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주류 트렌드 보고서

2024년 주류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와인과 위스키는 물론, 국민 술로 불리는 소주와 맥주까지 모두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아래 술들의 ‘선전’이 더욱 반가웠는지 모른다.

[주류 트렌드]

14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준마이 사케 ‘나카이’는 GS25에서 2만 원대 가성비 사케로 인기를 얻었다.

사케
2024년 주류 시장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 술이 있으니, 바로 사케(일본 청주)였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으로 2020년까지 사케 수입액이 2년 연속 줄었지만, 이후 노 재팬 운동이 동력을 잃으면서 2020년부터는 3년 연속 증가세를 띠고 있다고 풀이된다. 특히 지난 1∼7월 일본 청주 수입액은 사상 최대인 1434만 달러로, 전년 동기(1388만 달러) 대비 3.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지속돼온 역대급 ‘엔저’로 일본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 늘면서 일본 술인 사케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MZ세대가 와인, 위스키에 이어 사케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로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소비하던 과거와 달리 집에서 사케를 찾는 이가 늘었다는 것.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GS25 편의점의 사케 매출은 2023년보다 무려 410% 증가했다. 이에 편의점과 대형 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은 앞다퉈 사케 제품을 출시했는데, GS25의 경우 2021년 20종에 불과했던 사케를 120종까지 확대한 것은 물론, 라인업을 강화한 사케 특화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2024년 한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더 말보리스트 그랜드 소비뇽’과 ‘알파인 리프트 소비뇽 블랑’. 은은한 향이 매력인 ‘크래기 레인지 테 무나 로드 소비뇽 블랑’, ‘라파우라 스프링스 리저브 소비뇽 블랑’은 미국 와인 전문 매체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24 최고의 밸류 와인 TOP 10’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뉴질랜드 와인
2024년 국내 와인 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와인 수입액은 3억630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물량 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13% 줄어든 3만3788톤에 그쳤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였다. 이러한 시장의 부진 속에서 뉴질랜드 와인만 폭풍 성장을 이어가 이목을 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상반기 뉴질랜드 와인 수입액은 995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34.6% 증가했다. 수입량 기준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48.3% 성장했다. 이로써 뉴질랜드 와인 수입액은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 칠레, 스페인에 이어 6위로 올라섰다. 뉴질랜드 와인의 인기 비결은 어떤 와인을 골라도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것. 특히 레드 와인 위주였던 국내 와인 시장 비중이 화이트 와인으로 옮겨가면서 소비뇽 블랑으로 대표되는 뉴질랜드 와인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3년간 전체 와인 수입액에서 레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7%에서 53.9%로 줄어든 반면, 화이트 와인은 17.8%에서 20.8%로 증가했다.

(위부터) 지난 4월 CU에서 출시한 ‘프레임 아메리칸 위스키’.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GS25와 주류기업 인터리커가 함께 기획한 싱글 몰트위스키 ‘엔젤스캐스크’는 ‘갓심비 위스키’로 입소문 나며 한정 판매 물량 6000병을 금세 팔아치웠다.

편의점 위스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호황을 누린 주종은 다름 아닌 위스키였다. 실제 수출입 통계를 보면 2021년 1만5662톤으로 시작한 위스키 수입 중량은 2022년 2만7038톤, 2023년 3만586톤까지 치솟으며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이런 호황에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소비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실제 지난 1~9월 위스키 수입량은 1만9529톤으로, 전년 동기 2만4734톤보다 21% 감소했다. 수입액 역시 2억294만 달러에서 1억7923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 홀로 위스키 호황을 맞은 업계가 있으니 바로 편의점이다. 실제 CU의 2024년 1~9월 위스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5% 늘었다. 같은 기간 GS25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26.4%, 15.0% 신장했다. 2023년까지 고연산·고가 위스키를 찾던 소비자들이 저연산·중저가 위스키로 옮겨가면서 편의점이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 이런 분위기 속 CU에서는 대용량·저가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PB) 위스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왼쪽부터)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 만든 ‘싱코로’는 멕시코 할리스코주에서 재배한 블루 웨버 아가베를 천천히 찐 뒤 2개의 작은 증류기로 증류해 위스키나 코냑처럼 풍미가 일품이다. 무려 14년의 정교한 제조 단계를 거쳐 완성한 ‘클라세 아줄 울트라’는 버번과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해 달콤한 과일과 바닐라, 시나몬 향이 조화롭다. 미국의 저명한 주류 전문 잡지 <더 테이스팅 패널 매거진>에서 테킬라 최초로 100점을 받은 ‘코모스 엑스트라 아네호’.

프리미엄 테킬라
2024년 국내 주류 시장의 ‘라이징 스타’는 테킬라였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킬라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술이 아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최상위 제품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칵테일 베이스 혹은 클럽 등에서 취하기 위해 값싼 테킬라를 마시던 과거와 달리 테킬라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9월 테킬라 수입액은 480만7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만3000달러 늘어난 반면 수입량은 542.9톤으로 전년 동월 589.5톤보다 46.6톤 줄었다. 수입량 감소에도 수입액이 늘어난 것은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 이러한 흐름 속에 테킬라를 전문으로 하는 바(bar)가 생기는가 하면, 주류 기업들은 앞다퉈 새로운 프리미엄 테킬라를 국내시장에 알렸다.


이승률 기자 ujh8817@hankyung.com | 사진 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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