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사제의 두 번째 갈라… “일식은 요리 아니라 시간을 파는 것”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10월 17~19일 ‘우카이 X 타마유라 갈라’를 선보였다. 사제 지간인 사사노 유이치로 우카이 총괄 셰프와 이경진 타마유라 셰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뭉쳤다.

[인터뷰] 사사노 유이치로 우카이 총괄 셰프·이경진 타마유라 셰프

(왼쪽부터) 이경진 타마유라 셰프, 사사노 유이치로 우카이 총괄 셰프.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일본 요리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시간을 파는 거죠.”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하이엔드 일식당 ‘타마유라’가 일본 외식 기업 ‘우카이’와 독점 계약을 맺고 ‘우카이  타마유라 갈라’를를 선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과 우카이의 인연은 타마유라 이경진 셰프로부터 시작됐다. 사사노 유이치로 우카이 총괄 셰프의 수제자인 이 셰프가 지난해 기술 교류를 부탁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올해 다시 한번 큰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두 사람은 일본 요리의 핵심을 단순한 ‘요리’가 아닌 ‘시간’을 파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객이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돌아가는 차원을 넘어, 오감을 자극하는 완벽한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는 게 두 사람의 요리 철학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승전결을 갖춘 디테일한 짜임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갈라 디너를 앞둔 두 셰프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직접 만나봤다.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우카이×타마유라 갈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다. 컬래버레이션의 계기가 궁금하다.
이경진 셰프(이하 이 셰프) “타마유라가 리뉴얼을 하던 지난해 3월, 사사노 셰프에게 연락해 우카이 소속 셰프들이 타마유라 스태프들에게 기술 연수를 좀 해줄 수 있는지 부탁한 적이 있다. 이 연수를 계기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도 우카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생겼고, 상호 간 대화가 깊어지며 갈라 디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먼저 부탁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서 말씀드렸는데 사사노 셰프가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좀처럼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아닌데 저를 비롯해 후배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생겼다는 데에 자부심도 느낀다.”

-사사노 유이치로 셰프(이하 사사노 셰프) “아무래도 이 셰프가 우카이 소속으로 10년 정도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갈라 디너라는 큰 이벤트를 조율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스태프들이 열정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아 감정적으로 큰 울림이 있었다. 특히 제자인 이 셰프가 한국에서 자신의 팀을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호텔 관계자들도 우카이 기업의 마인드를 잘 이해해준다고 느꼈다. 3일간의 갈라 디너에 수많은 고객이 찾아와 무척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며 요리를 하는 우리도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일본에서 우카이라는 브랜드를 이미 경험했던 분들이 지난해 갈라 디너에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 점도 상당한 동기 부여가 됐다. 일본에 돌아가 되돌아봤을 때도 ‘필요한 이벤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분은 각별한 사제의 연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인연인가.
사사노 셰프 “8년 전쯤 대만 가오슝 지역에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해외 시장에 출점하는 프로젝트를 처음 진행하게 됐는데, 그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5명 중 1명이 이 셰프였다. 당시 5명의 스태프 모두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특히 이 세프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 후 대만 타이페이 지역에 브랜드를 오픈할 때도 이 셰프와 함께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내가 돌려줘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측면에서 타마유라에서 진행하는 갈라 디너를 정말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이 셰프 “여러 의미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은 분이다. 지금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과거 사사노 셰프에게 배운 것들을 일상 속에서 매일 되새김하고 있다. 서비스업에 몸담으면서 가장 큰 교본으로 생각하는 롤모델이 사사노 셰프다.”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우카이는 일본 현지에서 손꼽히는 외식 기업이라고 들었다. 어떤 철학을 가진 기업인가.
사사노 셰프 “고객을 어떻게 감동시키고,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 것인지 생각하며 여러 관점에서 노력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을 모신다는 것은 결국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다. 건물 하나를 만들더라로 마치 고객이 그 공간에 있다고 상상하며 인테리어를 구상해야 하지 않겠나. 음식과 접객, 서비스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깊게 고민하는 기업이다.”

-일본 요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사노 셰프 “아무래도 전체 요리에 스토리를 담는 것이 일본 요리의 색깔이지 않나 싶다. 전체 코스에 담긴 이야기를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강점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디너 코스에 등장하는 모든 요리를 고객이 보는 앞에서 구우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연극의 각 장면마다 꼭 등장해야 하는 배우나 소품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코스의 흐름을 짤 때도 셰프와 서비스가 등장하는 타이밍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고객 앞에서 요리하는 행위’보다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셰프 “일본은 ‘오모테나시(최고의 환대)’라는 마인드를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 사사노 셰프가 평소 강조했던 철학이기도 한데, 레스토랑이 단순히 서비스나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보다는 시간을 파는 곳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와인을 서비스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이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에 들어와 있는 2~3시간 동안 어떤 즐거움을 가져갈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교육받는다. 그런 관점이 일본 요리에도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앞서 사사노 셰프가 설명한 것처럼, 레스토랑 건물을 만들 때 방문객의 입장을 생각해서 인테리어, 앉는 각도, 연못의 위치까지도 고려한다. 고객에게 완벽한 ‘시간’을 파는 것이다.”

-고객을 맞이하기 전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하는 부분이 있다면.
사사노 셰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시선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는 셰프가 스스로 고객이 됐다는 마인드로 전체 코스를 판단해야 한다. 단순히 요리 한두 입 먹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님이 레스토랑에 방문해 요리를 보고, 먹고, 즐기는 전체적인 과정을 생각해야 한다. 만드는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손님의 시선으로 다가가야 여러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이 셰프 “타마유라에서 직원을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또한 ‘제대로 된 환경에서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해보라’는 것이다. 연습이라고 해서 퀄리티가 안 좋은 식자재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고객이 먹는 재료와 동일한 퀄리티로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재료의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고, 고객 입장에서 부족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이 눈앞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셰프가 요리를 다루는 모습과 소리,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법까지도 디테일하게 생각한다.”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이번 갈라 디너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사사노 셰프 “지난해 갈라 디너의 경우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음력 7월 7일) 시기에 열렸다. 일본도 같은 의미의 칠석(타나바타) 행사를 열기에 그 콘셉트로 디너를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우카이가 60년을 맞이한 해라, 첫 가게를 시작했던 지역인 타카오산을 모티브로 콘셉트를 짰다. 타카오산은 가을이 되면 다양한 색상의 단풍이 어우러지는데, 그 풍경을 이번 갈라 메뉴에 담으려고 했다. 쉽게 말해 타카오산의 가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갈라 이벤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저니코스’는 무엇인가.
이 셰프 “타마유라의 여러 공간을 이동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타마유라는 서비스하는 요리의 종류에 따라 식사 공간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런 레스토랑 공간의 특성을 살려서 디너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사사노 셰프가 냈다. 처음에는 공간을 이동해 가며 요리를 접하는 것이 좀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히려 고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하나가 돼서 즐기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이번 디너에서 특별히 신경쓴 재료나 메뉴가 있나.
이 셰프 “한국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수차례 논의를 거쳐서 메뉴를 만들었다. 특히 자연산 잎새버섯은 산지에서 구할 수 있는 최상급을 찾기 위해 수소문했다. 또 소바를 전문으로 만드는 셰프가 차가운 스타일과 뜨거운 스타일의 소바를 각각 준비해 코스의 마지막 메뉴로 경험하도록 했다.”

-고객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사사노 셰프 “갈라의 주역은 결국 고객일 수밖에 없다. 이번 갈라가 고객들의 기억 속에도 계속해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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