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 술.
[주류 트렌드]글렌모렌지 시그넷 리저브 | 2008년 처음 출시한 글렌모렌지 시그넷은 두터운 마니아층을 자랑한다. 인기 비결은 이른바 초콜릿 몰트라 불리는, 로스팅 과정에서 비롯한 독특한 풍미 때문이다. 커피처럼 보리를 천천히 볶으면서 만들기 때문에 글렌모렌지 특유의 달콤한 향 뒤로 에스프레소와 밀크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피어 오른다. 신제품 ‘글렌모렌지 시그넷 리저브’는 여기에 풍미를 한 겹 더 덧입혔다. 셰리의 왕이라 불리는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 오크통에서 추가 숙성 과정을 거친 것. 혀 위에 한 모금 머금으면 진한 다크 초콜릿의 달콤 쌉쌀한 맛이 ‘훅’ 들어오는데, 이윽고 묵직하게 치고 오는 토피와 퍼지, 티라미슈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인상적이다.
기원 한국배치 | 한국 최초의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 ‘기원’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군산의 맥아와 국산 효모 등 우리 재료로 만든 ‘기원 한국배치’ 위스키를 출시한 것. 놀랍게도 숙성 과정 역시 국산 참나무에서 진행했는데, 한국의 신갈나무와 떡갈나무 오크통을 사용했다. 두 참나무는 각각 위스키에 독특한 향과 맛을 부여한다. 신갈나무 위스키는 말린 귤껍질과 다래, 황설탕, 바닐라 등의 향에 산머루, 육두구의 맛이 더해졌으며 떡갈나무 위스키는 정향, 말린 생강, 계피, 수박 과육 등의 향 뒤로 참나무 숯과 호두껍질, 녹차잎의 맛과 참깨, 캐러멜, 박하의 여운을 전한다. 지금껏 위스키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한국의 맛’이 난달까. 술병도 특별한데, 여주 도자기 병에 담아 완성했다.
더 디콘 | 발렌타인과 로얄살루트, 글렌리벳 등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에서 아주 재미있는 위스키를 출시했다. ‘더 디콘’이 그 주인공. 우선 이 위스키는 블렌디드 위스키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는 블렌디드 위스키와 달리 오직 몰트위스키만을 조합했다. 더 재밌는 건, 맛과 향이 대조적인 스코틀랜드 아일레이 지역 위스키 원액과 스페이드사이드 지역의 원액을 블렌딩했다는 것. 아일레이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한 피트향과 과일의 달콤함으로 대변되는 스페이드시이드 지역 위스키의 맛이 혼재하는데, 신기하게도 둘이 아주 잘 어울린다. 달콤한 맛이 느껴지다가도 스모키함과 스파이시함이 치고 올라오는데, 목 넘김과 마무리는 또 부드럽게 끝난다.
클라세 아줄 울트라 | 클라세 아줄은 엄정화, 이효리, 이혜영 등 이른바 패셔니스타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테킬라. 새로 출시한 ‘클라세 아줄 울트라’는 그중에서도 최상급 제품으로 아가베 재배부터 최종 병입까지 무려 14년의 정교한 제조 단계를 거쳐 완성했다. 최상급 프리미엄 블루 아가베만을 사용하고, 전통 방식의 석조 오븐에서 72시간 동안 구워 만드는데 이후 5년이라는, 테킬라치고는 매우 긴 숙성 기간을 거친다. 숙성에는 버번과 셰리 오크통을 모두 사용해 달콤한 과일과 바닐라, 시나몬의 향이 조화롭게 어울렸다. 술병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기는 마찬가지. 검은색 도자기 표면은 플래티넘과 24K 골드, 실버 등 세 가지 금속 소재를 활용해 장식했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