도보권이고 단지 앞에 상수초등학교와 신상중학교가 있습니다. 면적은 전용 31㎡뿐이고 2021년 8억 원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시세는 5억 원선입니다.




사실 이곳은 재건축 때문에 꽤나 시끄럽습니다. 2018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고 2021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상계주공 중에선 두 번째로 조합이 설립됐죠. 서울시의 도시건축 혁신 방안이 처음 적용된 사업지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5개동 996가구를 계획하고 있어요.

사업이 멈추며 파국이 시작된 건 공사비 때문입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650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이 59㎡를 분양받으려면 5억~6억 원을 추가로 내야 했습니다. 84㎡로 분양을 신청한다면 추가분담금이 6억~7억 원대로 예상됐죠. 집값보다 비싼 금액을 마주하자 급기야 지난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GS건설은 시행사를 상대로 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1심이 진행 중입니다.

정비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얼마 전부터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 면적별 가구 수를 소폭 조정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어요. 사업시행인가는 정비사업의 7부 능선 격입니다. 이후 남은 단계는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철거, 착공뿐거든요. 올 연말엔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계획입니다.

서울시도 나섰습니다. 사업성이 낮은 곳에 분양가구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허용 용적률을 높여주는 사업성 보정계수를 도입하게 됩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면서 주변 재건축 활성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호재 몰아치는 창동



상계동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도봉구 창동으로 넘어왔습니다. 도봉구는 노원구보다 더 북쪽에 있습니다. 사실 도봉구도 저희가 앞서 봤던 노원구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서울 중심부에선 꽤 멀다 보니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데다 아파트가 많이 낡았습니다. 상계처럼 시세가 합리적인 편이라 내 집 마련 실수요가 꾸준히 있는 지역입니다. 서울에서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가장 많은 구가 도봉구이거든요.

특히 창동이 요즘 떠들썩합니다.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장 강력한 무기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입니다. GTX-C가 완공되면 창동에서 강남구 삼성역까지 13분이면 갈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은 50분 넘게 걸리거든요. 현재 1호선과 4호선이 지나가는데 트리플 역세권이 되는 거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예정돼 있습니다.

국내 첫 대중음악 공연장인 서울아레나가 창동에 생깁니다. 연면적 11만㎡ 부지에 2만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문화시설이 될 거예요. 공연장과 영화관을 비롯해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옵니다. 전 세계 K-팝의 중심이 될 수 있겠죠?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얼마 전 개관했고요, 주목해야 할 게 창동역 민자역사 개발입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았죠. 10년 넘게 멈춰서 있다가 사업 진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대중음악 공연장 '서울아레나' 신축 현장


창동 재건축 대표주자 19단지

창동의 각종 호재를 입게 되는 수혜 단지가 주공 19단지입니다. 1988년 준공했고 1764가구 규모입니다. 창동역 역세권이고 중랑천을 끼고 있습니다. 단지 바로 옆에 월천초등학교가, 길 건너엔 노곡중학교가, 근처엔 서울외고가 있습니다.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도 멀지 않습니다. 이마트와 하나로클럽이 가까운데, 특히 하나로는 복합유통센터로 개발될 예정입니다. 구축치고 주차난이 심한 편도 아닙니다. 면적은 전용 59~99㎡인데 전용 68㎡가 가장 많고, 시세는 8억 원 선입니다.

도봉구 창동 19단지


37년 차에 접어들다 보니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이 확정됐어요. 용적률이 164%이고,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은 16평(52.8㎡) 정도 나옵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비슷한 평형을 받을 경우 추가분담금이 2억 정도 예상됩니다. 19단지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는 아파트입니다. 특히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 통해 진행하려고 해요.

게다가 구축밭에서 홀로 재건축을 하는 게 아니라 주변도 같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서울시와 도봉구가 창동 택지지구단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습니다. 40년 만인데, 도봉구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15곳, 1만9000가구에 달합니다. 뉴타운급 규모인 거죠. 아직 다들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시간이 멈춰 있었던 이 동네에 오랜만에 활기가 돕니다. 노후한 이미지를 벗고 신흥 주거타운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지 부동산 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한국경제 기자 | 사진 이문규 한국경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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